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정말 많은 영화를 봤습니다. 1월 2일에 본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부터 최근에 본 '호빗3 : 다섯 군대의 전투'까지 총 57편 정도 되는데요. 아래 사진은 제가 올해 본 영화들의 표입니다. 보통 영화 시사회는 2장을 주기 때문에 중복된 표도 있고, 중간에 분실한 표도 있지만, 그래도 꽤 많이 봤죠? 오늘은 제가 본 2014년 개봉 영화 중 가장 좋았던 영화와 시간이 아까웠던 영화를 각각 소개해 볼까 합니다.
영화 감상은 철저히 주관적이지요. 그래서 제가 재미없게 봤다고 말한 영화가 여러분께서는 재밌게 본 영화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노여워 마시고 너그럽게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경험과 기질에 따라 세상 보는 눈이 다 달라, 같은 영화를 보고도 다른 평을 하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그럼 먼저 제가 보고 실망했던 영화부터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뽑은 2014 WORST 영화 3
이 영화표들은 제가 특히나 재미없게 본 영화들입니다. 작품성은 있지만 지루한 영화도 있고, 작품성도 없는데 재미마저 없는 영화도 있습니다. 여러 영화 평론가의 평도 그렇고, 제 개인적인 생각도 그렇고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들은 재미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재미없지도 않은 무색무취의 기획영화가 많았습니다. 이런 흐름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 같은데요. 영화를 보고 느끼는 짜릿함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영화가 예술이 아닌 대중의 도구가 되어가는 듯해 안타깝네요.
아무튼 제가 올해 본 영화 중 WORST 3를 공개합니다.
3위 더 기버 : 기억 전달자
미국 교과서에 소개될 정도로 미국인이 사랑하는 소설이 원작인 더 기버는 많은 SF영화에 영향을 준 작품입니다. 그러나 내용 자체가 신세계나 이퀄리브리엄과 같은 감정을 오류로 판단하는 디스토피아를 무미건조하게 담고 있습니다. 스토리에 대한 흥미도 떨어지고 무엇보다 액션이 거의 없어 지루합니다. 유일한 위안이라면, 두 남녀 주인공이 선남선녀라는 것뿐이네요.
2위 역린
광해와 관상이 대박을 낸 이후 사극 영화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올해도 역린이나 상의원 같은 영화가 개봉했는데요. 모두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역린은 정조 암살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사극인데, 짜임새가 너무 헐겁습니다. 하루 동안 일어나는 사건을 치밀하고 조밀하게 담아야 하는 스릴러 영화가 너무 자주 과거 회상씬을 넣어 긴장감을 떨어뜨립니다. 또한, 액션 자체에도 과장이 많습니다.
1위 사보타지
액션은 꽤 볼만합니다. 하드코어 액션의 짜임새는 있긴 한데 액션도 많지 않고 줄거리가 참 저질입니다. 마약사범을 잡는 특수부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데 이야기가 중간에 산으로 올라갑니다. 뜬금 없는 러브라인은 실소를 자아내고 마지막 반전도 놀라움 보다는 추악스럽습니다. 유명 배우가 대거 출연한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낭패감만 느꼈습니다.
내가 뽑은 2014 BEST 영화 10
영화적 가치와 재미는 비례하는 듯하면서도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영화 해적 같은 경우는 재미는 있지만 영화적 가치는 별로 높지 않으니까요. 철저하게 상업 영화의 자세를 잘 보여주고 있죠. 대부분 올해의 영화 리스트들이 영화적 가치만 평가해서 순위를 매깁니다. 하지만 제가 여기에서 소개하는 영화들은 영화적 가치도 포함 되지만 재미에 대한 평가도 후하게 줘서 순위를 매겨봤습니다.
10위 국제시장
국제시장은 꽤 잘 만들어진 기획영화입니다. 웃길 때 웃겨주고 울릴 때 울려주는 상업영화의 미덕을 잘 담고 있습니다.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 삼촌의 삶과 닮은 덕수의 삶을 통해 격동의 현대사라는 풍랑을 잘 보여주는 가족 영화입니다.
9위 명량
1,700만이라는 어마무시한 흥행기록을 낸 명량. 지난 여름 전국은 이순신 열풍으로 들썩였습니다. 이 좋은 소재를 왜 이제서야 영화화했을까요? 뭐 이미 이순신 장군 영화가 있긴 했지만 제대로 담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영화 명량은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그대로 재현한 영화입니다. 전반부의 드라마도 좋고 후반부의 해전도 짜릿합니다. 이런 뛰어난 액션과 최민식의 뛰어난 연기가 만나 여름 영화관을 장악했죠.
