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미국의 MITS는 앨테어 8800(Altair 8800)이라는 소형 컴퓨터를 내놓습니다. 이 컴퓨터는 개인용 컴퓨터(PC)의 시초격이었습니다.
중요한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이 PC를 박람회에서 우연히 본 ‘빌 게이츠’라는 대학생은 여기에 소프트웨어가 들어간다면 쓰임새가 많아질 것이라고 확신하에 학교를 중퇴하고 '마이크로 소프트'라는 회사를 만들어 PC용 OS를 만듭니다. ‘스티브 잡스’라는 자퇴생 역시 '알테어8800'이 컴퓨터의 미래임을 확신하고 '애플 컴퓨터'라는 컴퓨터 회사를 만들어 PC를 만들게 됩니다. 바다 건너 한국의 김정철 씨(가명)도 이 컴퓨터를 본 후에 대학을 휴학하고 군대에 입대해서 PX병이 되었습니다.
Altair 8800(사진출처-StartUp)
최근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키우자’, ‘마크 주커버그를 키우자’는 국가적 차원의 캠페인이 언론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물론 좋은 정책입니다. 젊은 창업자로 말미암아 새로운 산업이 융성하고, 경제에 새로운 활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IT 업계 창업자들에게는 특성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성공한 창업자가 20대를 전후해서 창업한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 컴퓨터를 창업한 것은 21살이었고,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만든 나이도 21살이었습니다. IT 업계는 무모한 도전과 상상력, 많은 영감이 필요한데 이런 시기가 바로 20대 초반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사진출처-60 Minutes)
IT 업계에서 젊은 CEO가 세상을 뒤흔들어 놓은 사례는 이 밖에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20살, 소프트뱅크를 창업한 손정의는 24살 때였고,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은 19살 때, 비교적 최근 예인 ‘텀블러’의 창업자 데이비드 카프도 20살 때 창업했습니다. 야후의 제리 양,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 래리 페이지 역시 25살 안팎에 창업했습니다. IT 업계에서 청바지를 입은 젊은 CEO는 당연한 필요조건일 정도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20대 초반에 입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군대를 다녀오지 않으면 제대로 일을 배우기도 힘듭니다. 대부분의 정규직은 군필자나 면제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군 미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순 노동이나 파트 타임이 대부분입니다. 가장 영감과 아이디어가 넘치는 시기에 가장 비창조적인 일만을 강요받는 셈입니다.
창업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설사 먼저 창업을 해서 회사가 번창하더라도 언젠가는 2년간의 군 복무를 마쳐야 합니다. 예외가 있을 수도 있지만, 청년창업자가 입대하면 폐업을 하거나 CEO가 바뀌어야 하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우리 나라의 많은 청년 CEO들은 오늘도 군 입대 문제 때문에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국방의 의무는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꼭 필요한 ‘의무’입니다. 따라서 성공한 창업자들에게 군 복무 면제를 준다는 정책은 성립되기 힘듭니다. (만약 이런 정책이 진짜 있다면 한국은 20대 남자 창업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될지도 모릅니다!)
이런 이들을 위한 차선책으로 대체 복무제가 있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IT 분야 산업기능요원입니다. 그런데 이 대상 인원은 지난 2002년 7,817명에서 2011년 768명으로 대폭 감소한 상황입니다. IT를 중시했던 지난 정권들과는 달리 이명박 정부 이후로는 녹색 성장을 위해 녹색 군복을 많이 입히길 원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대체 복무제도 한계가 뚜렷합니다. 피고용인 신세로 공대 출신의 기능사, 산업기사, 기사 등의 자격증을 가져야만 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철학과 중퇴였고, 빌 게이츠는 법대 중퇴생, 심지어 텀블러의 데이비드 카프는 고교 중퇴생입니다. 이들이 한국에 있었다면, 모조리 현역병 징집 대상이고, 낮에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밤에는 기능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할 판입니다. 만약 제때에 기능사 자격증을 따지 못한다면 입대를 해야만 합니다. 상상해 볼까요? 차세대 OS 경쟁을 지휘하기 위해 일과 끝난 후에 공중전화를 기다리고 있는 빌 게이츠, 2년간 고문관 취급을 받으며 관심 병사로 등록된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의 사격 포상휴가 덕분에 겨우 업데이트되는 페이스북!
해외 사례는 농담이지만 국내 젊은 창업자들에게는 현실로 당면한 문제입니다. 그들은 오늘도 세계적 기업인 구글, 애플, 페이스북과 싸우며, 한편으로는 군 입대시기를 정하기 위해 고뇌해야 합니다. 만약 상장회사라면 주주들에게까지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들을 도울 방법은 없을까요? 아니, 이들은 힘들더라도 이제부터 키워야 할(키워진다면 좋겠지만) 제2의 스티브 잡스와 마크 주커버그를 구원할 방법은 없을까요?
이스라엘의 사이버 부대 '유닛 8200'에 대한 보도(사진출처- 뉴데일리)
이스라엘의 경우도 비슷한 딜레마가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남자는 3년, 여자는 2년의 의무복무제가 있습니다. 대신 소수 정예의 엘리트 육성 부대인 탈피오트(Talpiot)와 인터넷 보안 특수 부대인 ‘8200’ 부대를 운용합니다. 이들은 군대 내에서 수학, 물리학, 소프트웨어를 가르치고, 심지어 창업까지 지원합니다. 군대로써는 최첨단 IT 기술을 군대에 적용시킬 수 있어 이득이고, 예비 창업자들은 해당 기술과 공부를 심화할 수 있고, 시간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군대 내에서 인맥까지 만들 수 있는 방법입니다. 비록 이미 창업한 이들을 위한 솔루션은 더 연구해 봐야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부터 하나, 둘 해결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해답을 얻을지도 모릅니다.
페이스북 마크 주커버그(사진 출처-위키트리)
이런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제기 없이는 “한국의 스티브 잡스”, “한국의 마크 주커버그”를 만나기는 힘들 것입니다. 어떻게 고아 출신의 철학과 중퇴생이 세계적 CEO가 되었는지에 대한 정밀한 시뮬레이션 없이는 절대로 “한국의 스티브 잡스”는 태어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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