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거대함을 담은 영화, 인터스텔라

 

 

인터스텔라는 한마디로 거대한 영화입니다. 상영시간도 무려 3시간에 육박하지요. 긴 상영시간만큼 스케일도 거대하고 이야기도 거대합니다. 거대한 영화라고 정의 내릴 수밖에 없는 영화입니다.

 

거대한 인기와 역량, 능력을 갖춘 크리스토포 놀란 감독이 이 거대한 이야기를 영화화했습니다. 우리가 한 번도 보지 못한, 그리고 앞으로 죽기 전에 볼 수 없을 거대한 우주를 스크린에 담아냈습니다. 벌써 평점도, 흥행도, 입소문도 엄청납니다. 인터스텔라. 거대한 우주를 담은 이야기 지금부터 확인해 보시죠.

하늘을 보지 않고 땅만 보고 살던 미래의 지구에서 우주로 시선을 돌리다

 

 

인터스텔라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입니다. 인류의 기술은 발달했지만 자연의 역습은 막아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묘사되죠. 거대한 황사의 공포에 시달리면서 동시에 인류 멸종을 걱정해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 오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식량 때문입니다. 벼와 밀 등 인간의 주 식량이 되는 식물이 병충해에 속절없이 사라졌습니다. 마지막 남은 주식인 옥수수만이 병충해에 견디고 있지요. 하지만 이 옥수수도 병충해에 견디지 못하고 사라질 운명을 앞두고 있습니다.

 

주인공 쿠퍼(매튜 매커너히 분)는 전직 우주선 조종사입니다. 하지만 다가올 식량 위기로 인해 평범한 옥수수 농장의 농장주로 살고 있죠. 인류는 우주 개발 같은 확실하지 않은 곳에 투자하는 것을 멈추고 오로지 식량 개발에만 전력투구합니다.

 

다가올 암울한 미래를 타파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국민들 몰래 우주로 사람을 보냅니다. 지구인들이 살만한 대체 행성을 찾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미지의 존재가 웜홀이라는 순간 이동 공간을 토성 근처에 주기적으로 띄워 새로운 은하로 가는 순간 이동 통로를 만들어 줍니다. 이에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어떤 존재의 구원의 손길이라고 생각하게 되죠. 그리고 국민들 몰래 우주선을 만들어 새로운 행성으로 가려고 합니다. 주인공 쿠퍼는 이런 사실을 알게 되고 다음 날 바로 우주선을 타고 딸과 딸의 세대를 위해 우주선을 타고 우주 항해를 하게 됩니다.

 

우연과 필연, 유령과 과학

 

영화 인터스텔라는 과학을 반석으로 한 영화입니다. 기존의 SF 영화들은 공상을 바탕으로 한 우주 대서사시 또는 드라마였습니다. 서부를 우주로 바꾼 것이 스타워즈이고 대항해 시대를 우주로 바꾼 것이 스타트렉입니다.

 

그런데 인터스텔라는 다릅니다. 공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철저하게 실현 가능성이 높은 미래의 모습을 담고 있죠. 웜홀, 블랙홀을 실제로 묘사하고 토성의 띠를 대형 스크린에 재현했습니다. 철저하게 물리학을 바탕으로 한 실현 가능성 높은 미래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겁니다.

 

인터스텔라를 과학을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한 이유는 주인공 쿠퍼가 과학 신봉자이기 때문입니다. 전직 우주선 조종사이자 엔지니어인 쿠퍼는, 딸의 방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이 떨어지는 것을 유령이라고 말하는 아들에게 유령은 없다고 말하죠. 영화에서 유령이라는 단어는 비과학적인 존재, 또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 그러나 언젠가는 과학으로 증명될 존재로 표현됩니다. 

 

과학은 영화 안에서 세상을 설명하고 이끌어가는 엔진입니다.

그렇다고 유령의 존재 자체를 완전 부정하는 것은 또 아닙니다. 딸 머피가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하거든요. "과학은 모른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 잖아요"라고. 영화 전체는 과학자의 입장에서 영화를 이끌고 과학이 세상을 구원하는 유일한 힘이라고 말하지만 장면마다 딸 머피와 아빠 쿠퍼의 중요한 연결 고리는 과학으로 설명 되지 않는 필링(느낌)이라고 설명합니다.

 

생물이 살 수 있는 행성에 모두가 갈 수 없어 선택을 해야할 때, 쿠퍼는 과학적인 확률을 믿자고 하지만 물리학자 아멜라(앤 해서웨이 분)는 자신의 느낌을 따라보자고 종용하죠. 영화는 수시로 이 과학과 느낌이라는 상반되는 입장의 대립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이는 상반되는 입장이 아닌 상호보완적인 관계라고 말합니다.

