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식 자체는 알고 계시겠죠. 다음과 카카오가 지난 5월 26일, 합병을 발표했습니다. 국내 2위 포털 업체와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게임 플랫폼 업체의 만남이기에 충격적이기도 한 소식이었습니다. 한메일(hanmail)로 국내 인터넷의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온 기업과 국내 시장 상황상 꿈도 못 꾸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한 리딩 컴퍼니와의 만남입니다.
어떻게 보면 다음과 카카오 합병에 대해, 관점에 따라 다른 견해가 나올 겁니다. 이렇게 된 이상 저도 이 빅딜에 숟가락을 얹어보겠습니다.
1. 다음과 카카오, 합병 형태는?
두 회사의 통합법인명은 '다음카카오'입니다. 그리고 카카오가 다음에 합병되는 형태입니다. 기준 주가에 따라 산출된 약 1:1.556의 비율로 피합병법인인 카카오의 주식을 합병법인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발행신주와 교환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는 형식일 뿐 결과적으로는 카카오가 다음을 흡수하는 셈이 됩니다. 최대주주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되고 합병비율도 1:1.55로 카카오의 비중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라 이름이 다음카카오라도 카카오가 다음을 합병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름은 인지도 및 시장규모에 관한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주식에 관심이 깊지 않으신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이 과정에서 다음 주식이 급상승했습니다. 비록 다음이 상장사이며 업계 2위라고 하더라도 1위인 네이버(NHN)와의 차이가 꽤 어마어마했는데요. 그동안 서비스가 네이버 및 타사에 밀리고 있던 상황이라 갑자기 잭팟이 터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카카오 직원들도 이는 마찬가지. 보유한 스톡옵션의 가치가 단번에 뛰어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는 소식입니다.
2. 합병, 카카오에 손해는 아닐까?
상황이 이렇다면, 카카오에겐 손해가 가는 거래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기는데요. 이에 대한 대답은 좀 애매할 수도 있겠습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으로 유명한 기업입니다. 그리고 게임업계에서 절대적인 파워를 지닌 카카오 게임으로도 유명하죠. 그러니 카카오의 가치를 높게 평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합병은 카카오에 필요한 선택이었습니다. 카카오가 서비스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거든요. 카카오스토리, 카카오뮤직, 카카오페이지 등도 서비스하고 있죠. 전에 포스팅한 적이 있지만 카카오페이지를 비롯, 많은 서비스가 수익화에 실패했습니다. 아니 딱 까놓고 말해 카카오톡도 자체가 무료라 수익이 나는 부분은 유료아바타와 연동되는 게임 서비스뿐이니까요.
특히 카카오페이지는 빨간 불이 켜지는 요인이 됐습니다. 많은 우려 끝에 오픈한 이 서비스는 50일 만에 서비스 약관이 바뀌는가 하면 3개월이 지나자 허영만 화백 등 대표적인 참가자들이 카카오페이지에 대한 후회와 분노를 내비치기도 했죠. 이는 카카오가 아직 서비스의 완전한 수익모델을 구축하지 못하고 시험단계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가 되기도 합니다.
국민 만화 중 하나인 식객의 신작인 '식객2'를 영입할 정도로 공을 들였고, 이는 수익모델을 찾아 나서던 허영만 화백의 의도와 부합하는 것이었죠. 하지만 카카오페이지는 실패했고 레진코믹스와 비교해보면 이 이유는 더 명확해집니다.
게다가 카카오에겐 중요한 과제가 있었습니다. 카카오톡이야 국내에선 1위라도 기업이 크면, 특히 IT서비스는 해외로 나가는 것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해외에서 발 빠르게 네이버의 '라인(LINE)이 자리를 잡아버린 겁니다. 일본, 대만 등지에서 거의 국민 메신저가 되어 해외 진출의 제1관문인 동 아시아권 시장을 잡아먹어 버린 겁니다. (중국은 논외로 칩니다)
이런 글로벌 시장 문제에는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는데 제가 생각하는 이유는 '글로벌 멀티 플랫폼에 대한 적응 부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다른 앱 서비스들에 비해 멀티 플랫폼 비중이 부족한데 윈도우모바일, 블랙베리 등에서 거의 사용이 힘들 정도로 유저를 괴롭히더니 심지어 OSX용 카카오톡은 2014년 5월이 되어도 '현재 개발 중'입니다. 다른 서비스는 이미 반년에서 1년 전에 OSX용이 나왔죠. 이러니 OSX 사용자들이 거리를 둘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니 우리나라처럼 윈도우가 판을 치지 않는 다른 나라들, 멀티 플랫폼이 선호되는 다른 나라의 유저들이 다른 서비스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유저들을 라인, 왓츠앱 등을 사용하게 됩니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고객 수 1억 3천만 명으로 정체라는 성장의 한계를 맞이한 겁니다. 글로벌 포션의 경우 왓츠앱 4억, 위챗 6억, 라인 4억 2천 명이라는 걸 보면 이는 명확합니다.
글로벌 성장의 한계, 수익모델 시행착오. 이번 합병은 이런 성장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딜 중 하나라고 보고 있습니다.
3. 다음이 얻는 이득은?
다음은 아마 한국 시장을 제패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당시 프리챌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시장에서 칼을 빼 들고 있었고 네이버가 막 태동하는 상황. 다음의 한메일은 '선점 효과'를 통해 잘 나가고 있었죠. 메일은 큰 수익이 나는 비즈니스는 아닐지라도 그 자체만으로 다른 서비스로 확장이 쉽고, 가입자 유치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데도 가장 좋은 도구입니다. 이때 다음에서 의문의 제도를 시행합니다. '온라인 우표제'입니다.
