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
2013년을 강타한 말입니다. 88만 원 세대의 아픈 모습을 담아내려는 김난도 교수의 책 제목이자 청춘에 힐링을 주기 시작한 멘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2014년에는 이에 대한 다른 시각이 나타났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아프면 환자다"
2014년에는 아프니깐 청춘이라는 문장에 아프면 환자다라는 말이 더해졌습니다. 무언가를 포장하려는 힐링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는 독설적인 시각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겁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과연 아파하는 청준들은 어떤 말을 더 듣고 싶어할까요?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말해주는 것, 혹은 아픈 것은 환자라고 말해주는 것? 어떤 쪽이 더 치유에 효과적일까요? 2014년 예능에서는 이런 고민이 엿보였습니다.
(출처:SBS 힐링캠프 캡처)
먼저 힐링의 대표 프로그램이죠. 이름에서부터 힐링의 느낌이 오는 힐림캠프를 통해 2014년 한해에도 많은 스타가 힐링하고 갔습니다. 션, 정혜영을 시작으로 양현석, 윤상, 장나라, 유연석, 송해, 이미자, 이선희, 김희애 등이 힐링캠프에 출연했지요.
사실 힐링캠프는 2011년부터 시작한 나름 롱런하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롱런에는 또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힐링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이 아닐까 싶은데요. 하지만 최근에는 시청률이 3%대까지 떨어지며 작년 7~8% 시청률에 비해 많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출처:MBC 라디오스타 캡처)
한편, 독설로 인기를 얻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2007년 시작해 8년간 오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라디오스타가 대표적이죠. 썰전, 에브리바디 등 케이블 및 종편에서도 강도 높은 독설 프로그램이 제작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들은 독설 트렌드가 끝나고 힐링이 트렌드가 됐을 때도 살아남아 지금도 인기리에 방영 중입니다. 특히 라디오스타는 게스트를 찬밥 대우하는 것이 특징인데요. 마치 욕쟁이 할머니 집에 온 것처럼 게스트에게 독설을 퍼부으며 그 속에서 정을 이끌어 내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스타를 포장하기 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냉정한 판단으로 게스트를 공격합니다. 근데 이상한 점은 이것이 묘하게 스타에 대한 동정심을 이끌어냅니다. 그래서 힐링캠프 못지 않게 컴백하는 연예인이 많이 애용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출처:tvN 삼시세끼 캡처)
힐링 예능 중에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든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바로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삼시세끼인데요. 삼시세끼는 시골 마을에 연예인 2~3명이 살면서 농촌 생활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생활이라기보다 생존에 가깝죠. 삼시세끼를 유기농 재료로만 만들어 먹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와중에 게스트들이 방문해 같이 이야기도 하고 한적한 시골 생활을 함께합니다. 자연히 시청자는 옛 추억으로 빠져들게 되지요. 그저 단순히 밥을 만들어 먹고 끝나는 프로그램으로 힐링을 의도하고 만든 프로그램이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자연 속에 풀어내면서 힐링을 만들어 냈습니다. MSG가 많은 음식은 맛이 있지만 속이 부대끼고, 유기농 음식은 심심하지만 속이 편한 것처럼 삼시세끼는 속편한 프로그램입니다.
힐링과 독설. 몸에 좋은 약이 쓰다는 말처럼 독설이 약이 되기도 하고 오히려 정말 독이 되기도 합니다. 힐링 역시 약간의 위로와 위안은 고통을 잊게 할 수 있지만, 중독되어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로 빠지게 할 수 있습니다. 답은 힐링과 독설 그 사이에 있는 것 같은데요. 삼시세끼가 그 지점을 잘 잡아낸 프로그램이 아닌가 싶습니다.
기업에서도 고객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많이 고민합니다. 고객에게 힐링을 줄 것인지, 독설을 줄 것인지에 대해서요. 고객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힐링이 기업의 기본자세가 아니냐고 말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무조건 고객을 왕으로 대접하고, 힐링의 자세로 대하기에는 그것을 악용하려는 사람이 있어 힘에 부칩니다. 그렇다고 독설로 고객을 내쫓을 수도 없는 일이지요.
(출처:tvN 삼시세끼 캡처)
하지만 기업의 고객대응 사례를 보면 어느 정도 답은 나와 있습니다. 바로 진정성입니다. 고객을 무조건 왕처럼 모셔 고객이 슈퍼갑질을 하게 만드는 것도 문제이고, 욕쟁이 할머니처럼 모든 것을 고객탓으로 돌리는 모습 또한 브랜딩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입니다. 그렇기에 힐링과 독설 사이의 진정성을 파고 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고객과 기업 간에 진심을 통하게 하는 방법이 아닐까요? 조금은 심심한 듯하고, 당연해 보이지만 포장하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다가설 때 고객 또한 진심을 느낄 것 같습니다.
아무리 비타민을 먹어도, 아스피린을 먹어도 밥 한 끼 제대로 먹는 것이 더 중요하듯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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