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셜스퀘어/요즘뜨는이야기

명량, 충무로 최민식이 빚어낸 충무공 이순신의 부활

 

 

명량, 최민식, 이순신, 이순신 장군, 명량 평점

 

명량대첩, 반격의 서막

 
스포츠에서 가장 희열을 느끼는 순간은 내가 응원하는 팀이 역전승했을 때입니다. 수세에 밀리고 열세로 치부되었을 때 데이터를 뛰어넘는 정신력으로 지고 있던 경기를 승리로 바꾸는 과정. 최근 즐겨 본 드라마도 테마가 역전이었는데 역전은 그 단어 자체만으로 뜨거움을 전달하는 단어 같습니다.

 

<명량> 역시 어떻게 보면 역전의 역사를 담은 영화입니다. (역사학적으로 여러 이견이 있으나 영화 포스터에 의하면) 이순신 장군은 단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을 무찌릅니다. 세상 누가 봐도 이길 수 없는 불가능의 해전을 승리로 바꾼 역사를 담은 것이죠. 그래서 영화를 보기 전부터 뜨거운 역전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는데요.

 

역전의 역사를 알고 있음에도 영화 초반부터 중반부까지 묘사된 왜군의 화려함과 우리 수군의 초라함은 본격적인 해상전투가 벌어지는 순간까지도 정말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그럼에도 반격의 서막은 오릅니다. 영화 <명량>을 통해 믿기지 않는 그날의 승리와 역전의 역사가 돛을 달고 출항을 시작합니다.
 

왜군, 명량, 최민식, 이순신, 이순신 장군, 명량 평점, 12척

 

충무공 이순신을 연기한 충무로 최민식

 
<명량>은 이순신 장군을 주역으로 한 영화입니다. 그러나 완전한 이순신 전기는 아닙니다. 이순신 장군의 여러 가지 업적 중 명량해전만 가져와 그 순간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죠. 시간대도 그리 길지 않습니다. 명량대전을 앞둔 고작 며칠 사이를 다룹니다. 그래서 이순신 장군의 모든 것을 담으려는 욕심을 버린 영화의 전개가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그렇지만 <명량>은 장르적인 성취보다는 대중과 영화의 공감대에 기댑니다. 영화는 명량해전이 일어나기 직전 두려움에 떠는 우리 수군의 모습과 정복욕과 자존심 싸움에 금세 무슨 일이라도 벌일 것 같은 왜군의 상황을 보여줍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단연 우리 수군이 밀리는 것 같지만 불안 요소는 동일합니다. 단결력이 부족하다는 점. 영화 전반부에는 이같은 내부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 양쪽 모두 외부의 공공의 적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임을 찬찬히 그려내고 있습니다.

 

명량, 최민식, 이순신, 이순신 장군, 명량 평점, 충무로, 충무공


하지만 이런 과정이 임팩트 있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그 과정이 진부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부족한 부분을 배우 최민식이 살려냅니다. 이순신 장군을 본격적으로 포커스 하는 장면, 배우 눈빛이 이렇게 큰 떨림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오랜만에 느꼈습니다. <명량>은 영화 내내 두려움을 표현하는 데, 실제 이순신도 이 두려움을 고민하고 스스로도 이겨낼지 자신하지 못합니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이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우리 수군이 승리하려면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힘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이건 연기자 최민식에게도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그가 맡은 역은 무려 이순신입니다. 단순히 우리 역사 최고의 영웅이라는 부담감뿐만 아니겠죠. 일찍이 그 앞에 같은 역을 한 명배우들의 잔상도 분명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겁니다. 그 역시 인터뷰를 통해 밝혀왔고요. 하지만 영화 안에서 배우 최민식은 이 부담감, 두려움을 용기를 넘어 연기로 바꾸어 냅니다. 영화를 보면 이순신에게 이런 약한 면이 있었는가 생각일 들 정도로 그를 다각적인 면에서 묘사하죠. 두려운 상황에서도 몰입하는 모습,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며 우리가 알고 있던 이순신으로 변화하는 모습. 이 모든 것을 만들어 낸 건 최민식의 연기였습니다. <명량>에도 분명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그 점들이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었죠. 하지만 저는 "신에겐 아직 최민식이라는 배우가 남아있사옵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네요.

