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마트워치가 각광받고 있다.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스마트폰에 이어 이제는 웨어러블 컴퓨터의 시대가 온 것이다. IT 기업에게 있어서는 성숙기에 접어들어 가격경쟁과 수익성 악화가 진행되는 스마트폰을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기회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단연 주목받고 있는 것은 세계 스마트폰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과 애플의 행보이다. 안드로이드폰인 삼성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점유율과 개방성을 차지한 삼성과 iOS를 앞세워 트렌드를 이끄는 아이폰의 애플이 다시 한 번 스마트워치를 통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두 회사가 스마트워치를 성공시키기 위해 어떤 도전을 하고 있으며 진정한 의미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살펴보자.
애플의 '아이팟 나노 6세대', 스마트워치의 가능성
시계가 단순히 시간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기능을 한다는 기능은 아주 예전부터 존재했다. 일본 시계 기업이 전자시계에 숫자 버튼이 포함된 작은 키보드를 달아 계산기와 각종 스케줄 관리 기능을 넣기도 했다. 그렇지만 일부 매니아들의 영역으로만 남았을 뿐 대중적으로 의미 있는 호응을 얻지 못했다.
2010년 9월, 아이폰을 맹렬한 혁신을 일으키고 있던 애플이 주력 MP3플레이어인 아이팟의 새로운 모델을 공개했다. 가장 소형으로 만든 아이팟 나노 6세대였는데 정사각형 형태였고 얇고 가벼웠다. 더구나 아이폰보다는 제한적이지만 작은 화면에서 앱을 쓸 수 있었다. 아이팟 나노는 이런 특성 때문에 단순한 음악 기기 이외의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액세사리를 만드는 서드파티 제조사들은 정사각형 형태의 아이팟 나노를 위한 시곗줄을 만들었다. 그러자 손목시 계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된 아이팟 나노는 앱을 설치하고 터치조작도 가능한 아이폰의 시계 버전이 되었다. 더구나 가격도 훨씬 저렴했다. 이런 변형은 의도하지 않게 새로운 '스마트워치'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애플이 굉장한 혁신적 행보를 걷고 있던 터라 사용자들은 어쩌면 애플이 아이폰을 완전히 시계 형태로 줄인 기기를 내놓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
아이팟 나노에서 아쉬운 점은 블루투스를 지원하지 않기에 유선으로 음악을 들어야 하며 다른 기기와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사용자들은 다음 세대 기기에는 이대로 블루투스 기능이 추가를 바랐지만, 2011년에 출시된 아이팟 나노 7세대는 블루투스가 추가되는 대신 기다란 직사각형 형태로 출시되었다. 당시 애플은 진지하게 아이팟 나노를 스마트워치로 만들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그 이후 애플이 곡면유리를 사용한 스마트워치인 ‘아이워치’를 만든다는 소문이 외신 사이에서 새어 나왔다. 스티브 잡스가 죽은 후 혁신과 성장동력이 끊겼다는 목소리와 함께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이어 스마트워치로 새 시장을 열 것이라는 예측을 가져왔다. 그리고 마침내 잡스의 뒤를 이은 CEO 팀 쿡이 "깜짝 놀랄 만한 기기를 만들고 있다"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삼성 '갤럭시 기어', 스마트워치 시장의 문을 열다!
하지만 애플이 주저하고 있는 사이에 삼성이 먼저 스마트워치 시장에 진입했다. 2013년 9월, 삼성은 IFA 2013에서 공개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갤럭시 기어'를 공개했다.
갤럭시 기어는 1.63인치 크기에 320*320 해상도 스크린을 장착했으며 터치스크린 기능을 통해 손가락으로 조작하는 시계였다. 190만 화소의 카메라를 내장했고 스마트폰과 동일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했으며 생활방수를 지원했다. 몇 가지 특성을 제외하면 대체로 스마트폰에서 이미 대성공을 거둔 갤럭시 시리즈를 그대로 축소한 형태에 가까웠다. 다만 자체적으로 통화는 하지 못하고 갤럭시 노트와 연동해서 사용할 수 있었다.