 

"왜 내 이름을 안 좋은 것에 따왔어요? 머피의 법칙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머피의 법칙은 나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 아니라 일어날 만한 일은 그게 뭐든 일어난다는 것이야"

 

위 대화는 이 영화를 관통하는 대사입니다. 수많은 영화가 우연과 필연을 자주 소재화합니다. 우리의 삶 자체도 필연과 우연의 연속이죠.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는 우연이 계속되면 우린 그걸 필연으로 생각합니다. 우연의 연속처럼 설명하기 힘든 현상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보다 거대한 존재, 우리를 조정하는 존재, 우리를 존재케한 존재를 믿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쿠퍼가 말한 일어날 만한 일은 뭐든 일어난다는 말은 비과학적인 것을 인정하는 말처럼 느껴집니다. 얼핏 들으면 필연 즉 운명을 믿는 듯한 모습이죠. 아무리 발버둥 치려 해도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다고.

 

그러나 쿠퍼는 이 대사를 건조하게 말합니다. 일어날 만한 일은 그게 뭐든 일어날 뿐 아무런 의미가 없어. 그냥 일어날 확률이 낮은 것뿐 1%라도 확률이 있는데 그 일이 재수 없게 일어난 것일 뿐 거기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그 재수 없는 일이 연속으로 일어나서 더 확률이 떨어져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쿠퍼가 자신의 과학도 같은 입장을 대변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되면서 쿠퍼는 비과학적인 공간에 놓여 있는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 간의 교감의 힘을 알게 됩니다. 이는 영화 콘텍트의 진행과정과 비슷합니다. 그 힘을 알게 되지만 그건 단지 우리가 아직 모를 뿐 미래의 인류가 설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말하면 스포가 되기에 여기서 멈추겠지만 쿠퍼는 끝까지 자신의 신념인 과학도의 시선을 끝까지 가져갑니다.

 

반면 미지의 존재를 외계인 또는 신의 영역으로 넘기는 로봇의 시선도 흥미롭습니다. 영화는 한쪽의 시선뿐 아니라 로봇과 여러 부분 등에서 종교가 파고들 부분을 열어둡니다.

 

황홀하고 광할한 우주를 담은 영화 인터스텔라

 

 

좀 가벼운 이야기를 해보죠. 인터스텔라에는 액션이 많지는 않습니다. 스타워즈처럼 우주에서 레이저포를 쏘거나 꼬리잡기 비행을 하는 장면이 있지도 않죠. 영화 자체가 인류의 새로운 도전을 담고 있고, 미지의 대륙을 개척하는 것이 전부라 액션이 들어갈 틈이 많지가 않습니다. 그럼에도 흥행을 위해서 액션을 장면 곳곳에 배치해두었습니다. 액션은 도킹 장면 등이 박진감이 넘치지만 전체적으로 액션보다는 드라마가 주는 힘이 더 큽니다.

 

인터스텔라 우주선 디자인도 신기합니다. 가운데 셔틀이 있고 주변에 빙빙 도는 인듀어런스가 있죠. 인듀어런스는 빙빙 돌면서 지구와 똑같은 중력을 발생시켜 우주선 안을 무중력으로 떠다니지 않고 비행기를 운전하 듯 운전하게 합니다.

 

 

이런 아이디어는 1968년 스탠리 큐브릭이 만든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비슷합니다. 여러모로 인터스텔라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영향을 많이 받은 영화 같습니다. 중력 발생 장치를 넘어서 우주선의 디자인과 뛰어난 인공지능체의 도움을 받는 모습 등이 그렇죠. 다만,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인류 그 자체에 대한 탐험이라면 인터스텔라는 말 그대로 은하계 탐험입니다.

 

 

인터스텔라에서 눈여겨볼 곳이 바로 거대한 은하계의 풍경. 특히 블랙홀을 묘사한 장면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잔재미는 해병대 로봇이 담당했습니다. 젓가락같이 생긴 것이 다양한 형태로 변화해 인명 구조를 하기도 하고 인간의 명령도 잘 따릅니다. 뛰어난 지능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HAL이라는 인공지능체와 비슷합니다. 어떻게 보면 스타워즈의 R2D2와 비슷한 느낌도 있습니다.

 

많은 유명 SF의 영향을 받은 듯 하지만 인터스텔라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도 많습니다.

 

바로 경이롭기까지 한 블랙홀이나 순간 이동 공간인 웜홀, 토성의 띠, 거대한 해일 같은 거대한 풍경들이지요. 벅차다는 말은 이런 영화를 보면서 쓸 수 있는 단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아이맥스로 봐야 한다는 것에 대한 의견은 좀 갸우뚱합니다. 영화가 거대한 풍광을 담고 있긴 합니다만 꼭 이걸 아이맥스로 봐야 하나?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 거대한 풍광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놀랐던 것은 스타워즈처럼 우주인들의 우주복이나 우주선 곳곳이 마치 오래 사용한 것처럼 페인트가 벗겨지거나, 때가 묻어 있더군요. 보통 SF영화들은 모두 새것으로 묘사하잖아요. 그런데 이 인터스텔라는 사실성을 위해서인지 우주인들의 우주복에 오래 사용한 흔적을 보입니다. 이런 디테일이 더 몰입감을 줍니다.

