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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스퀘어/요즘뜨는이야기

직장인 현실 담은 우리 시대 슬픈 자화상, 드라마 미생

 

 

미생, 웹툰, 드라마, tvn

 

 

웹툰 미생은 원 인터내셔널이라는 종합상사 안에서 일어나는 회사 내 갈등과 직장생활의 고초, 그런 와중에서의 사회 생활의 보람을 밀도 있게 그린 웰메이드 웹툰입니다. 직장인이라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을 병풍 삼지 않고, 그 직장 자체를 심도있게 밀착 취재하고 있죠. 때문에 많은 직장인이나 직장생활을 앞둔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며 인기를 끌었습니다.

 

미생의 뛰어난 스토리에 언제 드라마화되나 하는 기대들이 있었습니다. 저 또한 영화로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공중파 드라마로 나오기를 바랐었죠. 그러던 중 tvN에서 미생을 드라마화하기로 했고, 지난주부터 방영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매주 금, 토요일 오후 8시 40분. 총 20부작으로 제작된 드라마 미생은 앞에서도 말했 듯이 원작 웹툰을 극화한 드라마입니다. 따라서 걱정도 많이 되었죠. 원작 웹툰이 워낙 깊이 있고 밀도가 높아 만화로는 보기 좋지만, 호흡조절이나 극의 속도를 조절할 수 없는 드라마 체질상 원작의 느낌을 제대로 구현하기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기우는 다행히도 기우로 끝이 났습니다.

 

1화를 보자마자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 바둑 부분의 내용을 줄이고 원작의 느낌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윤색한 극본이 참 마음에 들더군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들어가면 좀 인상을 썼을 텐데 원작을 그대로 잘 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출 극본 모두 좋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배우였습니다.

 

임시완, 장그래

그중에서도 주인공 장그래를 연기한 임시완은 장그래를 그대로 드라마로 옮겨온 듯한 느낌입니다. 임시완은 요즘 가장 뜨는 연기돌인데요. 임시완은 포털 다음이 만든 모바일 드라마 미생에서도 장그래 역할을 했던 아이돌 가수이자 배우입니다. 그런데 모바일 드라마 미생에 이어 tvN에서도 주연을 맡았네요. 모바일 드라마는 짧아서 폭발적인 연기력을 느끼지는 못했는데 드라마 미생에서는 장그래 그 자체를 옮겨온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고졸 낙하산이라는 서러움을 표현한 1,2화에서는 정말 밥 한 끼 사주고 싶을 정도로 처절한 회사생활의 서러움을 잘 담아 냈습니다.

 

감히 말하지만 아이돌 가수에 가장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임시완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앞으로 임시완은 가수보다는 배우로 전업하는 것이 더 낫겠다 싶을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성민, 강소라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임시완만 보였다면 제가 극찬을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오과장을 연기하는 이성민의 호통도 엄청납니다. 역과 혼연일체된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거기다 엘리트 여전사 느낌인 안영이 역을 한 강소라는 싱크로율 120%입니다. 강소라라는 배우가 아니면 다른 배우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연기와 싱크로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드라마, 미생

 

여기에 장그래의 사수인 김대리를 연기하는 김동식의 자연스러운 코믹연기는 원작보다 더 좋습니다. 솔직히 미생은 웃음끼 거의 없는 원작 때문에 코믹적인 요소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걸 김대리를 연기하는 김동식이 해내고 있습니다. 밉살스러우면서도 따스한 성품 그리고 코믹연기까지- 원작 이상을 보여주는 배우가 김동식입니다.

 

임시완

 

지난주까지 1,2회를 했습니다. 2회 만에 이런 극찬을 하는 것이 좀 오버 같기도 합니다만 1,2부의 퀄리티를 유지한다면 이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잇는 tvN의 또 하나의 대박 드라마가 될 듯합니다.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장그래가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모습에 공감의 눈물을 지었습니다. 저도 사회 초년병 시절의 모습이 장그래에 투영되어 눈시울을 붉혔고요.

 

드라마 추천, 직장인 웹툰

 

제가 울분이 터진 것은 드라마에 그대로 투영된 한국 사회의 악습 때문입니다. 회사는 결과라고 말하는 오과장 말대로 회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좋은 결과만 내놓으면 된다는 식의 매정함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회사 생활하면서 깊은 관계를 만들기가 힘들죠. 편견일 수도 있지만 회사라는 자체가 다닐 때는 든든하고 끈끈한 것 같으면서도, 회사를 떠나면 뒤도 안 돌아보게 되죠.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이익을 추구하는 모든 회사가 무한 경쟁의 룰 속에서 결과만 중요시하니까요. 이점도 물론 이해해야 겠지요. 하지만 결과에만 지나치게 치중하는 회사 생활 속 수많은 악습은 역시 견디기 어렵습니다. 

 

악습이 너무 많아 모두 헤아릴 수 없지만 대표적인 악습 중 하나가 바로 내부의 적입니다. 회사 생활이 힘든 것은 경쟁사 때문이 아닙니다. 내부의 적이 너무나도 많다는 데 있습니다. 직원들끼리 수근거리는 것은 물론, 3명 이상 모이면 파벌이 생겨 납니다. 그리고 파벌 속에서 편견이 생기죠.

 

사회 초년 시절, 상관들이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고생 고생한 기억이 있는 분들 계실 겁니다.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자신의 노하우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 사항은 친절하게 알려주면 좋잖아요.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게 고생하고 나서 대리 달고 과장 달고 차장 달면 자기가 똑같은 행동을 합니다. 이런 식으로 악습은 사회 안에 내재돼 있습니다. 악습을 마치 소중한 전통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있어요.

 

주제에서 약간 벗어났네요. 아무튼 드라마 미생이 이런 모습까지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얼마나 회사생활이 힘든지, 왜 힘든지 외부보다는 내부의 적이 얼마나 많은지를 잘 보여줍니다. 우리 직장인의 현실을 잘 담아서 묘사하고 있죠.

 

그것만으로도 드라마 미생은 공감받아 마땅합니다. 원작의 느낌을 충실하게 담은 웰 메이드 드라마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미생이 원작을 살리면서도 직장인의 애환과 삶을 제대로 보여주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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