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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자유광장은 지금!

긴 겨울 버티려는데 법인세 인상이라니요?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여전히 내수는 부진한데, 한국은행이 밝힌 바에 따르면 버팀목이 됐던 수출마저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 버렸습니다. -2.6%. 외환위기가 닥쳤던 2008년 4분기 이후 최대 하락폭입니다. 원화 강세는 경제 성장률마저 끌어내리는 힘을 가졌습니다. 덕분에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는 우울한 분위기로 가득차 있습니다. 누군가는 Long Cold Winter가 될 것이라 말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춥고도 긴 겨울. 그 겨울을 버틸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요?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법인세 인상

 

하필 왜 지금일까요? 법인세를 인상하자는 쪽은 이렇게 말합니다. 정부가 대기업에 감면해준 법인세를 원래 수준으로 환원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그렇게 해서 늘어난 세금을 복지재원으로 써야 한다고. 그런데 시기가 너무 좋지 않습니다. 악화된 기업실적, 대기업 공제감면 축소, 주요국 법인세 인하 동향, 기업의 해외이전 등 고법인세로 인한 부작용을 고려해보면, 섣부른 법인세 인상논의는 기업활동을 더 위축시켜 오히려 세수감소를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전경련은 법인세 인상논의를 중단할 것을 요청하며, 아래 다섯 가지를 그 근거로 제시하는 바입니다.

 

첫째, 법인세 인상을 논의하기에는 최근 기업실적이 너무 좋지 않다

 

법인세 인상 논의 - 기업 실적 추이

 

우리나라 간판 기업들의 영업이익을 보면 최근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적자를 내는 기업도 다수입니다. 이를 반영한 결과, 매출액 증가율이 올해 상반기, 금융위기 직후인 ‘09년 상반기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0.7%)를 기록했습니다. 매출액영업이익률도 악화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인세마저 올리면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 투자가 위축되고 국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둘째, MB 정부에서 대기업 감세정도는 중소기업에 비해 크지 않았으나,

이번 정부는 대기업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추세이다

 

MB정부 법인세율 인하 현황

 

지난 정부 법인세율 인하정도는 과세표준이 낮을수록 더 커서, 경감률이 과표 1억 이하는 23%, 과표 1억~2억은 60%에 이르렀습니다. 반면, 200억 초과 기업은 12%에 그쳤지요. 그런데 이번 정부 들어서는 대기업 최저한세율 인상, 공제․감면 축소, 기업소득환류세제 신설 등 대기업에 대한 실질적 증세효과를 가져오는 여러 제도가 도입되었고 또 앞으로도 도입 예정입니다. 상위 0.1% 기업이 법인세 전체의 2/3를 부담하는 가운데 법인세 인상은 상위 기업의 발목을 더 잡는 결과가 될 겁니다.


 * ‘08∼‘13년간 세부담 귀착(세법개정 후 5년간 누적기준, 기재부, ‘14.10) : 중소기업 ⧍11.9조원, 대기업 +10.9조원.

 

셋째, 세계 주요국들은 법인세 인하, 기업 세부담 완화를 위해 경쟁 중이다.

 

우리의 법인세 인상논의와 반대로 세계는 법인세를 인하하고 있습니다. OECD 국가 평균 법인세율은 2000년대 이후 지속 하락추세이며, 금융위기 이후 최근에도 인하 또는 최소한 현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세율인하뿐만 아니라, 주요국들은 투자공제율 인상, 세제 인센티브 부여 등 기업 세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들을 속속 도입하고 있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 OECD 평균 법인세율(중앙정부기준) : (’00)30.6%→(‘05)26.2%→(’14)23.4%
 * 금융위기 이후(‘09∼‘14) OECD 법인세 : 인하12개국, 유지15개국, 인상7개국

 

넷째, 한국의 법인세 수준은 주요국, 경쟁국 대비 낮지 않다

 

한국의 법인세율은 OECD 평균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나 아시아 경쟁국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입니다. 세율인하 측면에서도 2000년대 이후 OECD 평균 7.2%p 인하될 동안 한국은 6%p 인하에 그쳤습니다. GDP 및 총조세 대비 법인세 비중도 OECD 상위권일 뿐만 아니라 증가추세여서 한국의 법인세 수준이 높음을 반증합니다.


 * 법인세율 : OECD평균 30.6%(‘00)→23.4%(’14), 한국 28.0%(‘00)→22.0%(’14)
 * 아시아 법인세율(중앙정부) : 중국 25%, 한국22%, 대만 17%, 싱가폴 17% 등
 * 한국 법인세수의 GDP 대비 비중 OECD 5위, 총조세 대비 비중 3위

 

다섯째, 글로벌 조세경쟁시대, 법인세 인상은 기업이전을 부채질한다

 

국가간 자본이동 장벽이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은 저세율 국가로의 기업이전을 가속화할 우려가 큽니다.

 

영국 법인세율 변동애 따른 기업 이전 사례

 

고(高)법인세에서 저(低)법인세로 옮겨감에 따라 기업 이탈에서 기업 유입으로 상황이 변경된 대표적 사례가 바로 영국입니다. ‘99년~’10년의 10년 이상 동안 2%p 인하에 그칠 정도로 법인세율 인하에 소극적일 때에는 맥도날드 등 많은 기업이 영국을 떠났다가, ‘11년 이후 매년 세율을 인하하자 주요기업들이 다시 영국을 찾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이 법인세 수준을 경영에 중요한 요인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 영국 법인세 최고세율 : 30%(‘99) → 28%(‘08) → 26%(‘11) → 24%(’12) → 23%(‘13) → 21%(‘14) → 20%(’15 예정)

 

법인세 인상 논의와 관련해 전경련 홍성일 팀장은 "법인세 인상을 통한 세수확보는 세계추세에도 맞지 않고 어려운 기업상황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는 만큼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먼저 투자여건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투자여건 조성 → 법인소득 증대, 고용확대 → 세수증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세수확대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합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는’ 지혜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법인세 인상논의를 중단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법인세 인상으로 얻을 수 있는 악영향을 두루 살피고, 적절한 세수 마련을 위한 해법을 재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 본 포스팅은 전경련 금융조세팀 이재수 과장의 자료를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