 

그의 연기가 빛나는 건 비교적 정극 연기가 돋보이는 전반부 드라마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정신없는 후반부 전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히려 떨리는 마음을 꾹꾹 짓누르며 한 올 한 올 가슴에 새기는 명대사는 해상 전투에서 더 많이 나옵니다. 예고편에서도 나왔던 “된다고 말하게!” 같은 장면은 듣는 순간 가슴이 울컥할 정도입니다. ‘충무로 최민식’은 ‘충무공 이순신’의 재림을 완벽히 빚어냈습니다. 

 

명불허전 명량해전  

 

12척, 수군, 판옥선, 구선, 거북선


앞에서도 말했듯이 <명량>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뉩니다. 각 집단의 내부 분란을 그린 드라마와 <명량>의 하이라이트인 해상전투. 이 전투 부분이 무려 61분이나 됩니다. 특히 전투는 단순히 의지와 용기만으로 이루어진 단편적인 감성 코드만을 담지 않고 지략과 전략이 빛나는 액션을 보여줍니다. 물론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에 맞서 싸워야 하는 수군의 두려움은 영화 내내 깔려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목숨을 거는 시도와 과감한 액션장면은 탄성과 함께 감동을 자아냅니다.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정신이 목숨을 건 전투 속에서도 빛납니다. 거기에 쉴 새 없이 터지는 폭발음과 배와 배가 부딪치는 마찰음, 창, 칼, 그리고 최종병기 활 등 돋보이는 갑판 위에서의 전투는 상당한 생동감을 자랑합니다. 

 

백병전, 명량, 명량대첩, 울돌목


이후 후반부 벌어지는 울돌목 회오리 바다를 둘러싼 두 세력의 다툼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데요. 확실히 그들이 싸우고 있는 것은 육지가 아니라 바다라는 것을 단번에 보여줍니다. 김한민 감독은 이전 <최종병기 활>에서도 이런 라이브 액션을 잘 선보였는데 살짝 CG가 티나는 것을 제외한다면 이번 전투씬은 그야말로 명불허전 명량해전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다만 해상전투가 워낙 처절해 주위의 음향효과로 몇몇 배우들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것은 옥에 티. 개인적으로 마지막 클라이막스의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았을 정도예요.^^;; 혹시 보실 분들은 집중해서 보세요^^;;
  

회오리 치는 건 바다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매우 만족한 <명량>이지만 부족한 점은 물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마치 두 개의 파트를 하나의 영화로 만든 모양이라 전반부의 드라마가 다소 처진다는 점이죠. 특히 가장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주인공인 이순신 장군에 모든 것을 기대는 드라마라 상대적으로 다른 배역들이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모든 드라마의 중점과 시선이 이순신 장군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순신 장군의 시선은 확실히 영화가 잘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러 캐릭터가 나오지만 그에 대한 드라마와 설명이 부족합니다. 이야기의 곁가지가 다소 가지런하지 못하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네요. 
  

이순신, 해전, 명량, 12척, 신에게는, 330척

 

하지만 이런 아쉬움을 뒤로하고도 <명량>은 확실히 어떤 흥분감, 통쾌함 그리고 감탄이 있습니다. 역사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에 사실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떤 뜨거움은 영화의 감동으로 전환됩니다. 그러고 보면 김한민 감독은 <최종병기 활>에 이어 <명량>에서도 우리네 가슴 아픈 역사와 그 안에 극한의 두려움에 사로잡힌 주인공을 그리고 있습니다. <활>의 주인공도 마찬가지고 당시의 이순신 장군도 마찬가지였겠죠. 하지만 이들은 모두 답을 알고 있었습니다. "두려움은 직시하면 그뿐, 바다는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라는 점을요. 한때 이 영화의 부제는 <명량 : 회오리 바다>였다고 합니다. 실제 회오리 바다는 해상전투 때 상당히 중요한 대목으로 자리 잡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회오리쳤던 것은 바다뿐만이 아니라 그 바다 위에서 고민하고 마침내 해답을 찾아낸 이순신 장군의 뜨거운 마음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원본 포스팅 바로가기 ▶ http://goo.gl/XYtyS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