최근 세계 산업계는 커다란 변화를 맞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시작된 혁신이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등으로 이어지면서 모든 산업 분야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융합'이라는 말이 자주 쓰이면서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분야까지 정보통신(IT)기술이 파고드는 상황이다.
기름을 넣고 엔진을 돌려서 움직이는 자동차는 처음 생겨날 때는 IT 기술과 큰 관련이 없었다. 엔진 동력이 기어를 통해 바퀴로 전해지고 그것을 조절하는 모든 부분은 기계공학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운전자의 편의를 위해서 라디오와 에어컨을 추가하거나 계기판이 전자식으로 바뀌는 정도의 변화만으로도 사용자들은 만족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전기모터와 배터리로 움직이는 전기자동차가 실용적인 성능을 내기 시작하면서 우리 삶을 바꿀 새로운 수단으로 떠올랐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동력부만이 아니라 차량을 운전하고 제어하는 모든 부분에 IT 기술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우리가 공상과학소설에서나 보았던 미래의 모습이 구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IT 기술을 통해 자동차를 '스마트카'로 만드는 기술발전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아보자.
시동부터 방향지시등까지, 터치스크린으로 제어
우리가 지금 길에 나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자동차는 거의 모두 내연기관을 사용한다. 휘발유나 경유 등의 기름을 연소시켜 그 동력으로 주행하는 방식이다. 내연기관은 강한 동력을 쉽게 얻을 수 있고 기름 보충이 빠르고 간단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폭발 위험이 따르고 배기가스로 환경을 오염시키며 석유에 의존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다음 세대의 기술로 꼽히는 것이 전기자동차다. 배터리와 전기모터의 힘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는 동력전달과 조절이 쉽고, 환경오염이 전혀 없으며, 폭발 위험성도 낮아 각광받고 있다. 다만, 짧은 주행거리와 출력 부족, 충전에 걸리는 시간 등이 장애물이었다.
테슬라 모델 S(이미지 출처 : 테슬라모터스 홈페이지)
엘론 머스크가 2003년에 창립한 전기자동차 전문회사인 테슬라는 특이하게도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창립되었다. 마치 애플이나 구글처럼 혁신적인 발상으로 시작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기존 전기자동차는 기존 내연기관의 보조개념으로 만들었기에 성능이 낮고 디자인이 뒤떨어졌다. 하지만 테슬라는 주류 시장의 자동차와 직접 경쟁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자동차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테슬라의 자동차는 IT 기술을 전면적으로 도입했다. 일반 자동차에서 시동을 걸고 장치를 제어하는 것을 전용 버튼이나 기계적 장치로 하는 것과 달리 테슬라는 통합 터치스크린 기술을 사용한다.
테슬라 모델 S 인테리어(이미지 출처 : 테슬라모터스 홈페이지)
'테슬라 모델 S'에 장착된 센터페시아는 17인치 태블릿과 비슷하며 차의 모든 기능을 제어한다.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작동하며 반응속도가 매우 빠르다. 여기서는 에어컨을 조절하거나 방향지시등을 켜는 기능뿐만 아니라 구글맵을 실행시켜 내비게이션으로 사용하는 등 통신 기반 서비스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단순히 자동차에 태블릿을 달아둔 것이 아니라 태블릿에 자동차가 달린 듯 모든 기능을 연동시킨 것이다.
핸들 뒤쪽 계기판에 있는 정보창은 스마트폰 메뉴를 닮았다. 운전 시 운전대에서 손을 떼면 위험하므로 정보창은 운전대에 달린 조작 스위치로 조절한다.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스마트폰처럼 조작하는 방식이 계기판 모니터에 보이는 인터페이스와 일체감을 준다.
