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 태어나 장가계를 가보지 않았다면, 100살을 먹었어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신선이 머물다 간 그곳, 장가계를 가리켜 중국인들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깊은 산 속에 숨겨진 신선들의 낙원인 장가계는 조선 안견의 그림인 ‘몽유도원도’의 본향이자 영화 ‘아바타’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졌는데요.
이곳은 사람조차 신선이 되는 신비로운 풍경을 자랑합니다. 마치 한 폭의 산수화 속으로 들어가 무릉도원을 거니는 착각에 빠져들게 하는데요. 비단 빼어난 자연경관 때문만은 아닙니다. 곳곳에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들어선 인공적 장치들이 남녀노소 누구나 절경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덕분인데요. 월간 <사람과 산> 신영철 편집주간의 ‘세계산책’은 장가계의 장엄한 자연과 함께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사람 풍경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반 자연, 반 인공으로 관광산업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장가계의 특별한 풍경 속으로 여행을 떠나 볼까요?
기이함과 수려함의 풍경구,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다
백룡동굴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만난 석봉들, 수직 승강기를 타고 정상에 오른다
중국의 장가계는 지난 1982년 등록한 중국 최초의 국가 삼림공원입니다. 4,810헥타르의 광활한 면적으로 둘러싸인 공원의 가장 주목할만한 지리적 특징은 역시 사암 기둥인데요. 700m에서 1,500m에 이르는 수천 개의 돌기둥들은 광활한 공원 전체에 산재하여 장관을 이룹니다. 특히, 장가계 삼림공원 안에 있는 무릉원 풍경구는 1992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장가계 공원 입장료는 250위안, 대략 44,000원 정도인데요. 입장권은 3일간 유효하며, 대규모의 공원 안에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무료 셔틀버스가 제공됩니다. 경이로운 자연의 조화에 도원경을 헤매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곳곳에 관광객 편의를 위해 설치해 놓은 인공적 장치 덕분에 여행은 훨씬 수월해집니다.
수백 미터의 석봉들이 도열하듯 시야를 채우고 있다
엘리베이터, 모노레일, 케이블카 등 한국의 국립공원 같으면 어림도 없을 구조물들도 많이 눈에 띄었는데요. 1초에 3m를 상승하며 335m 높이를 단숨에 올라가는 관광객 전용 백룡엘리베이터는 세계 제일의 관광전용 엘리베이터로 기네스 기록에도 올라 있어요. 더욱 불가사의한 것은 돌산 수평 동굴로 몇백 미터 들어가면 그곳에서 156m를 뚫은 수직 동굴을 오르다 갑자기 통유리가 환해지며 엘리베이터가 암벽 밖으로 나오는데, 나머지 170m는 암벽에 수직 철강구조로 설치해 놓은 것을 오른다는 점입니다.
아바타에서 공중에 뜬 산으로 묘사한 무수한 석봉들
고난도 기술로 완성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 마주한 풍경구는 하늘로 솟은 바위봉이 수풀처럼 하늘을 받들고 봉우리 사이마다 아득한 계곡들이 얽혀 있어 마치 시안의 병마총을 무한 확대해 놓은 듯한데요. 기이함과 수려함에 인간의 솜씨까지 더해진 삼위일체의 아름다움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세계 최장 케이블카로 오르는 천문산 '귀곡잔도'
천문산 정상부에 있는 유서깊은 사찰 '천문사'
1,250m 높이의 암벽에 자연 동굴이 뻥 뚫리고 그것이 마치 거대한 문처럼 보인다고 해서 ‘천문산(天門山)’이라 불립니다. 장가계 풍경구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유명한데요.
주택 위로도 케이블카는 지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장가계 도심으로부터 해발 1,518m 정상까지 세계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편도 7.45Km)가 운행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빌딩 사이를 지나고, 아파트 위로, 시 외곽의 농가 지붕으로도 거침없이 달리는 케이블카라니, 눈으로 보고도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광경인데요. 케이블카를 타고 출발하자 눈앞에 거대한 암봉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99고갯길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천문(天門)’은 러시아 비행사들이 동시에 4대의 비행기를 통과시킬 만큼 큽니다. 그 아래로는 99고갯길이라는 산간도로가 역시 정상으로 이어져 있으며, 정면으로는 말로만 들었던 ‘귀곡잔도’가 보였습니다.
