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을 준비하며 인터넷으로 숙소 예약 사이트를 둘러보는 중이었다. 바르셀로나 지역의 적당한 호스텔을 골라 결제하려고 보니 '숙박비 외에 1박에 인당 0.72유로의 도시세를 현지에서 더 내야 한다'는 내용이 표기되어 있었다. 어른이 둘인 우리 가족은 4박 5일을 머무를 경우, 도시세로 총 6유로(0.72*2*4)를 더 내야 했다.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가뜩이나 스페인 내에서 물가가 비싸기로 소문난 바르셀로나에서 별도의 세금까지 내려니 왠지 손해 보는 기분이 들었다.
유럽 여행 중 만나는 낯선 세금, '도시세(City Tax)'
대체 '도시세'가 뭐길래? 영어로는 City Tax, 직역하면 '도시세'이지만 정확한 의미는 지방 정부에서 해당 도시를 관광하는 여행자에게 받는 '여행자 체류세'에 가깝다. 알고 보니 스페인뿐 아니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벨기에 등 유럽 국가의 유명한 관광 도시들은 도시세를 받는 곳이 많다. 지역, 숙소의 등급, 시즌, 여행자 나이별로 세율과 규정이 각기 다르지만, 호텔, 호스텔 등 숙박 업소를 이용할 때, 숙박한 기간만큼 인원수 별로 곱해 지불하도록 의무화되어 있다.
도시세의 다른 이름, '숙박세(Bed Tax)'
그럼, 도시세는 유럽에만 있는 걸까? 숙박세(Bed Tax), 여행자세(Tourist Tax), 호텔세(Hotel Occupancy Tax, Hotel Room Tax, Transient Accommodations Tax) 등 이름만 다를 뿐, 관광지로 유명한 다른 지역에도 여행자를 대상으로 하는 세금이 있다. 가까이 일본 도쿄에서는 하루에 인당 100엔씩의 숙박세를 거둔다. 하와이 호텔 숙박 시에는 소비세 4.7% 외에 9.25%의 숙박세가 더 붙는다. 캘리포니아, 오레곤, 포틀랜드 등 미국의 47개 주에서도 여행자에게 저마다 다른 세율로 체류세를 과세하고 있다. 로키산맥으로 유명한 캐나다 앨버타 주에 체류하려면 호텔 요금에 5%의 GST(연방세)와 4%의 관광세를 더 내야 한다. 이들 세금은 매년 큰 폭으로 오르고 있으며, 새로 도입하는 도시도 늘고 있다.
새로운 여행세, '환경세'
도시세(숙박세) 뿐 아니다. 우리가 신혼여행으로 많이 찾는 몰디브는 관광수입이 국내총생산(GDP)의 70% 이상을 차지해 관광객에게 부과하는 세금의 종류도 다양하다. 모든 관광 관련 상품에는 12%의 T-GST(Tourism Goods and Services Tax)가 붙고, 올 11월부터는 몰디브에 입국하는 관광객에게 환경세(Green Tax)로 하루에 6달러씩이 부과된다. 세수는 리조트 시설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해수면 상승으로 매년 조금씩 잠긴다는 몰디브의 환경 실태를 고려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다가도 여행을 계획하는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그 밖의 판매세, 주세, 연방세, 소비세, 부가세 ?!
여행자에게만 해당 되는 것은 아니지만, 주세와 연방세, 소비세, 부가세 등 국가마다 다른 세금체계와 낯선 명칭도 우리를 당황케 한다. 제품 가격에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어 실제로 내는 금액이 표기된 제품의 가격과 같은 한국과는 달리, 외국에서는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에 별도의 세금이 부과된다. 물건이 싸다고 덥석 집어 들었다가 막상 영수증을 보면 씁쓸해지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세금 징수 방식의 차이이지만, 떠나기 전에 알아둬야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 태국, 호주 등에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소비세의 일부를 환급해 주기도 하니 미리 공부해 두면 알뜰 여행을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된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세금이 있다'는 말이 있다. 이제 내가 사는 이 나라뿐 아니라 잠깐 들르는 여행지에도 해당하는 이야기가 되었다. 갈수록 늘어나는 여행자 세금, 각국 정부의 재정난 해소에 도움이 될까? 아니면 관광산업에 타격을 주게 될까? 중요한 것은 여행자 스스로가 미리 알고, 지킬 의무를 다하는 동시에 누릴 권리도 함께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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