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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칼럼노트

[정운갑 칼럼] 지식의 저주, 희망과 우려

정운갑 논설- 지식의 저주, 희망과 우려


지식의 저주, 희망과 우려

- 정운갑 MBN 수석논설위원(앵커)


  8월 10일 다음카카오 신임 대표에 35세의 임지훈 씨가 선임된 것이 화제가 됐다. 시가총액 8조 원의 다음카카오가 젊은 리더를 선택한 데는 급격히 변하는 모바일 인터넷 업계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이 이른바 지식의 저주에 갇히지 않을 리더를 찾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지식의 저주(The Curse of Knowledge)’란 스탠퍼드대 칩 히스 교수가 말한 개념으로 ‘기존 시대의 지식에 매몰돼 있으면 그 이상을 상상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인용된다.


지식의 저주를 탈피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


  비슷한 시점 현지시각으로 10일 미국 구글(시가 총액 4,446억 달러)은 공동창업자들의 ‘2선 후퇴’ 발표가 있었다. 구글 CEO를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자신들은 신사업 발굴에 전념하겠다고 선포했다. 투명한 경영을 위해 지주회사 알파벳(Alphabet)을 신설하겠다는 이른바 자발적 대수술 내용도 포함됐다. 공동창업자이자 현 구글 최고 경영자(CEO)인 래리 페이지(42)는 회사 공식 블로그를 통해 “혁명적 아이디어가 차세대 성장을 주도하는 첨단 기술 산업에서는 적당한 상태에 머무르는 것을 불편하게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88년 스탠퍼드대 박사과정 동료인 세르게이 브린(사장)과 함께 창업한 구글을 17년에 걸쳐 세계 최대의 인터넷 회사로 키웠다. 그런데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기회를 찾겠다는 것이다.


급변하는 미디어와 콘텐츠


  또 다른 ‘급변 뉴스’로 영국 공영방송 BBC가 뉴스 채널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앞서 BBC 3채널은 텔레비전 송출을 중단하고 온라인으로만 공급하기로 이미 결정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TV에서 뉴스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넷플리스’라는 동영상 서비스 사이트를 통해 VOD로 제공된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라는 드라마가 에미상과 골든 글로브상을 수상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준 바 있다.

  국내에서도 방송 채널과 별도로 프로그램 단위로 시청할 수 있는 ‘웹드라마’ 같은 콘텐츠 제작이 활발해지고 있다. 나영석 PD는 1박 2일 중국 버전인 새 예능 ‘신서유기’를 TV가 아닌 인터넷으로만 방송할 예정이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아예 인터넷과 모바일 전용 콘텐츠를 염두에 두고 제작에 들어가는 것이다.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는 세계


  세상의 급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1세기 우리는 각 부분에서 ‘전쟁’을 치르면서 하루하루 살고 있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1일 위안화 기준환율을 달러당 6.2298위안으로 고시, 1.86% 기습 인하한 데 이어 다음날 1.62% 추가 인하 조치를 단행했다. WSJ는 중국이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자국 통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쪽으로 환율전쟁에 뛰어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미국과 중국 간 환율 갈등을 재점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세상이 요동치는 데 우리는 재계순위 5위인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을 목격하고 있다. 93세 신격호 총괄회장의 1인 경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내부 견제 장치 없는 지배구조가 문제가 됐다. 정치권은 내년 4월에 치러질 20대 총선을 놓고 치열한 수 싸움에 여념이 없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지금 남북한의 갈등과 대립은 수위가 높아지고 있고 남남갈등도 여전하다. 세상의 변화와는 너무 거리가 있는 소식들이다.


그래도 존재하는 새로운 희망


  그래도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면서 변화를 추구하는 공간에서 희망을 보았다. 얼마 전 판교 테크노밸리에 늦은 시간 둘러본 적이 있다. 새벽 2시인데도 불야성을 이루면서 젊은이들의 삼삼오오 모여 신사업, 새로운 아이디어 얘기로 가득했다. 870여 개 기업, 6만여 명이 거주하는 판교는 역동 그 자체였다. 새로운 희망을 한껏 느꼈다.

  가치공유 비즈니스라는 경영 철학을 갖고 청년실업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응하는 기업인도 있다. 지난해 ‘배달의 민족’ 광고로 대한민국 광고대상을 휩쓴 광고계 뜬 별 ‘프로젝트xT팀'은 ‘아이디어 섹스’라는 말을 통해 시장에 신선함을 불러일으켰다.


정치권과 관료들의 '지식의 저주' 조심해야


  ‘지식의 저주’에 갇히는 것에 대한 우려는 기업인을 넘어 정치권, 관료 등에 오히려 더 적용된다. 기존 시대의 지식에 매몰돼 일각의 변화마저도 가로막는 것은 아닌지? 앞의 사례에서 보듯이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 속에서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정운갑 MBN 수석논설위원, 부국장 겸 앵커

* 본 칼럼은 외부 필진의 기고로, 전경련의 공식입장과 상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