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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토크/대학생경제읽기

인터넷 전문은행, 인터넷 뱅킹 강국 한국에서도 통할까???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은 미래창조과학부·금융위원회 등 5개 부처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핀테크에 대해 언급하며 “연말에는 이 분야에서 발전한 모습을 보게 해달라."라고 주문했다. 당시 우리·IBK기업·NH농협은행으로 대표되는 시중은행을 비롯한 국내 금융사들이 이미 자회사 형태의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고, 대통령의 주문이 있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 및 관련 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인터넷 전문은행 TF팀이 꾸려졌다.

인터넷 전문은행(Direct Bank)이란 소수 점포 혹은 무점포로 대부분의 금융 관련 업무를 인터넷·모바일·자동 입출금기(ATM) 등을 통해 하는 은행을 말한다. 인터넷은행은 무점포 영업을 통한 저렴한 업무 처리 비용을 이용하여 기존 은행보다 낮은 수수료, 유리한 금리 제공 등 금융소비자 효용 증대 및 은행업 경쟁 촉진 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인터넷 은행 이미지


4월 16일(목), 금융연구원 산하의 이 TF팀의 주최로 ‘한국형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방안’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다.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된 한국형 인터넷 전문은행이 탄생할 수 있는 적기이자 호기”라고 말하며 올 연말 안에 한국형 인터넷 전문은행을 탄생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금산분리, 금융실명제, 업무 범위, 자본금 규제 등 해결해야 할 핵심 이슈들이 너무 많지만, 정부의 강한 의지, 금융사 및 비금융사들이 다양한 형태로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최소한 올해 안에 한국형 인터넷 전문은행의 윤곽이 드러날 것은 확실해 보인다.


· 금산분리 이슈: 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현행 제도하에서는 비금융사 지분 한도가 4%로 제한되어 있지만, 금융위원회는 이 제한을 대대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미 결제나 공금 업무에 진출해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한 IT 기업들과 금융기관의 합종연횡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금융실명제 이슈: 현행법상 금융사는 반드시 대면으로 고객의 실명을 확인해야 한다. 온라인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인터넷은행은 금융실명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설립이 어렵다.



한국은 이미 인터넷 뱅킹 강국

한국은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등 금융권에서의 IT서비스가 가장 잘 발달한 나라이다. 인터넷뱅킹 이용률은 80%에 육박한다. 기존 은행들은 이미 인터넷 및 모바일뱅킹을 통해 예금, 대출, 송금 등 대부분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약 20여 년 전에 인터넷 전문 은행을 도입한 미국, 영국, 일본의 당시 상황과 비교해 지금의 한국은 앞선 금융 인프라가 너무도 잘 구축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형 인터넷 은행이 단순히 인터넷 뱅킹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이라면 고객들이 굳이 인터넷 전문 은행을 찾을 이유가 없다. 소비자들이 느끼기에 인터넷 뱅킹과 인터넷 전문 은행의 유일한 차이점은 ‘처음 은행 계좌를 만들 때 은행점포를 들르느냐, 아니냐’일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인터넷 전문 은행이 보안을 위해 은행 계좌를 만들 때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어 놓는다면 차라리 집 앞의 은행 점포를 찾아가는 게 더 편할 수 있다. 즉, 기존의 것과 다른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지 않는 한 한국에서의 인터넷 전문 은행의 파급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인터넷 강국 한국 이미지


물론 인터넷 전문 은행은 무점포 영업이라는 성격 자체로 낮은 수수료, 높은 금리 등과 같은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는 지속적인 비즈니스 모델로서 한계가 크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실질적으로 제로 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터넷 전문 은행의 ‘금리 차별화’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한국의 추세 또한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므로 단순한 가격 경쟁력만을 내세운 인터넷 전문 은행은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한국형 인터넷 전문은행의 사업모델은 어떻게 수립되어야 할까?


새로운 채널전략과 타 산업과의 제휴를 통한 시너지 발생 및 고객층 확대

한국형 인터넷 전문은행의 사업모델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지금으로써는 해외의 다양한 인터넷 전문은행들의 사례를 국내 상황과 비교·분석하고 그 과정에서 한국에 적합한 모델을 찾는 것이 좋은 방법으로 보인다.

성공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며 자리 잡은 대표적인 해외의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미국의 '찰스슈와브뱅크(Charles Schwab Bank)'를 들 수 있다. 찰스슈와브뱅크의 총자산 규모는 미국 내 인터넷 전문은행 중 1위이며 총자산이 약 116조 원으로 외환은행 총자산(114조 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순이익은 한 해 약 1조 1000억 원 안팎에 달해 지난해 외환은행 실적(3651억 원)의 세 배에 달한다. 설립 10여 년 만에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수치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찰스슈와브뱅크는 미국에서 선도적으로 인터넷 주식 거래를 시작한 것으로 유명한 증권사인 찰스슈와브의 자회사이다. 여기서 이 은행의 차별화 포인트가 나온다. 찰스슈와브증권과 제휴해 실시간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기반 '슈와브 인텔리전트 포트폴리오' 시스템이 소비자 성향을 분석해 모바일로 실시간 자산 배분에 대한 최적치를 수수료와 상담료도 없이 제공한다. 미국에서 모든 인터넷 전문은행이 다 잘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유념할 때, 기존 은행과 확실한 차별화 전략을 제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미국 내 수익성이 가장 좋은 디스커버뱅크가 기존의 카드사가 세운 은행이라는 사실을 볼 때, 기존의 증권사나 카드사 등과 연계하여 시너지를 발생시키는 곳이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 잡은 것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채널전략 이미지


유럽은 최근 대형 은행들을 중심으로 젊은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인터넷 전문은행을 도입하고 있다. 포르투갈의 밀레니엄BCP는 ‘액티보뱅크(Activo Bank)’를, BNP파리바는 ‘헬로뱅크’를 설립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IT 기업들도 유럽 시장을 타깃으로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을 준비 중이다. 중국 역시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인터넷 전문은행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텐센트는 중국 최초의 인터넷 전문은행인 ‘웨이중(微衆, Webank)’을 설립해 올해 1월부터 시범운영을 하고 있고, 알리바바는 6월 중 ‘마이뱅크’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중국은 국토가 넓은 만큼 금융소외자들이 많다는 점을 이용하여 기존 은행 업무로 해결하지 못한 틈새시장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에서 그들만의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인터넷 전문은행을 도입하려는 한국의 움직임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이 가능해지기 이전에 기존의 서비스와 차별화된 한국형 인터넷 전문은행의 사업모델이 제대로 수립되어야 한다. 만약 반대의 경우라면, 금융 인프라가 비교적 잘 구축된 한국에서 공급 과잉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그에 따른 부실화로 인터넷 전문은행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도입은 필연적으로 우리의 금융활동을 더욱 편안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우리는 은행에 가지 않더라도 인터넷뱅킹을 신청할 수 있고 예금, 이체, 대출 업무 등 모든 은행 업무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인터넷이나 모바일만으로 간편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금융사 간의 제휴가 이루어지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설립된다면 더 많은 소비자들이 금융 투자에도 발을 쉽게 들여놓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다양한 IT산업과의 제휴로 새로운 채널을 통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증권업, 은행업, 보험업의 연계로 고객들에게 ‘종합적인 자산 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한국형 인터넷 전문은행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