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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자유광장은 지금!

대기업 증세, 이미 하고 있는데 또 해요?

 

 

 

 

 

이미 와 있는 미래라는 말이 있습니다. 현재 사용되고 있지만, 단지 널리 퍼지지 않았을 뿐인 것들을 가리킵니다.

 

증세, 기업, 세금, 인상

 

최근 복지재원 마련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대기업 증세'도 다르지 않습니다. 세간에는 이제야 대기업 증세를 논의하기 시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인 증세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진행 중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기업 관련 주요세제 비교

 

그럼 전경련이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어떻게 증세가 진행되고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핵심은 ① 최저한세율 인상 ② 공제•감면 축소 ③ 기업소득환류세제 신설 등입니다. 명목 법인세율만 인상하지 않았을 뿐 기업은 이미 사실상의 증세로 인한 부담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증세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이유는, 마지막 보루인 법인세율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쳤던 2008년 인하한 법인세를 다시 올려받겠다는 이야기인데요. 조금 아이러니합니다. 그때는 경제가 힘들어서 법인세를 인하했는데, 지금은 경제가 힘들어서 세금이 안 걷히니 법인세를 올리겠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대기업 실적이 점점 나빠지고 있는데도요.

 

그렇다면 대기업을 향한 ‘사실상의 증세’, 그동안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었을까요?

 

대기업 최저한세율

 

대기업 세부담의 ‘상한선’ 격인 법인세율은 ’08년 감세 이후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하지만 ‘하한선’에 해당하는 최저한세율, 기업이 공제 혹은 감면을 받더라도 반드시 납부해야 하는 최소한의 세율은 지난 ’13년 2%p에 이어 바로 다음 해인 ’14년에도 1%p나 올랐습니다. 그 결과 ’09년 14%이던 최저한세율은 ’14년 17%까지 올랐는데, 이는 최저한세가 도입된 ’91년(12%) 이래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최저한세율이 1%p 인상될 때, 얼마의 세수가 증가하느냐고요? 무려 연 2,970억 원에 달합니다. 1%p에 이 정도인데, 17%라면 기업에도 엄청난 부담이 되었을 겁니다. 게다가 현재 우리나라의 ‘법인세율 대비 최저한세율’은 무려 77.3%(=17%/ 22%×100)로 주요국에 비해 높은 상황입니다.

 

투자지원세제도 축소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투자액의 일정비율을 세금에서 깎아줘 민간기업의 투자를 촉진시키는 임시투자세액공제인데요. ‘특정설비’가 아닌 ‘설비투자 전반’에 대한 유일한 세제지원제도인 임시투자세액공제가 ’12년 ‘고용창출투자세액 기본공제’로 바뀌면서* ’09년 10%이던 공제율이 ’15년 0~1%까지 축소될 예정입니다.**

 

*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는 기본공제와 추가공제로 나뉘는데, 추가공제의 경우 고용을 늘리지 않으면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임투공제와는 성격이 다름
** 대기업 고투 기본공제율 1%p 인하로 연 3,000억 원 세수증가(기재부, ’13.9)

 

뿐만 아닙니다. 신성장동력 확충에는 연구와 인력개발(R&D)가 필수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세제지원도 ’12년부터 거의 매년 공제율을 낮추고 있습니다.

 

R&D 세제지원 축소 현황

 

공제대상을 축소하는 가운데 공제요건을 강화하는 등 축소일로를 걷고 있는 겁니다. 예컨대 ’14년에는 연구•인력개발 투자를 위해 준비금을 적립하면, 매출액의 3%까지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해주는 R&D준비금 손금산입 제도가 폐지되었으며, R&D비용 세액공제율, R&D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이 모두 낮아졌습니다.

 

이처럼 2009년 이후 대기업 증세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명목 법인세율만 오르지 않았을 뿐, 실질적인 증세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상반기 대기업 실적

 

홍성일 금융조세팀장은 “내년에도 기업소득환류세제, 외국납부세액공제 축소 등 대기업을 대상으로 사실상의 증세가 이어질 예정”이라 밝히며, “이런 상황에서 법인세율까지 높인다면 중국 성장둔화, 엔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의 수익성과 국제경쟁력이 더욱 악화되어 국민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 조언합니다.

 

기업의 실적은 작년 상반기 대비, 더욱 나빠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법인세 인상이라는 증세까지 더해지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 기업들이 빠질 수 있는 수익성 악화, 국제경쟁력 약화가 진심으로 우려됩니다. 지금은 우리 경제의 전체 활력을 살릴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할 순간입니다. 부디 기업의 경영을 어렵게 하는 증세가 없기를 바랍니다.

 

* 본 포스팅은 전경련 금융조세팀 박병준 조사역의 자료를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