8위 또 하나의 약속
2013년에 이어 2014년에도 사회성 짙은 영화가 많았습니다. 카트, 한공주 그리고 또 하나의 약속이 대표적인데요. 또 하나의 약속은 시종일관 담백한 연기를 하는 박철민과 김규리, 윤유선의 연기가 볼만합니다. 거대한 자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위대한 아버지의 거룩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고 깊은 우울감에 1시간 이상 종로 거리를 걷게 했던 영화이기도 합니다
7. 한공주
당연히 받아야 합니다. 올해의 발견이라고 할 정도로 한공주 천우희는 올해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여배웁니다. 영화 한공주는 영화를 보는 자체가 아주 힘듭니다. 영화 자체가 가혹한 세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더 힘든 이유는 이 영화가 담은 세상이 다른 나라도 아닌 한국이라는 데 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도 깊은 절망감에 한참이나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전 잘못한 게 없는데요"라는 한공주. 피해자가 가해자를 피해 숨어 살아야 하는 한국 사회를 정면 비판합니다. 특히나 좋았던 것은 어설픈 희망을 심지 않고 끝까지 같은 시선으로 영화를 담은 점입니다.
6위 그녀(her)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면서 가장 관심이 갔던 작품은 노예12년이 아닌 미개봉작이었던 그녀(her)입니다. 컴퓨터 운영체제와의 사랑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그녀는 소재만 독특한 게 아니고 영화의 시선도 흥미롭습니다.
수많은 연인처럼 실제적인 모습을 담지 않고, 내가 만든 환상을 연인의 이미지로 강제 주입하려다가 싸움이 나는 등의 모습이 묘사됩니다. 내가 원하는 아내의 모습과 실제 아내의 모습의 간극을 가상 세계에 사는 그녀를 통해 보여주는 거죠. 사랑의 간극을 잘 표현한 영화입니다.
5위 아메리카 허슬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노예 12년과 함께 각축을 선보일 것 같았던 '아메리칸 허슬'은 10개 부분 후보에 올랐지만, 놀랍게도 단 한 개의 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메리칸 허당이라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볼 것도 없고 해서 끝물에 영화를 봤습니다. 올해 본 영화 중 '레드카펫'과 함께 절 가장 많이 웃겨 주었던 영화였습니다.
사기꾼을 이용해 사끼꾼을 잡는 이 블랙코미디는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크리스찬 베일, 제니퍼 로렌스의 빼어나고 코믹스러운 연기는 관객을 쥐락펴락합니다. 여기에 70년대 히트 팝송을 듣는 재미도 솔솔합니다.
이 장면은 박장대소가 터지는 장면입니다. 제니퍼 로렌스의 광녀 포스가 제대로 나오죠.
4위 인터스텔라
많은 사람이 올해의 영화라고 칭송하는 영화입니다. 드물게 영화평론가와 대중 모두에게 사랑을 받은 작품이죠. 놀란 감독 특유의 치밀한 연출과 놀라운 비쥬얼이 인터스텔라를 올 하반기 최고의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인터스텔라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빼어난 영화입니다.
3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2013년 12월에 개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1월에 봤습니다. 이 영화도 너무 늦게 봤지만 감동은 늦게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버지라는 존재 아니 부모라는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했습니다.
병원의 실수로 아이가 바뀐 두 가정을 통해 아이를 키운 기른 정과 낳은 정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아이가 원하는 삶이 건강한 삶인지 아빠가 원하는 삶이 건강한 삶인 지를 관객에게 묻는 영화입니다. 아버지는 역할이 아닌 시간이라고 말하는 놀랍도록 깨끗하면서도 울림이 큰 영화입니다.
2위 비긴 어게인
비온 후 맑은 여름 하늘을 본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오랜만에 좋은 음악을 2시간 동안 듣고 나온 영화가 비긴 어게인입니다. 영화 원스를 감독한 존 카니 감독의 작품인데 원스가 두 주인공 때문에 뜬 것이 아닌 영화 감독 때문에 뜬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놀랍도록 뛰어난 또 하나의 음악 영화입니다. 기획적인 느낌이 살짝 나긴 하지만 모든 것이 잘 조율된 영화입니다.
빼어난 이야기라는 오선지 위에 배우, 음악과 연출이라는 음표들이 춤을 춥니다. 영화를 보고 너무 기분이 좋아져 눈이 초롱초롱 했던 기억이 나네요.
1위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제가 뽑은 올해의 영화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입니다. 12월 31일 개봉해 새해가 되자마자 본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작품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많은 사람이 본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빼어난 스토리를 가진 작품도 아닙니다. 배우의 연기가 좋았냐? 딱히 그런 것도 없습니다.
100만 명도 보지 않은 이 영화를 전 감히 올해 최고의 영화로 선정하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가슴 벅찬 감정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광활한 자연을 필름으로 담은 장면은 1년 내내 생각났습니다. 찌든 세상을 벗어나 여행을 하는 월터의 모습을 동경했습니다. 깊은 공감대와 함께 아름다운 자연 풍광 그리고 사진가에 대한 이야기가 절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습니다. 이 영화보다 더 큰 청량감을 줄 영화가 나올까 했는데 나오지 않았습니다.
영화 O.S.T가 좋았던 점도 아주 큽니다. 우주 비행사가 지구를 내려다본 기분을 느끼게 해준 아주 고마운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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