이 서비스는 대량의 메일을 보내면 스팸처리하는 것으로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다음 측에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스팸을 막기 위한 서비스라지만 사실상 '새로운 수익원'으로 개발된 것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되자 잡음이 곳곳에서 일어납니다. 우선 스팸을 막기 위한 서비스 주제에 '오빠, 오늘 밤~'으로 시작하는 스팸들은 안 걸러졌습니다. 아마 돈을 지불했기 때문이겠죠. 반면, 정작 필요한 메일들이 걸러졌는데요. 우선 이메일을 활용하는 대량 공채를 실시하는 기업들, 기업의 경품 행사, 유저들이 필요해서 가입하는 다른 포털의 메일들이, 정말 필요한 메일이 자동 차단되어 버린 겁니다.
이렇게 대량 발송에 돈을 내라고 하고 필터링을 해버리니, 다른 포털들은 한메일 사용을 자제하거나 강제로 막아버렸으며 공공기관, 기업 등도 채용할 때 한메일을 못 쓰게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성장세인 네이버와 네이트로 사람들이 다 흡수돼 나가버렸죠.
이를 깨달은 다음은 온라인 우표제를 철회했지만 때는 늦어버린 데다 한번 한메일을 거부한 기업들에게 다시 한메일을 쓰게 만드는 건 말도 안 되게 지난한 일이라 모 10대 제약사(성격상 변화에 느리게 대응하는 조직) 중 한 회사의 채용사이트의 경우 2013년도까지 한메일을 입력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차별에 항의하고 싶어도 소비자보호원마저 한메일을 거부하는지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죠.
그리고 이런 다음에게 결정타가 날아옵니다. 한국 포털사에 남을 '지식in'입니다. 이는 별 설명 안 해도 되죠? 다음도 세월이 지난 후 이 서비스를 도입하지만 때는 늦어 네이버가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 뒤였습니다.
이 두 가지가 시너지를 일으켜 나름 활용 가능한 콘텐츠가 많고, 유저 친화적인 다음의 서비스들이 빛을 잃고 말았죠. 2004년 기점에서 다음의 검색 점유율은 네이버의 1/4로 급락, 이후 서비스들마다 네이버에 쳐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다음은 Fast Follower로 전략을 변경, 타사의 서비스를 벤치마킹하는 전략으로 선회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타사 서비스보다 잘 만든 서비스가 많지만 시장 주도는 손을 놔버리게 되죠. 지금 시점에서 보면 카카오톡의 벤치마킹인 마이피플의 운명도 비슷한 길을 걸을 걸로 보입니다.
결정적으로 2011년경부터 야심 차게 추진하던 모바일 시장조차 네이버에 밀려버리죠. (다음15%, 네이버 78%) 이 과정에서 다음은 ‘뭘 해도 2등’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게 됩니다.
즉, 어찌 보면 카카오와 마찬가지로 다음도 출로가 없었고, 이번 M&A는 이런 두 사람의 시너지하에 일어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4. 다음카카오. 잘한 일인가? 아니면?
일단 많은 애널리스트, 전문가들은 두 회사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저도 그렇게 봅니다. 카카오는 다음의 글로벌 서비스와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을 테고 다변화 된 수익모델을 바탕으로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도 있겠죠, 다음은 네이버에게 밀린 모바일 플랫폼 점유율을 되찾을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것, 그동안 다음 모바게 등 비실비실 대던 게임부문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Win Win 게임이라 할 수 있겠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갖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이번 합병의 효율이 달라질 겁니다.
또한 서비스의 재구축도 관심이 갑니다. 예를 들면 눈에 들어오는 건 마이피플 가입자를 진통 없이 카카오톡으로 옮기는 방법, 지지부진하던 다음모바게에서 파트너인 'DeNA 서울'을 순조롭게 분리하는 법. 그리고 다음카카오의 역량을 활용한 게임서비스 정도고 그외 뮤직 서비스 등등 세부적으로 나누면 더 많아지겠죠. 양사의 공통 서비스를 어떻게 정리하는지가 관건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수많은 회사의 M&A가 실패한 이유는 기업문화의 차이, 서로 간의 융합 실패에서 발생했습니다. 이 점을 의식했는지 김범수 의장도 두 회사는 ‘참여와 개방, 공유의 정신과 수평적 기업문화 등 주요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죠. 하지만 기업문화가 얼핏 같아도 섞으면 된장 사과쥬스가 되는 경우가 역사엔 많았습니다.
두 회사의 인원이 합치면 3,000여 명(채용 사이트 제공 수치)이나 되는 데다 중복 업무가 일부 있죠.
그대로 끌고 간다면 합병으로 인한 최대한의 시너지를 내는 내부적인 교육, 정책이 필요합니다. 단, 어설프게 만들었다가 기동성이 떨어져 망한 IT 서비스도 있으니까요. 구조조정도 생각 해볼 만한데 양쪽 기업의 임금차이가 나는 판에, 구조조정까지? 까딱하다가는 인재들이 네이버로 몰려갈 수도 있으니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네요.
결혼 당사자는 서로 좋아해도 양가 식구들은 서로 친해지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점을 잘 고려해서, 많이 고민하고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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