테슬라의 자동차는 상용화되어 있어 지금 바로 시승해볼 수 있는 제품이다. 전기를 동력으로 삼는 것 이상으로 모든 부분에서 미래지향적이다. 이 제품을 통해 미래 자동차의 모습을 체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차량운영체제, 운전을 도와주는 스마트한 환경
혁신적인 변화는 금방 오지 않는다. 특히 기존 자동차에 익숙해진 사용자에게 미래의 자동차란 남의 일이다. 그렇지만 이런 사용자에게도 쉬운 방법으로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다. 일반적인 자동차의 운행 기능을 제외한 나머지 환경을 스마트하게 변화시켜 편리하게 만들어주면 된다. ‘커넥티드카’ 기술이라고 하는 이것은 일반적으로 차량에 운영체제를 탑재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이 분야에는 애플이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 차량용 운영체제(OS) ‘카플레이(CarPlay)’는 아이폰에서 시작된 iOS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디자인과 안정성 면에서 사용자의 기대를 받고 있다. 카플레이는 핸즈프리, 멀티미디어 재생, 문자메시지 같은 기능을 지원한다. 자동차에 내장된 인터페이스를 이용하거나 핸들에 있는 음성명령 버튼을 길게 누르면 음성인식 시스템인 ‘시리(Siri)’가 작동한다. 사용자가 말이나 터치로 전화를 걸고, 지도 앱을 이용하고, 음악을 듣고,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결국, 종래의 내비게이션과 카오디오에 스마트폰 기능을 통합해서 운전 중에 시선을 돌리지 않고도 쉽게 콘텐츠를 즐기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능이다. 운전이나 차량 조절 기능은 일절 없다. 차량용 운영체제에 대한 사용자의 신뢰성을 얻기 위해서 가장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라면 차량용 운영체제라는 거창한 이름보다는 차량용 편의시스템이라고 부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물론, 이 가운데 많은 부분은 기존 자동차 회사가 독자플랫폼으로 하고 있던 기능이다. 하지만 애플의 뛰어난 디자인 능력으로 보다 간결해지고, 통합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며, 앱스토어를 통한 다양한 활용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발표와 동시에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현대자동차 등 19개사와 계약을 맺었다. 최근 국내에서 나온 쉐보레 뉴스파크에도 카플레이 시스템이 채택되었다.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소개 영상
구글은 안드로이드 오토를 내놓았다.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변형시켜 GPS를 결합한 것이다. 자동차에서 위치정보, 안전정보, 엔터테인먼트, 금융, 상품구매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자동차의 내비게이션 부분인 대시보드와 오디오 부분인 헤드유닛에서 사용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지 않고 '윈도우 인 더 카(Window in the Car)’를 선보였다. 애플의 카 플레이에 대응하기 위한 서비스다. 윈도폰을 기반으로 해 만들어지는 것이 특징인 미래 콘셉트를 공개하였다. 카플레이와 비슷한 형태이며, 윈도폰 화면을 직접 자동차의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시스템 화면에 그대로 뜨게 한다.
이 밖에도 엔비디아 등의 그래픽 엔진 회사를 비롯해 각 자동차 회사에서도 독자적인 차량운영체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머지않아 카스테레오와 각종 편의시설 조작은 태블릿을 조작하듯 간편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인자동차, 스스로 운전하는 자동차
지금까지 언급한 모든 자동차는 한 가지 고정관념에 묶여 있다. 자동차는 결국 사람이 운전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현재 여객기나 기차 등에는 자동운행 기능이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사람보다 안정적으로 운전해준다. 자동차에도 도입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구글 무인자동차(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구글은 본격적으로 사람이 배제된 무인운행차를 개발하고 있다.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통해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핸들을 돌리는 것이 기본이다. 항공기의 오토파일럿 기능과 비슷하며 레이더, 카메라, 레이저 스캐너 같은 센서가 도로에 있는 주변 차량, 사람, 교통 신호를 인식한다. 수집된 데이터를 컴퓨터가 분석해서 방향전환과 가속, 정지 등 운전행위를 지시한다.
구글은 2012년 5월에 네바다주에서 시험 면허를 획득한 이후 시각장애인을 태우고 20만 마일 주행 시험에 성공했으며 무인운행차의 사고는 주위를 운행하는 운전자 과실로만 일어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아직 무인운행차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는 높지 않다. 눈길 같은 비정상적 도로 환경에 대한 적응문제, 보험료 산정과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한 임기응변 문제 등 아직 상용화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
위와 같이 IT 기술과 결합한 자동차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아직 우리가 도로 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마치 물이 끓기 직전처럼 스마트카 기술은 서서히 꿈틀대고 있다. 기술과 생산비 수준이 임계점에 도달하는 순간 손에 닿는 곳에 친숙한 제품이 되어 등장하게 될 것이며 우리 생활을 바꿀 것이다. 미래의 편리한 스마트카를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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