해발 1,000m가 넘는 절벽 허리를 감싸고 도는 귀곡잔도
절벽과 절벽 사이에 선반처럼 매달아 놓은 다리 길을 가리키는 귀곡잔도는 절벽바위를 뚫어 가로막을 꼽아 인위적으로 만든 다리입니다. 99고갯길도 모자라 저렇게 산을 파헤친다는 게 말이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요. 특히, 1,430m에 이르는 높이에서 어떻게 공사를 할 수 있었는지 그저 불가사의하기만 합니다. 한술 더 떠 다리의 바닥은 유리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유리잔도의 파손과 미끄러움 방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버선 대여비까지 받고 있었는데요. 아찔한 높이에 발을 질질 끌고 걷다 보면 착용한 버선은 어느새 걸레가 되고 말죠. 아래를 내려다보면 오금이 저리지만 돈 내고 청소를 시키는 무서운 중국 상술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하지만 협곡과 돌 봉우리 숲의 장관을 쉽게 탐승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문명의 이기가 내심 고마웠습니다.
장가계에 보석을 심다, 인공호수 ‘보봉호’
전기로 모노레일을 달리는 꼬마기차는 오히려 친환경적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대부분 산책로와 인접해 있지만, 광대한 풍경구 전체를 다 보려면 최소한 한 달은 걸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주어진 며칠간의 여행에 문명의 도움으로 장가계 풍경구를 짧은 시간에 돌아볼 수 있었는데요. 특히, 수요사문, 금편계곡, 삼림공원에서 원가계, 천자산, 오룡채를 3대의 엘리베이터가 연결하고 있어 더욱 편리합니다. 모노레일을 타고 들어가야 하는 ‘십리화랑’의 세 자매 봉은 협곡의 양쪽으로 또 다른 기이한 석봉과 봉우리와 암석이 한 폭의 거대한 산수화처럼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인공으로 만들어진 보봉호에 많은 관광선이 떠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장가계 풍경구의 보석이라는 ‘보봉호수’였습니다. 반 자연, 반 인공의 거대한 호수라는 설명처럼 보봉호는 댐을 쌓아 물을 막아 만든 인공호수인데요. 발전도 하고 암벽에 수로를 내어 인공폭포도 만들어 놓아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습니다. 수심 72m에 작은 섬과 함께 물을 감싸 안고 있는 봉우리까지 마치 산 속에 푸른 비취보석이 박혀 있는 듯 아름다웠습니다. 유람선을 타고 모퉁이를 돌 때마다 이곳의 토하족 원주민 남녀가 번갈아 나타나 불러주는 사랑의 세레나데는 발상이 유치하다고 느끼기는커녕 신선이 되어 무릉도원에 머무는 묘한 감동을 받게 되는데요. 굴뚝 없는 산업이라는 관광산업의 진면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위대한 자연에 인간의 기술을 더하다
중국은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앞세워 최적의 산악관광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쥐만 잘 잡는다면 고양이가 희든 검든 아무 상관이 없다’는 중국의 개혁정신은 이곳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이처럼 반 자연, 반 인공으로 관광산업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중국을 보며 세계 각국이 자연 보호와 관광객 유치 수단으로 케이블카를 적극 활용하고 있음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호주 블루마운틴 국립공원에는 7km가 넘는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또, 유럽의 알프스 산맥에는 케이블카가 2,500개나 설치되어 있고, 일본은 29개 국립공원에서 40여 개의 케이블카를 운영하고 있으며, 남아공의 테이블마운틴과 중국의 황산과 화산에도 케이블카가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케이블카는 모두 자국의 엄격한 환경에 대한 평가를 받은 후에 설치된 것입니다.
중국 호남성(湖南省) 서북부에 고립되어 소수민족들이 살아가던 산골 마을이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우뚝 선 것은 자연의 아름다움만으로는 해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장가계는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오도록 만드는 편리한 인공장치를 더해 수려한 산수를 그림 속에서 끄집어낸 실용성이 더욱 돋보이는 관광명소인데요. 자연과 사람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장엄했던 장가계의 풍경은 오래도록 가슴 속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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