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스토리/칼럼노트

[신연수 칼럼] 중국 증시 정말 끝났나?

신연수 칼럼, 중국 증시 정말 끝났나?


중국 증시 정말 끝났나?

- 신연수 동아일보 논설위원


  최근 중국 주식시장만큼 ‘천당’과 ‘지옥’을 오간 것도 없을 것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해 7월 2,000대 초반에서 올해 6월 12일 최고점(5166.35)까지 1년도 안 되어 2.5배 이상으로 수직 상승했다. 그러나 7월 3일 5.77% 급락했던 주가는 7월 27일 다시 8.48% 떨어져 2007년 2월 이후 8년여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다. 중국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며 롤러코스터를 타자 중국 주식시장 자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아예 빠져나오는 사람과 기관들도 늘었다.


신연수 칼럼- 급등락을 반복하는 중국 주식시장


  중국 투자의 1위 업체였던 삼성증권이 대표적이다. 삼성증권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에 대해 적극적인 투자를 권하던 증권사였다. 그러다 올해 4월 투자자들에게 중국 비중을 낮추라고 권한 데 이어 최근에는 중국 주식 잔고를 아예 “제로(0)”로 만들라는 지침을 각 지점에 내렸다. 삼성그룹 회의에서 중국 주식 투자의 위험성이 거론됐고 이에 윤용암 사장이 직접 나서서 철수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신연수 칼럼- 중국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 비관론 급증


  지난해 11월 후강퉁(沪港通∙중국 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 간 교차 거래)이 시행되면서 해외 개인 투자자와 일반 기관들도 중국 본토의 주식을 직접 거래할 수 있게 됐다. 당시 증권사들은 중국 주식에 대한 리서치 자료를 제공하고 위안화를 지급하거나 후강퉁 대표 주식을 나눠주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펴며 중국 투자를 권유했다. 그 결과 올 7월 말까지 3만 명 가량의 한국인 투자자가 10조 원의 누적 거래액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중국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며 성숙하지 못한 시장임이 드러나자 비관론이 커진 것이다.

  중국 증시 비관론의 가장 큰 근거는 중국 당국과 시장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중국 증시가 급팽창한 것은 중국 정부가 금리 인하, 지급준비율 완화 등으로 땔감을 계속 공급한 측면이 컸다. 7월 초 주가가 급락하자 중국 당국은 증시 안정을 위해 2조 위안을 쏟아 부었다. 공매도 세력을 수사하겠다고 협박하고 일방적으로 거래를 중단시키는 극단 정책도 썼다. 이런 부양책으로 반등하던 주가가 3주도 안 돼 다시 추락하자 중국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사태를 악화시킨다는 비판이 강해졌다.


신연수 칼럼- 중국 증시 부양책의 한계와 우려


  역사적으로도 1989년 한국의 ‘12․12 조치’를 포함한 국내외 증시 부양책은 한계가 뚜렷하고 부작용이 컸다는 교훈을 남겼다. 톰 드마크 애널리틱스 대표는 “최근 중국 증시는 1929년 대공황 때 병적인 희열과 공황이 반복된 미국 증시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무리한 개입을 계속하는 데도 증시 하락을 막지 못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금융공산주의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비판과 불신이 커지면서 ‘위험한 곳은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퍼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 경제 성장률과 기업 실적이 악화되고 부동산 거품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펀더멘탈에 대한 우려도 강해지고 있다. ‘닥터 둠’으로 불리는 월가의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중국 경제가 난폭한 착륙(bumpy landing)을 할 것이다”라는 전망을 내놨다. 중국 정부는 통계 수치를 조작한다는 의심마저 받고 있다. 2분기 경제성장률을 7%라고 발표했지만, 서방 일각에서는 “실제 성장률은 4%대”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 금리 인상이 예고돼 신흥국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등 글로벌 환경도 별로 좋지 않다.



  반면 거품이 일부 빠진 7월 말부터 “지금이 저점 매수 타이밍”이라는 정반대 의견도 나왔다. 대만계 증권사로 중국에 전문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유안타증권의 서명석 사장은 8월 5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위기는 기회”라면서 “상하이종합지수는 단기적으로 4,500, 장기적으로는 6,100선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사가 짧은 중국 증시는 성장통을 겪고 있고 잘못된 신용거래 관행으로 주가가 급락했지만, 중국 증시는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중국을 잘 아는 전문가들은 개혁개방 이래 지금처럼 중국 정부가 주식시장에 관심을 가졌던 때는 없었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증시 부양 정책을 멈출 수 없으리라는 것이다. 경제성장 전략을 수출 주도에서 내수로 전환한 중국 정부는 개인소득 향상과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위해서도 증시 활성화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신연수 칼럼- 중국 증시,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낙관론자들은 비록 중국 당국이 증시 안정화 과정에서 거칠게 시장에 개입했지만, 당국의 개입 정책이 실패했다고 여기는 것은 성급하다고 본다. 중국 당국은 점차 시장과 조화하면서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리라는 것이다. 중국의 성장이 둔화됐다 하더라도 어쨌거나 세계 2위 규모의 경제가 미국의 2배 이상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므로 아직도 잠재력은 많다는 관점이다.

  단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냐 더 추락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장기적으로 중국 증시의 전망이 밝다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 별로 이견이 없다. 중국 경제 자체가 고꾸라지지 않는 한 중국 증시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이 1992년 증권시장을 개방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들어와 돈을 많이 벌었듯이 중국에서도 비슷한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주가가 올라가는 업종들 가운데 1위 기업들에 투자하라고 증시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신연수 동아일보 논설위원

* 본 칼럼은 외부 필진의 기고로, 전경련의 공식입장과 상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