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버터칩, 지금의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은?

 

허니버터칩이 정말 인기입니다. 편의점에 갈 때마다 허니버터칩이 매대에 진열돼 있는지 살피고 점원에게도 물어보지만, 언제나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한 박스씩 밖에 공급이 안 돼서 시간을 맞춰 와야만 살 수 있다고, 자기네들도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이죠. 혹시나 물건이 들어오면 전화 달라고 전화번호를 남겨도 기약 없습니다. 허니버터칩 품귀 현상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든 일은 허니버터칩을 먹으면서 아이맥스 영화관 상석에서 인터스텔라를 관람하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을 지경입니다. 허니버터칩을 생일선물로 받았다고 페이스북에 사진이라도 올라오면 '부럽다', '같이 좀 먹자'는 댓글이 우수수 달리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허니버터칩을 증산해야 할까?"하는 질문은 아마 해태 관계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이슈가 아닐까합니다. 과자 제품의 선풍적 인기와 시장의 매니악적 반응이 자주 오는 기회는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지금과 같은 '품귀'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모처럼 찾아온 '매출 수확'의 기회를 최대로 이용해 증산에 돌입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겠지요. 이 질문이 고민이 되는 이유(혹은 딜레마로 느껴지는 이유)는 '허니버터칩의 향후 수요'를 둘러싼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거액을 투자해 허니버터칩을 증산했더니 고객의 입맛이 짭짤한 감자칩으로 회귀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는 몇 년 전 열풍을 일으킨 '꼬꼬면'을 떠올려 보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입니다. 빨간 라면의 시대는 가고 이제 하얀 국물의 시대라고 여기저기서 난리였죠. 어렵게 꼬꼬면을 맛본 소비자들은 그 독특한 맛에 열광하고 지지했지만 결국에는 오래도록 혀에 익숙했던 빨간 국물을 떨쳐내지 못했습니다. 소비자들은 막상 먹어보니 "생각보다 별로다"라는 반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하얀 국물에서 나는 '닭 냄새'보다 빨간 국물의 매콤함이 더 끌리게 된 겁니다. 거기에 증산을 통해 제품을 어디서나 쉽게 구하게 되자 이런 '반감'은 외려 커지고 말았습니다. 결국 1년도 못 돼 꼬꼬면은 마이너 제품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나가사키 짬뽕'도 반짝인기를 끌다가 매출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나가사키 짬뽕이 영역을 현재 유지하고 있듯이 허니버터칩도 '달달한 감자칩'이라는 독자적 카테고리의 선두 제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소비자들이 '짭짤한 감자칩'을 여전히 선호할지 아니면 '달달한 감자칩'을 좋아하는 소비자군이 굳건히 형성될지, 이것이 허니버터칩 증산 여부를 둘러싼 첫 번째 불확실성입니다.

 

두 번째 불확실성은 유사제품의 출시와 시장점유율 잠식 여부라고 할 수 있는데요. 허니버터칩이 인기를 끌자 맛을 모방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달달한 감자칩 시장을 빼앗기 위한 경쟁사의 공격은 충분히 예상되는 반응이지만, 강한 경쟁자는 '동일 업종'이 아닌 다른 산업에서 출현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허니버터칩을 구매하려고 편의점이나 마트를 찾은 고객들은 허니버터칩과 유사한 제품명을 가지고 포장지까지 비슷한 제품에 눈을 돌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쉬운 대로 이것으로 만족하자"라면서 말이죠. 유통업체 PB 제품이 개발되어 많은 물량이 풀릴 경우,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 입니다.

 

이렇게 경쟁사에서 유사제품을 쏟아내고 유통업체까지 PB 제품으로 시장에 가세하기 시작하면 허니버터칩이라는 브랜드는 '진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들이 유사한 '달달한 감자칩'을 언제 어디서든 구매할 수 있으면 허니버터칩을 굳이 찾을 이유가 없어지거나 유사제품을 맛보고 나서 "허니버터칩도 별거 아닐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두 가지 불확실성을 가지고 저는 다음과 같이 4개의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다고 봅니다.

 

 

허니버터칩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1번이고, 최선의 시나리오는 3번일 겁니다.

 

최악의 시나리오(1번)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해태는 허니버터칩 생산량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현 생산량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감산을 준비하는 게 합리적일 겁니다. 경쟁사와 유통업체들이 시장에 나오면, '수확'하면서 시장에서 퇴각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오히려 인상하는 전략도 쓸 수 있습니다. 아니면 현재의 유통경로를 유지하기보다 맥주점 체인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등 독특한 유통경로를 구축하는 것도 좋겠지요.

 

최선의 시나리오(3번)에서는 라인 신설을 통한 증산보다는 타 제품 라인의 전용을 통한 소폭 증산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또한 '허니버터칩 골드'처럼 프리미엄 제품 출시를 통해 달달한 감자칩 부문에서 '새우깡'과 같은 존재감을 확고히 할 수도 있겠죠. 이 경우에도 역시 기존의 유통경로를 통한 대규모 판매 확산보다는 차별화된 경로를 발굴할 필요가 있습니다. 증산하되 소폭에 그침으로써 품귀 현상을 전략적으로 유지하고 해태라는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미 어느 정도 이런 효과를 달성했고요.) 나머지 시나리오(2번, 4번)에서도 허니버터칩을 증산할 이유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허니버터칩이 인기 유지를 위해 나아갈 전략적 방향,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1. 품귀 현상을 즐겨라.
2. 증산하더라도 소폭으로 하고, 언제든 퇴각할 준비를 하라.
3. 새로운 유통경로 개발에 초점을 맞춰라.
4. 타업체와의 co-marketing 전략을 더욱 정교화하라.
5. 허니버터칩 자체보다 '그 이후의 히트 제품' 개발에 매진하라.

 

허니버터칩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지금으로써는 확언하기 어렵습니다. 해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허니버터칩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미리 생각해보고 시나리오를 수립한 후 시나리오별로 어떻게 대처할지 예행연습을 하는 것이죠. 시장의 놀라운 반응과 갑작스런 유행이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 기대하는 순간 전략의 실패는 불 보듯 뻔합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 글은 해당 블로거의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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