 

우주 여행을 통해 시간의 진중함을 담다

 

인터스텔라는 우주여행을 하는 영화이지만 이 영화가 우리에게 울림을 주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은 이 여행이 시간 여행이라는 데 있습니다. 이미 수많은 영화가 시간 여행을 소재로 했죠. 그러나 그런 영화 대부분이 시간 여행을 간단한 장치나 자동차 같은 설명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표현했죠. 인터스텔라는 철저하게 물리학을 바탕으로 실현 가능한 시간 여행을 보여줍니다. 뒤로 갈 수 없는 시간을 늘렸다 줄였다 하는 반쪽짜리 시간 여행이죠.

영화에는 과학적인 용어가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기 때문에 과학적인 배경 지식을 좀 챙겨서 보면 좋습니다.

 

웜홀이나 블랙홀, 상대성 이론 등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보면 좋겠지만 솔직히 이렇게까지 찾아보는 분들이 많지 않죠. 좀 간단히 설명하자면 웜홀은 순간적으로 공간 이동을 할 수 있는 구멍이고 블랙홀은 중력이 아주 강해 빛마저 끌어당겨 흡수하는 중력 덩어리입니다. 그런데 이 블랙홀 근처에서는 시간이 아주 느리게 흐릅니다. 중력과 시간에는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는 시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시간이 빠르게 흐를 수도 느리게 흐를 수도 있다고 증명합니다. 시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닌 상대적인 가치라고 말하는 것이죠.

 

영화에서 쿠퍼는 블랙홀 근처의 행성이 인류가 살 만한 곳인지 조사합니다. 문제는 그 행성을 조사하는 1시간이 지구에서는 7년입니다. 이렇게 행성 조사를 하다가 쿠퍼의 시간과 딸 머피의 시간이 다르게 흐릅니다. 첫 번째 행성을 조사하고 모선으로 복귀하니 무려 28년이 지나죠.

 

모선에서 아들과 딸이 보내온 영상 메시지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쿠퍼의 모습에서 많은 관객이 같이 웁니다. 딸과 아들의 성장 과정 특히 아빠가 꼭 있어야 하는 중요한 자리에 자신이 없음을 미안해합니다. 그리고 연락이 끊겨 버린 아빠를 원망하고 체념한 딸의 모습에 쿠퍼는 눈물을 멈추지 못합니다.

 

인터스텔라는 다르게 흐르는 시간을 통해 시간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합니다. 영화가 시간 여행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주제는 인류 보편적 감성인 부성애입니다. 딸과 아버지의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성애의 진한 눈물이 영화 전체에 은하수처럼 잔잔하게 흐릅니다.

 

인터스텔라의 은하계처럼 거대하고 촘촘한 시나리오

 

인터스텔라에 대한 기대는 영상에 있었습니다. 영상미가 아주 좋습니다. 뛰어납니다. 벅찬 느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각적인 충격은 바로 이런 영화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더 놀란 것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입니다. 은하계를 넘나드는 우주 여행과 인류의 거대한 진보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
노년은 날이 저물어감에 열 내고 몸부림쳐야 한다
빛이 꺼져감에 분노하고 또 분노하라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말라, 딜런 토마스

 

영화는 정체된 우주 개발에 대한 질타와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동시에 제시합니다.

 

여기에 깜짝 배우의 등장도 반갑습니다. 영화 스토리에 흥미를 주는 요소도 많습니다. 특히 영화 초반에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장면들이 하나의 복선이 되어 후반에 비밀로 밝혀지는 장면에서는 탄성이 나옵니다

 

제가 가장 의미심장하게 본 부분은 인류가 가장 공포감을 느끼는 순간은 거대한 진화를 할 때라는 말입니다. 지난 세계대전을 통해 인류는 과학적 기술적 진보를 이룩했습니다. 뒤에 거대한 돌이 굴러오는 절박함 앞에 서야 인류는 진보한다는 말이 참 의미심장하네요. 어쩌면 우주 개발도 그 냉전 시대의 산물이자 거대한 적에 대한 공포가 만든 결과물 아니었을까요?

 

아무튼 많은 이야기를 촘촘하게 짠 무명천처럼 다루는 스토리텔링에 감탄했습니다. 눈과 마음이 둘 다 벅차오르다 보니 그냥 후반은 황홀경으로만 봤습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에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액션이 예상대로 많지 않다는 것과 5차원이나 과학적인 용어가 많이 나와서 관객이 오롯이 전부 이해하기 힘들다는 부분은 좀 아쉽지요. 그러나 그걸 몰라도 재미있는 영화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배우 이야기는 길어서 뺐지만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최고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각성하는 영화감독이나 헐리우드 제작사들이 참 많을 듯합니다.

 

인터스텔라. 이 거대한 영화는 거대한 감동도 함께합니다. 좀 밍숭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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