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통해서 변화하는 중동, 자국민을 위한 인재육성 노력을 어떻게 기울이고 있는지 살펴 보고자 합니다.
최근 언론보도에 자주 등장하는 카팔라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이는 카타르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 실태와 관련한 단어인데요. 요즘에는 카타르 월드컵 유치를 비난하기 위해 유독 카타르가 집중 부각되고 있지만, 이 카팔라는 카타르 뿐 아니라 GCC 국가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시스템입니다.
카팔라는 아랍어로 스폰서쉽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은 해당 국가의 스폰서가 있어야만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원래는 스폰서를 위해서만 일해야 하고, 스폰서 동의 없이는 다른 직장으로 이전이 불가능하며, 출국도 허가를 받아야하는 엄격한 제도였는데요.
현재는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비판 속에 국가별로 과거에 비해 많이 완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 제도가 도입된 이유는 경제발전 초기부터 민간부문의 실질적인 경제활동의 주체인 외국인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자국인을 보호하기 위한 의도였습니다. 대부분의 GCC 국가들은 소수의 자국인과 다수의 외국인으로 이루어져 있거든요.
일반적으로 GCC 국가들의 고용시장은 자국인이 독점하는 공공부문과 외국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민간부문으로 나뉩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 국가는 민간부문의 외국인을 자국인으로 대체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흔히 '~제이션(~zation)'이라 불리는 자국인 고용정책인데요. 여기에 집중하는 이유는 과거와 달리 자국민의 수가 많이 늘어나 복지정책 등 정부 재정만으로는 감당이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공무원 규모를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엄청난 재정부담이 되고 있는 각종 복지혜택을 줄이면서 국민들의 생활, 복지수준을 맞추는 것 역시 어렵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아버지 세대들이 받아왔던 복지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청소년층이 과반에 육박하고 있는데 이것이 잠재적인 국가운영 불안요소로 인식됨에 따라 자국인을 위한 고용정책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 사우디제이션이라 불리는 자국인 고용정책을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사우디
이 정책을 오랫동안 가장 열심히 추진하고 있는 나라는 GCC 국가 중 가장 큰 경제규모를 갖춘 사우디입니다.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우디는 다른 국가와 달리 외국인보다 자국민의 수가 2~3배 정도 많습니다. 이 때문에 각종 보조금으로 세계 최저수준의 물가를 유지할 수는 있지만, 여유로운 삶을 보장하지는 못합니다.
반면, 카타르는 사우디 경제규모의 1/4 수준에 불과하지만 사우디 1인당 GDP의 4배이자 세계 최고수준의 1인당 GDP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카타르의 순수 자국인 규모는 순수 사우디인 규모의 1~1.5% 수준에 불과한데요. 이런 이유로 사우디는 적극적인 사우디제이션 정책 추진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우디제이션 정책은 오래 추진됐으면서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문제의 시급성을 인식하게 된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니따까라는 제도로 확대 개편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사우디인 고용률을 따져 업체에 엄격한 상벌제를 적용하고, 2013년 11월 4일 이후부터는 대대적인 불법체류 외국인 색출 및 강제추방에 나섰습니다. 한층 강화된 적극적인 자국인 고용정책에 나선 것인데요. 이 역시 정부가 의도한 만큼의 결실은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로는 무엇보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다른 근무여건에 있습니다. 공공부문의 조건이 너무 좋다보니 민간부문에서 일할 자국인이 없는 겁니다. 사우디의 공공부문은 다른 걸프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민간부문보다 짧은 근무시간을 갖고 있는데요. 시간 대비 급여나 복지조건이 좋아 선호도가 높습니다. 특히,사우디와 카타르 공무원들은 민간부문보다 무려 3~4배나 긴 이드 연휴를 보냅니다.
둘째, 최근 사우디의 경제호황을 이끌며 실질적으로 약 45%의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건설분야 및 SME들은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야외현장에서 근무하고, 비교적 저임금을 받는 3D업종을 기피하는 사우디인으로의 인력 대체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앞서 얘기한 카팔라 때문이기도 합니다. 정부의 지원금과 외국인들로부터 스폰서비를 받아 손쉽게 생활을 영위하는 아버지 세대를 보고 자라온 까닭에 이 일을 하려는 젊은이가 없는 겁니다.
셋째는 교육이나 경력, 근무 태도 등에서 사우디인들이 민간부문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면도 있습니다. 사우디인 고용주들에게조차 자신들의 수준에 비해 턱없이 높은 급여를 요구하거나, 근무 태도도 좋지 못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급여를 주는 곳이 나타나면 미련없이 이직할 정도로 낮은 충성도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사우디 정부가 자국인들의 교육이나 훈련에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과거에는 문맹률도 높았지만 점차 개선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또 최근 진행 중인 제9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2009~2014)의 최우선 과제를 인적자원 개발에 두면서 교육 예산을 2배로 늘리기도 했습니다. 최근 2년간 교육 예산도 전체 예산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같은 시기 UAE의 교육예산과 비교하면 얼마나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UAE의 교육예산도 전체 예산의 약 22% 수준으로 역시 높은 편입니다.
대규모의 예산투입과 압둘라 국왕 해외유학 장학 프로그램을 통해 사우디는 외국 대학 유치대신 자국 내 교육시설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한편, 미국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23개국에 국비 장학생을 보내고 있습니다. (외국대학 유치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카타르입니다.)
이러한 투자의 결과로 사우디 내 4개 대학교가 걸프지역 대학 중 유일하게 세계 500대 대학에 이름을 올리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의외로 세계에서 가장 큰 여자 대학교인 프린세스누라빈트 압둘라흐만여대(PNU)를 개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의욕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시기적으로 고등교육을 받은 인재들을 흡수할 수 있는 기반 여건이 함께 조성되지 않은 문제도 있습니다. 따라서 기대한 만큼의 결실로 이어지지 못하는 괴리가 있고, 아직까지는 사우디 정부의 의지를 일반 사우디인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것도 현실입니다.
무엇보다도 과거에 비해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SABIC 무함마드 알 사디 CEO가 지난해 5월, 요르단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주장한 대로 전반적인 근로 의식 개선은 절실하거든요.
아랍 국가들은 젊은이들의 인식을 어떻게 바꾸어서 가능한 일자리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들을 바꿔나가야 할까요?
정부가 젊은이들이 노동시장에 뛰어들기 전, 기본 소양을 쌓기 위해 6개월 정도 단기 군복무를 시키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군생활은 젊은이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어줄 것이고, 일을 시작하기 앞서 어떻게 겸손해져야 하는지를 가르칠 것이며, 어떻게 일을 하고, 어떻게 자신들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까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는 과정을 가르쳐 줄 테니까요.
- SABIC 무함마드 알 사디 CEO
우리의 문화와 이들 중동의 문화에는 의외로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다른 점도 많죠. 따라서 그들의 인재육성 정책을 100%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이들의 자국민을 위한 인적자원 개발 노력, 적극적인 인재개발 정책 등은 어느 정도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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