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스토리/자유광장은 지금!

한중 FTA 끝났다? 이젠 한-대만 BIT가 필요합니다!

채근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옛 친구를 만나거든 심정을 더욱 새롭게 할 것이며, 비밀스런 일을 처리함에는 남의 의심을 사지 않게끔 더욱 분명히 할 것이며, 불운한 사람을 대할 때에도 예우를 더욱 융숭하게 할 것이니라"라고. 지금 한국과 중국, 대만 관계가 꼭 이렇습니다. 새 친구를 사귀게 됐다고 옛 친구를 모른 척할 수는 없는 상황. 무슨 말이냐구요?


아시는 것처럼 한중 FTA가 타결되었습니다. 13억 인구의 중국이 새로운 내수 시장이 될 기회가 생겼으며, 더 깊은 친구 관계가 될 자리가 마련된 셈입니다. 그런데 그 때문에 살짝 잊혀진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옛 친구 대만입니다. 우리에겐 '꽃보다 할배'의 여행지로 더 유명하지만, 대만과 중국은 애시당초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관계입니다. 거기에 한국과 대만의 주력 산업도 비슷한 편이고요. 한마디로 중국 앞에 한국과 대만은 비슷한 처지입니다.


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무한 경쟁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한중 FTA 이후 중국 시장을 놓고, 한국과 대만의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기대하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하지만 제로썸 게임으로 가버리면 항상 양쪽 다 피해를 입고 맙니다. 반대로 한국과 대만이 협력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새로운 기회와 부를 만들어 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제39차 한-대만 경제협력위원회 합동회의

▲ 11월 19일, 전경련은 타이페이에서 한국, 대만, 경제계 인사 9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39차 한-대만 경제협력위원회 합동회의를 개최했다

 

전경련 한-대만 경제협력위원회(위원장:최강주 두산 사장)가 대만국제경제합작협회(CIECA)와 공동으로 지난 19일 제39차 한-대만 경제협력위원회 합동회의를 연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이번 회의에서 양국은 1994년 한-대만 관계복원 이후 20년의 협력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의 양국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번 제39차 한-대만 경협위 함동회의에는 한국 측에서 최광주 위원장, 박찬호 전경련 전무,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 조백상 주대만 한국대표부 대표, 전병국 새만금개발청 차장 등 31명이 참석했으며, 대만 측에서는 량궈신(梁國新) 위원장(中華民國對外貿易發展協會 董事長), 뜨주쥔((杜紫軍) 경제부 장관, 스딩(石定) 駐한국타이페이대표부 대표 리춘(李淳) 중화경제연구소 WTO&RTA센터 부원장 등 89명이 참석했습니다.

 

제39차 한-대만 경제협력위원회 합동회의

▲ 제39차 한-대만 경제협력위원회 합동회의에서 최광주 한국측 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개회사는 최광주 한국측 위원장이 맡았습니다. 최 위원장은 “1994년 한-대만 관계복원 이후 20년간, 양국 교역규모가 6배 이상 증가하여 2013년 기준으로 대만이 한국의 제6위 교역대상국(수출 : 7위, 수입 : 10위)이고, 연간 인적교류도 86만 명으로 활성화되어 있는 만큼, 2012년부터 시작된 양국 정부간 투자보장협정(BIT) 협상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될 수 있도록 양국 모두의 관심과 지혜가 모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최 위원장이 강조한 투자보장협정(BIT :  Bilateral Investment Treaty)은 내외국인을 구별하지 않고 투자에 관한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는 투자협정을 뜻하는데요. 외국인 투자가도 내국인처럼 투자와 관련한 각종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하는 겁니다. 국가간 투자활동에 대한 규제를 없앤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양국 교역과 경제 협력이 점점 늘어나는 지금, 한-대만 투자보장협정은 양국 경제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중 FTA가 체결된 지금, 이어 한-대만 투자보장협정까지 우리 경제에 좋은 소식이 연이어 들렸으면 좋겠네요.

 

본격적인 회의에서 한국측 주제 발표자들은 양국간 교역에 비해 상호투자가 저조한 만큼 대만 측에 對韓 투자 확대를 요청했습니다.

 

제39차 한-대만 경제협력위원회 합동회의

▲ 제39차 한-대만 경제협력위원회 합동회의. 사진 왼쪽부터 조백상 주대만 한국대표부 대표, 량궈신 대만측 위원장(대외무역합작공사 회장), 쑤다웨이 대만 경제부 해외무역국 부국장, 스딩 주한국타이페이대표부 대표, 최광주 한국측 위원장((주) 두산 사장)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양국 무역투자 촉진 및 협력 강화방안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한-중 FTA 타결로 양국이 對중국 교역에 있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고 밝히며, “양국 경제에 있어 중국 시장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어느 한 국가만이 그 혜택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대만이 상호 협력하여 새로운 기회와 부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권 원장은 그 방안으로 양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전자, IT, 화학 분야 협력을 통해 중국정부가 새롭게 선정한 7대 전략 산업 분야 공동 진출을 제시했습니다.

 

김미희 새만금개발청 사무관은 한국에서 진행 중인 국책사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국책 사업이자 국가의 전략상 중요사업인 새만금개발사업을 소개하며, 대만기업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요청했습니다.

 

아울러 그간 양국 간의 협력이 저조했던 건설플랜트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한국 건설, 플랜트 기업들이 중화권 건설시장 진입의 전략기지로서 대만의 유화(탱크), 발전, 항만, 인프라 프로젝트 수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대만과 일본이 공공건설교류회의 등 건설업체간 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과 대만 기업간 네트워크 구축과 양국 교류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국과 대만의 경제협력 이슈 외에도 양국이 직면한 ‘분단과 통일’이라는 과제에 대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발전적 해법을 모색하는 시간도 마련됐습니다.

 

발표자로 나선 민정기 산업통상자원부 남북경협팀 사무관은 “양안간 정치⋅군사적 긴장에도 불구하고 인적, 경제적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대만의 사례는 교착상태에 있는 남북 경제협력 관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언급하며, “대만과 중국이 해협교류기금회(‘90, 대만), 양안관계협회(’90, 중국)를 각각 설립하여 양안간 경협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것처럼, 민간 주도의 남북경협 활성화 정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전경련 한-대만 경제협력위원회는 전경련이 운영 중인 양자 간 경제협력위원회 중 가장 오래되었습니다. 1968년에 창설된 이후 39번 동안 양국 경제 협력을 위해 여러 회의를 이어왔습니다. 이번에는 제39차 합동회의를 통해 한중 FTA 타결 이후 한-대만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함께 모색했지요.

 

한중 FTA로 한국과 대만은 이제 중국 교역에 있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됩니다. 같은 시장에서 보다 깊게 겨룰 수밖에 없는 사이가 된 것이지요.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듯, 한-대만 경제 협력의 강화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길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본 포스팅은 전경련 아시아팀 한혜수 선임조사역의 자료를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