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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칼럼노트

[김상철 칼럼] 환율전쟁은 어렵다

김상철 칼럼, 환율전쟁은 어렵다


환율전쟁은 어렵다

- 김상철 MBC 논설위원


  중국이 이제는 환율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2000년 이후 달러당 8.3 위안에서 맴돌던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이제 달러당 6.8 위안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 인민은행은 조정은 일회성이며 앞으로 계속해서 큰 폭의 변화를 만들지는 않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건 위안화 가치의 추가폭락을 예상한 환투기를 막아보려는 취지에서 나온 그저 해보는 말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기업 실적 부진이 계속되면 또 어떤 조치를 하게 될지 알 수 없다. 흔히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끌어 올리는 것은 수출은 늘리면서 수입은 줄여서 거래 상대국의 부(富)를 인위적으로 뺏어 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얘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근 궁핍화 정책(beggar-my neighborhood policy)’이라고까지 불린다.


김상철 칼럼, 경쟁국 대처로 중국 수출 경쟁력 강화 힘들어


  하지만 실제로 현실 속에서 예상했던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무엇보다 경쟁국들이 가만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환시장에 가장 편안하게 개입할 수 있는 나라는 누가 뭐래도 단연코 미국이다. 앞서 양적완화를 통한 환율 전쟁을 시작한 것도 바로 미국이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은 대규모의 양적완화 조치를 취했고 세 번에 걸쳐 모두 4조 달러 규모의 돈을 풀었다. 2000년대 들어 지속된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에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풀린 돈까지 생각한다면 미국 달러화는 약세가 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달러화는 생각만큼 하락하지 않았다. 다른 나라의 경제가 더 어려웠고 그러면서 미국만이 아니라 유럽, 일본이 모두 대규모 양적완화조치 단행과 함께 이를 통한 통화 약세를 유도했기 때문이다.

  2008년 한때 1달러 60센트를 넘었던 유로의 가치는 지금은 1달러 10센트 수준으로 떨어져 버렸다. 특히 일본의 엔화와 비교해 본다면 엔화는 2012년 이후 미국 달러화에 대해 50% 정도 절하됐다. 떨어진 엔화 가치는 일본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상대적으로 우리 수출 기업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엔저는 국내 상장기업들의 실적부진과 주가 하락의 원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일본의 양적 완화 정책은 빠른 시일 안에 방향이 바뀌기를 기대할 수도 없다.


김상철 칼럼, 무한정 유지할 수도 없는 환율 전쟁


  환율에 손을 댄다고 해서 반드시 기대했던 결과를 얻어내기도 어렵지만 사실 중국 역시 환율에 마음 놓고 손을 댈 수는 없는 처지기도 하다. 중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도 생각해야 하고 물가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면 중국의 환율조정을 갑작스럽게 새로 시작되는 글로벌 환율전쟁의 서막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위안화 평가절하와 함께 금융완화조치가 없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그렇게 보면 중국의 환율 조정은 다른 나라에 비하면 오히려 얌전한 편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일본 역시 엔저를 무한정 계속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수입 가격의 증가로 국내 소비가 위축되고, 중간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불을 보듯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엔저는 일본의 경상수지에도 긍정적이지 않다.


김상철 칼럼, 달러 강세에도 한국 수출 증가 어려워


  미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달러화를 회수하는 출구전략을 시작했다. 일반적인 예상으로는 미국 달러화는 양적완화의 종료와 예상되는 금리 인상으로 앞으로 절상될 것이라고 얘기한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달러화 절상 시점에서 2008년 이후 신흥국으로 흘러들어 간 돈은 다시 미국으로 유입될 것이고 미국으로 유입된 자본은 미국 달러화를 더욱 강세로 만들 것이다. 역시 일반적으로 보자면 달러의 강세는 우리나라 상품의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결과로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일반적 전망이 반드시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당장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의 절하가 진행되면서 우리 상품의 수출 경쟁력 제고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원래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상대적으로 미국 달러화에 대해 환율을 고정시키고 있는 중국도 금리를 높일 것이고 이에 따라 위안화 역시 달러화와 함께 절상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진행되는 상황은 예상과 다른 모습이다.


16년 이상 경상수지 흑자 유지하며, 인위적 환율 저평가국으로 지목받기도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역시 그렇다. 세계무역 증가율이 세계경제 증가율의 2배로 증가하던 공식이 깨져버렸고 2012년부터는 오히려 무역증가율이 경제증가율을 하회하고 있다. 이러니 수출 의존적인 우리 경제로서는 더 어려워진 셈이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16년 이상 한국경제는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왔다. 특히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894억 달러로 사상 최대의 기록을 세웠다. 올해는 흑자규모가 1,000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가 하락 덕분이기도 하고 불황 형 흑자라는 지적도 따르지만, 아무튼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른 결과다. 그 덕분이기도 하지만 지난해 1994년 말 통계편제 이후 연도 말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대외자산이 대외부채를 넘어섰다. 2014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대외투자 금융자산은 1조 802억 달러에 달하는 반면에 금융부채는 9,983억 달러였다. 순 국제투자 잔액은 819억 달러다.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 당연히 우리나라는 인위적인 환율 저평가국으로 지목받고 있기도 하다.


김상철 MBC 논설위원 겸 앵커

* 본 칼럼은 외부 필진의 기고로, 전경련의 공식입장과 상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