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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자유광장은 지금!

장기 불황 해법? 바로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장려가 답!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주채무계열 재무구조 평가’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A그룹. 재무 상태는 비교적 양호했지만, 사업 현황 부진으로 주력 계열사가 상당한 영업 손실을 낸 탓이었습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A그룹은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하고, 비용 절감 등 경영 정상화에 힘썼는데요. 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 4개 채권은행이 떨어진 신용등급을 이유로 A그룹에게 빌려준 4,000억 원을 회수해버렸습니다. 재무구조 개선을 돕겠다는 채권은행들의 약속만 믿고 있던 A그룹은, 자금 지원은 고사하고 대출 한도까지 줄어들어 자금줄이 막혀버렸다고 하소연합니다.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 담근다’는 속담이 있죠. A그룹의 사례처럼 최근 현장에선 ‘문제가 있는 기업’이라는 낙인이 두려워 ‘재무구조개선약정’을 꺼리는 기업들의 이야기가 속속 들려오고 있습니다.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대기업 그룹을 대상으로 한 이 ‘주채무계열 제도’에 대한 불만이 높아져 가고 있는 것인데요. 부채가 많은 기업의 부실 위험을 예방하겠다는 제도의 취지와 달리, 기업들 사이에선 “약정을 맺는 순간 돈줄이 말라 죽는다”는 말이 나올 지경입니다. 도대체 어떤 제도이길래 되려 경기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걸까요?! 



주채무계열 제도, 기업에 어떻게 해가 될까?

금융기관에서 전체 신용(부채)의 0.075% 이상을 빌린 대기업 그룹을 뜻하는, ‘주채무계열’. 이 주채무계열 그룹들은 매년 금융감독원의 재무구조 평가를 받는데요. 평가 결과, 일정 점수를 못 넘긴 그룹은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이하 약정)을 체결해야 하죠.

문제는 다름 아닌 ‘약정을 체결한 후’입니다. 약정을 맺었다는 소식에 거래처가 “회사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거래 중단을 요구하거나, 신용등급이 떨어져 회사채 발행 등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지는 일들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인데요. 채권은행의 일명 ‘갑의 횡포’로 인한 영업·재무상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도 적지 않습니다. 또 부실 우려가 있는 특정 기업이 속한 그룹 전체가 약정을 맺어야 해, 그룹 내 다른 우량 기업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시 낙인효과


여기에 부채 비율, 영업이익 위주의 ‘재무건전성 평가 방식’도 문제인데요. 기업이란 기존 사업에 안주했을 때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할 때 부채 비율이 높아지기 마련! 그러다 보니 투자를 하면 약정을 체결할 가능성이 커지는 건 당연합니다. 약정을 체결한 기업은 최소 3년간 부채 상환에만 집중해야 하니,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더 어려워지죠. 이는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방해해, 호황기를 겨냥한 기업의 선제적인 투자를 좌절시킬 수 있습니다. 전경련은 이러한 불만을 수렴해, 정부에 주채무계열에 대한 규제를 개선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주채무계열 제도 문제, 해결 방법은?

그렇다면 이 주채무계열 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우선 부채 상환에 문제가 없는 그룹까지 피해를 받지 않도록 평가 방식을 개선해야 합니다. 그 해결 방안으로 우선 재무평가에서 보지 못하는 7개 항목을 반영하는 ‘비재무평가’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현재 주채무계열 제도는 비재무평가에서 명목상 최대 14점까지 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가점을 거의 못 받고 있기 때문이죠.

이와 함께 기업이 실질적인 지원을 받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현재 약정서에는 신규 자금 지원에 대한 내용은 있지만,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지 않아 기업들이 지원을 받는 데 한계가 있는데요. 만약 정부가 기존의 채권은행 여신 및 금리를 동결하고,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등 제도를 보완한다면, 약정을 맺은 기업들의 재무 구조는 빠른 속도로 나아질 것입니다.

주채무계열 제도 및 건의내용 요약


장기 불황이 계속되는 요즘,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기업의 활동을 장려해 내수 경제에 활기를 돌게 하는 것입니다. 기업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더불어 성장이 더디거나 부실한 기업에 대한 관리는 물론 필요하죠. 하지만 부실을 방지하기 위해 무작정 규제하다 보면, 오히려 주채무계열 제도처럼 기업 활동을 막고 부실을 부추기는 독이 되기도 한다는 것!

전경련 송원근 경제본부장도 이 제도를 두고, “기본적으로 부실이 드러나지 않은 대기업 그룹에 부실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전에 규제하는 것”이라 지적했는데요. 투자 활성화 정책 효과가 반감되지 않도록, 기업의 재무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결단력 있는 대처로 정부가 기업의 우려를 잠재우고, 점차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길 기대해봅니다!


본 포스팅은 전경련 재정금융팀 박병준 조사역의 자료를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