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캠퍼스토크/대학생경제읽기

매뉴팩쳐 서울 - 종로는 귀금속, 성수동은 수제화, 동대문은 패션 메카로!

돌반지나 커플링을 맞추려면 어디로 가세요? 서울의 종로에는 수많은 귀금속 상점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저렴하게 옷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동대문으로, 명함이나 판촉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을지로로 가야 합니다. 이렇듯 지역의 특화된 시장은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일 수밖에 없는데요. 생산자들은 같은 상품을 모아 판매함으로써 원가를 낮출 수 있고, 소비자들은 다양한 상품을 비교하여 구입할 수 있어 만족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일한 상품을 공급하는 생산자들의 담합이나 선택에 혼란을 느끼는 소비자들의 외면 등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많습니다.



서울시는 같은 분야의 제조업체들이 모인 곳을 보다 발전시키기 위한 ‘매뉴팩쳐 서울’ 정책을 제시하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지원을 펼칠 예정입니다. 그럼,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살펴볼까요?


매뉴팩쳐 서울, 특화된 시장을 제대로 활용하자!

서울시가 제시한 ‘매뉴팩쳐 서울’ 정책은 지역마다 특화된 시장들을 활용하여 제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된 것입니다. 미국의 ‘매뉴팩쳐 뉴욕’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인데요. 글로벌 패션 중심지인 뉴욕 맨해튼은 시 예산을 투입해 인근 브루클린에 독립 디자이너와 영세 봉제근로자를 위한 센터를 마련하고, 디자이너와 봉제 근로자들의 협업을 통해 디자인 개발부터 제품생산 및 품질관리까지 한 번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경쟁력을 키웠습니다.


매뉴팩처 뉴욕 캠페인 영상


‘매뉴팩쳐 서울’ 역시 서울 도심에 5개의 제조산업단지를 육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는데요. 즉, 종로 귀금속산업단지에 주얼리지원센터를 만들고, 동대문에 패션·봉제의 거점시설을 신설하고, 제기동 약제시장의 한방타운에 한방산업진흥센터를 설립하고, 을지로 인쇄타운에 서울인쇄센터를 세우고, 성수동의 수제화타운에 구두공동판매장을 운영한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다시 말해, 같은 분야의 제조업체들이 모인 지역을 지원하여 더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목적을 담고 있습니다.



유사한 상품을 판매하는 상점이 모여 '집적 이익' 창출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모여 있을수록 경쟁이 과열되어 다시 흩어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하지만 경제학적 요인들을 살펴보면, 한곳에 모여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생산자에게나 소비자에게 더 이득이라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유사한 상품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한곳에 모이게 될 경우, 생산자들은 ‘집적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재봉틀과 귀금속 이미지


생산자가 얻을 수 있는 직접 이익은?

1) 중간재 생산요소를 공유할 수 있다

동대문의 패션업체들은 단추를 제작하는 업체에서 따로 단추를 공급받아 옷을 제작합니다. 단추를 만드는 업체들 또한 상대적으로 단추에 대한 수요가 많은 동대문에 위치한 여러 상점들에게 납품하는 것을 선호하죠. 옷을 파는 상점들도, 단추를 파는 업체도 동대문과 같은 업종이 모여있는 곳에서 중간재를 더 다양하고 저렴한 가격에 사고팔 수 있어 훨씬 이득입니다.


2) 노동 풀(pool)을 공유할 수 있다

동일한 작업을 하는 제조업체가 모여있다는 것은 유사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것이죠. 을지로 인쇄타운에서는 숙련된 인쇄공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으며, 숙련공 역시 고용수요가 가장 많고 비슷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이곳이 적응하기 쉽습니다. 이처럼 동일 업종이 모인 곳에서는 노동력 매칭의 성공 확률이 다른 곳보다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3) 지식의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동일한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의 교류는 정보 교환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제기동 약재시장의 한방타운의 경우, ‘약재’라는 공통된 주제로 많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데요. 즉, 더 좋은 약재를 구하는 법이나 효율적인 보관법, 효과적인 마케팅 등 상점 운영에 관한 여러가지 아이디어들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러한 약재 생산자들 간의 지속적인 교류는 전체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발전을 촉진시킵니다.



좋은 상품 비교 ・ 구매로 소비자 입맛 사로잡기

그렇다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소비자들은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만족을 누리려고 합니다. 그래서 가격도 낮으면서 품질도 좋은 상품을 찾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직접 비교하여 구매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이죠.


동대문패션타운과 신발가게


귀금속을 살 때 종로를 찾고, 인쇄를 맡기기 위해 을지로를 방문하며, 약재가 필요할 땐 제기동을 찾고, 동대문에서 옷을 사고, 성수동에서 구두를 사는 것은 모두 이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즉, 소비자에게는 동일한 상품을 취급하는 상점들이 모여있는 곳이 다른 곳보다 더 저렴하고 품질 좋은 상품을 비교해서 구매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어요. 우선 동일한 상품을 공급하는 생산자끼리 담합을 통해 가격을 올리고 품질을 저하하는 등의 폐해가 생길 수 있는데요. 또, 과도한 경쟁으로 지나친 호객행위를 펼쳐 소비자들로 하여금 부담을 느끼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소비자 역시 지나치게 다양한 상품으로 선택에 혼란을 느껴 오히려 외면을 받기도 합니다.



장점은 키우고, 단점은 줄이고

이처럼 비슷한 업종을 모아 집적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매뉴팩쳐 서울’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킬 실천방안이 필요합니다. 특히, 시너지효과 등의 장점은 극대화하되, 담합이나 호객행위 등의 단점을 제거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할 텐데요. 이러한 적극적인 실천은 제조업과 도소매업을 함께 부흥시킬 좋은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지속해서 대두되고 있는 실업 문제를 해결하여 우리 경제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뭉치면 산다’는 신념으로 함께 모여 막강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매뉴팩쳐 서울’의 성공적인 안착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