애플 못지않게 삼성 역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고 있었다. 또한, 이즈음 점유율에서 애플을 추월했다는 평가를 받은 만큼 뛰어난 추격자에서 벗어나 업계를 이끄는 선두주자로서 혁신성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기대감도 동시에 받았다. 세계 시장을 향해 삼성이 더이상 남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앞서서 제품을 만들고 혁신을 주도한다는 이미지를 주어야 했다. 스마트워치는 그런 긍정적 이미지를 주기 알맞기에 애플보다 먼저 발표하게 된 것이다.
이 부분에서 갤럭시 기어는 확실히 삼성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었다. 하지만 서둘러 내놓은 탓에 제품 완성도가 부족했다. 스마트폰용 안드로이드는 배터리를 필요 이상 많이 소모했고 반응성이 썩 좋지 않았다. 내장 카메라는 사생활 침해 논란을 일으켰으며 둔탁한 사각형 디자인과 플라스틱 시곗줄은 삼성이 고급 시계 사용자의 패션 요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들었다. 더구나 아이팟 나노에 비해 가격도 비싼 편이었다. 갤럭시 기어는 결국 상업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런 방법은 틀리지 않았다. 삼성은 애플과 동일한 선상에서 같이 출발한다면 결코 이길 수 없다. 애플은 실리콘밸리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기민하고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있다. 삼성이 애플과 제대로 경쟁하는 방법은 먼저 출발하고 미리 준비하며 핵심 기술을 확보하면서 시장의 변화에 더 빨리 대응할 역량을 키워놓는 것이다. 갤럭시 기어의 상업적 성패와 상관없이 삼성은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빠르게 개발경험과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스마트워치의 전면전, '애플워치'의 시작!
2014년 9월 9일(현지시각) 애플은 마침내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를 공개했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일반 버전, 가벼운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한 스포츠 버전, 18k 골드로 포인트를 준 에디션 버전 세 종류로 나온 것이 주목을 받았다.
애플워치도 기본적으로는 이전의 스마트워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곡선을 넣은 사각형에 272x340 해상도 디스플레이를 탑재했고 터치 기반의 조작방식을 채택했다. 특징으로 손목시계의 용두를 '디지털 크라운'이라 이름 짓고 스크롤, 확대/축소, 앱 선택에 쓸 수 있도록 만든 점이 있다. 시계 뒷면에 위치한 센서는 사용자의 심박 수를 잴 수 있고 NFC가 내장되어 있어 아이폰과 연동하여 애플 페이를 사용할 수 있다. 사용자의 피부 접촉을 인식해서 보안 인증에도 이용한다.
애플워치는 이전에 출시된 삼성 갤럭시 기어를 비롯한 많은 경쟁업체의 스마트워치에서 교훈을 얻었다. 사생활 침해 논란을 부른 카메라를 탑재하지 않았고, 운영체제를 스마트워치에 맞게 다시 만들었다. NFC 내장을 통해 결제에 이용하는 활용성을 갖췄다.
2015년 4월 10일부터 애플스토어에서 판매를 개시한 가운데 해외언론의 예상으로 2주간 300만대 가량이 판매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경쟁 제품인 안드로이드 웨어 탑재 스마트워치의 2014년 전체 판매량인 72만대를 4배 이상 앞지른 수치이다.
'패셔너블'한 애플 vs '기능성'의 삼성
이처럼 애플이 초기 시장개척에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애플은 패션에 신경을 썼다. 삼성이 갤럭시 기어에 이어서 삼성 기어, 기어 핏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통해 꾸준히 성능을 개선하고 기능을 늘렸음에도 계속 지적받은 점이 패션이었다. 분명 기능도 쓸 만하고 가격도 합리적이지만 손목에 단 하나만 찰 수 있는 패션아이템으로서는 품격이 부족했다. 그런데도 이후 제품에서 삼성은 부분적으로만 개선했을 뿐 제대로 패션과 결합하려고 시도하지 않았다.
