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의 사탑처럼 불안한 이탈리아 경제가 쓰러지지 않는 이유
이탈리아는 EU 4대 주축국의 하나이자 유럽 2위의 제조업 강국이며, 세계 9위의 경제력(2013, IMF)을 보유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이런 이탈리아의 경제가 건강하지만은 않습니다. 이탈리아 경제를 피사의 사탑에 비유해 말하는 경우를 자주 발견할 수 있는데요. 이는 무너질 듯 위태로운 것 같으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피사의 사탑과 유럽발 경제위기에도 굳건히 세계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경제사정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이미지출처: The Cagle Post)
메이드 인 이탈리아, 히든챔피언 강소기업의 힘
2014년 4월 9일, 삼성경제연구소에서는 연세-SERI EU센터와 EU(유럽연합)가 주관하는 제1차 EU현지전문가 초청세미나 「메이드 인 이탈리아, 히든챔피언 강소기업의 힘」이 개최되었습니다.
주교황청 김경석 대한민국 대사는 이탈리아 경제 구조와 관련한 다양한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발표 내용은 두 얼굴을 가진 이탈리아 경제ㆍ이탈리아 중소기업의 구조와 특징ㆍ이탈리아 산업 클러스터의 기능ㆍ우리나라 산업ㆍ경제에 주는 시사점 등으로, 현지 전문가의 관점으로 바라본 이탈리아 경제의 생생한 내용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다양한 분야의 원로들이 참석했습니다. 또한 진지한 태도로 강의를 경청하는 참석자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에게서 이탈리아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사회와 산업 경쟁력을 발굴하려는 열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경제의 양면성
앞에서 언급했듯 이탈리아 경제사정은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2000년 대 들어 0.5%대의 낮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최근 3년 간은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부채의 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120%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정치와 행정 부분에서도 부정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 69년간 64차례의 내각변동으로 대표되는 정치불안정, 그리고 후진국 수준의 행정 비능률도 문제입니다. 이는 낮은 국가 경쟁력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WEF(World Economic Forum) 42위(2013, 한국 19위), IMD(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 44위(2013, 한국 22위), WB(World Bank Doing Business) 65위(2014, 한국 7위)였습니다.
반면 여전히 세계 9위(2013, IMF)의 경제력을 지닌 수출국이며, 유럽 제2의 제조업 국가, 한국 GDP의 1.4배(2013, IMF)의 강대국이기도 합니다. 이를 김 대사는 야누스의 나라라는 표현을 들어 설명했는데요.
내적 우환에도 불구하고 G8(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의 일원이며, 여전히 세계의 강대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이미지 출처: IMD, 2013.)
히든챔피언 강소기업
김 대사는 이탈리아 경제의 비밀에 관해 히든챔피언인 강소기업들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히든 챔피언이란 눈에 띄지 않거나 남들이 모르는 비밀의 장막에 싸여 숨어 있는 비교적 작지만 매우 성공적인 기업을 의미. 즉, 히든 챔피언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각 분야에서 자신만의 특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작지만 강한 우량 강소기업을 지칭함.
- 히든챔피언, 위키피디아 (http://ko.wikipedia.org/wiki/히든_챔피언)
이탈리아의 강소기업들은 가내수공업 형태의 공방에서 대를 이어 계승되면서 자연히 장인기업이 되었고, 가족경영 체제로 이어져 오늘날 까지 발전했습니다. 이탈리아의 강소기업들은 소규모의 가족기업이지만 그 안에 강한 기업가 정신이 살아 있습니다.
Made in Italy로 대표되는 Prada, Gucci, Versace, Armani 등 세계적 명품도 이들 강소기업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여기에도 양면성은 존재합니다. 이탈리아 강소기업의 강정과 약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배운다! 우리나라 산업ㆍ경제에의 시사점
이탈리아 강소기업들의 강점을 우리나라 산업과 경제 분야에 적용한다면 어떤 요소들을 우선적으로 벤치마킹해야 할까요? 김 대사는 교육ㆍ직업의식과 조직형태ㆍ해외시장 지향ㆍ기술제휴 등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교육 부문에 있어, 이탈리아처럼 특정 산업 분야의 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특화된 고등학교 또는 전문학교를 설치하여 전문 기술 교육을 확산하는 방안을 고려해야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특성화고ㆍ마이스터고등학교 등 전문계 고등학교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는 추세와 더불어, 이탈리아 현지 직업교육학교와의 제휴ㆍ현지교육 등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직업의식과 조직형태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직업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일을 평생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주어진 일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한 우물만을 파는 꾸준함과 성실함이 이탈리아의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다양한 직위들로 계층화된 한국의 조직구조와 달리 이탈리아는 수평적 분업구조를 형성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바탕엔 더 높은 직위를 위한 경쟁으로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런 이탈리아의 조직문화는 자신이 맡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내고 이는 기업의 경쟁력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기술협력 또는 기업 인수 등을 통해 이탈리아 선진 기술의 이전을 모색할 필요 또한 언급했습니다. 이에 대해 제일모직과 보르네오 가구의 사례가 언급됐습니다.
제일모직은 30여 년 전부터 밀라노 지사를 통해 이탈리아 모직기술 이전을 위해 노력해왔으며, 20여년 전 이탈리아 팔질레리 사와 협력해 현재 ‘팔질레리’ 상표로 양복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보르네오 가구도 30년 전 이탈리아 가구제조 관련 각종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현재는 우수한 가구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김 대사는 기술 이전을 위해 기업들이 준비해야할 사항을 이탈리아어라고 당부했는데요. 이탈리아 기업들은 외국 기업과의 기술 협력에 처음에는 다소 경계하는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지만, 국민성이 개방적이고 유연하기 때문에 협력 제의에 대해 대체로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편이라고 합니다. 이탈리아 기업과 접족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영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이탈리아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이 원활한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 강소기업의 기업가 정신에 대해 말하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이탈리아 기업가들에게는 자생적이며 창조적인 정신이 뿌리를 내리고 있고, 근로자들에게는 귀천없는 직업의식이 자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업가는 종업원을 귀한 자산으로 생각하고 협력업체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기술 개발에도 게을리하지 않으며, 근로자들도 고향 가까운 데 사는 것에 만족하면서 숙련된 기술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숙련된 기술을 통해 회사를 창업하거나, 전문공으로 인정받는 문화가 보편적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기업가와 노동자의 문화가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탈리아의 강소기업들은 내수시장보다 해외시장을 겨냥하여 제품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는 것입니다. 이들 기업은 소량의 고품질 제품을 만드는 생산체제를 가지고 있어 세계의 경기 변화 및 수요 변화에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지 전문가의 세미나를 통해 이탈리아의 경제, 정치, 문화 등 다양한 정보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이탈리아의 경제는 피사의 사탑에 비유되는 상황임에도 무너지지 않고 탄탄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들이 가진 기업가정신, 혁신을 위한 노력, 무엇보다 기술을 중시하는 태도 등이 경제를 단단하게 받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조직 구성원의 전문성을 향한 집념, 천직 의식 등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미래 한국의 경제와 산업 분야 경쟁력 확보도 이같은 요소들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이탈리아 강소기업들의 강점을 과감히 수용한다면, 이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입니다.
* 본 게시물은 자유광장 서포터즈 학생들의 제작물로 전경련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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