삼성이 주목한 것은 기능성이었다. 실험작이었던 갤럭시 기어를 통해 가능성을 실험한 뒤, 삼성 기어에서는 운영체제를 타이젠으로 바꿔 반응성을 향상시키고 카메라를 삭제했다. 스마트폰에서 각광받았던 기능과 헬스 기능을 이용해서 스마트워치를 보다 쓸모 있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기어 핏에서는 디자인을 간결화시키고 피트니스 기능에 특화시키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디자인에 대해서는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디자인이 쓸 만해지는 것과 패션에 결합시키는 것과는 다른 문제였다. 스마트폰은 실용품으로서 누구나 휴대폰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점이 있었다. 패션과 어울리는지를 따지기에 앞서 통화를 하고 데이터를 이용하려면 어느 회사 제품이든 구매해야 한다. 그러나 시계는 다르다. 시계 자체를 차고 다니지 않는 사람이 많은 가운데 단지 시간을 확인하는 용도라면 휴대폰으로도 충분하다. 비싼 값을 주고 시계를 따로 구입하는 사람은 자기 품격을 나타내는 액세서리로서 구입하는 것이다.
애플은 이런 면에서 패션을 중시하는 사용자도 그다지 거부감을 가지지 않을 정도의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다. 물론 충분하지는 않다. 스위스 시계의 명성이나 명품업체의 브랜드 이미지에는 모자란다. 따라서 애플은 모자라는 부분을 채우기 위해 스위스 시계 기술자 영입을 시도하기도 하고, 명품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를 데려오기도 했다. 삼성은 그런 시도가 없었다. 철저히 기능적인 요소를 개선하는 데 몰두했을 뿐이다. 그것이 삼성기어와 애플워치의 판매량 차이를 만들었다.
스마트워치, 트렌드는 패션과 프리미엄!
사실 애플워치가 장점만 보여준 것은 아니다. 삼성이 의욕적인 추진에도 불구하고 기어 시리즈의 판매가 부진했고, LG가 나름 클래식한 시계처럼 내놓은 G워치 시리즈도 반응을 얻지 못했다. 모토로라와 소니의 스마트워치 역시 판매량을 따지는 게 무의미할 정도의 실적밖에 거두지 못했다. 따라서 애플워치는 많은 경쟁업체들에게 마치 아이폰처럼 혁신적인 방향성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되었다.
그렇지만 애플워치 역시 기능에서는 다른 업체들이 내놓았던 것과 차이점을 제시하지 못했다. 디지털 크라운 기능이 조작성에서 약간 진보했고 탭틱엔진이라고 하는 진동활용법이 약간 나은 점이다. 애플은 애플워치를 홍보하는 대부분 시간을 패션을 결합시키고 품격을 강조하는 데 썼다.
또한, 기본가격이 1만 달러(약 1천만 원)가 넘는 애플워치 에디션을 통해 부자들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도 시행했다. 시계시장의 특성을 잘 읽은 전략이지만 시장 자체를 뒤엎을 정도의 혁신성은 아니었다.
따라서 경쟁업체로서는 기능적인 부분에서 추격해야 할 요소가 별로 없다. 그런데도 애플이 보여준 것이 있다면 패션과 결합해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해야만 판매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재질과 세공법, 디테일에서 고급시계를 따라가야 한다는 지향점을 제시한 셈이다.
결국, 애플은 스마트폰 기능이 들어간 고급 시계로서 애플워치를 자리매김해서 성공시킬 전략이다. 이 부분은 이제까지 기어 시리즈를 철저히 스마트폰의 연장 선상에서 접근했던 삼성에게도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최근 삼성이 갤럭시S6를 패션워크에 등장시킨 것과 결합해서 보면 앞으로의 트렌드(유행)을 짐작할 수 있다.
LG는 아날로그 시계 안에 스마트폰을 품은 어베인을 내놓았고 모토로라는 멋지고 친숙하지만 스마트한 시계를 추구하고 있다. 중국 화웨이까지도 고급 시계로서 스마트워치를 내놓고 있다. 앞으로 어떤 혁신적인 스마트워치가 나와서 우리 마음을 끌어당길지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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