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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자유광장은 지금!

서방의 러시아 경제제재, 달리 보면 길이 보인다

逢山開道 遇水架橋 (봉산개도 우수가교)라는 말이 있습니다. 삼국지 연의에 나오는 적벽대전에서 조조가 한 말로, "산을 만나면 길을 뚫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는 뜻입니다. 봉산개로라고도 하고 봉산개도라고도 하지만, 어떤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없는 길을 만들어내며 나아간다는 의미는 같습니다.


최근 한국과 러시아의 경제 관계가 이와 비슷합니다. 산을 만나고 물을 만났습니다. 국제분쟁으로 인해 이어진 서방의 對 러시아 경제제재로 곤경에 빠진 형국입니다. 하지만 길을 놓고 다리를 놓을 방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서방의 러시아 경제제재가 우리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만 끼치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요?

 

▲ 서방의 경제제재와 러시아의 대응 내용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는 이태림 러시아변호사

 

전경련이 16일, 법무법인 세종과 함께 개최한 [러시아 경제제재 이후 비즈니스 환경변화와 대응방안] 세미나를 보고 든 생각입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러시아 진출에 관심이 있는 기업인 약 100여 명이 참석해 대러 경제제재 내용과 전망, 그리고 우리 기업의 대응 방안에 대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태림 러시아 변호사가 그 내용에 관해 발표를 맡았는데요. 그는 우리 기업에 서방의 對러 경제제재의 긍, 부정적 요인을 함께 고려하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변호사가 꼽은 서방의 대러 경제제재가 우리 기업에 끼치는 긍정적 부정적 요인은 과연 무엇일까요?

 

 

긍정적 요인으로는 첫째, 러시아는 경제제재에 참여한 미국과 EU 등 서방국가에 대한 보복성 금수조치(Counter-Sanctions)를 취하고 있는데요. 때문에 이들 국가로부터 자동차, 식료품과 공산품 수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입대체국으로 한국, 중국, 남미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 우리 기업에는 긍정적인 요인입니다.

 

둘째, 러시아는 유럽 위주의 에너지 수출정책에서 탈피하기 위해 수출시장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2035년까지 아태지역 수출 비중을 석유는 현재 수준의 2배, 천연가스는 5배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단가 하락으로 이어져 에너지 관련 국내 기업들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셋째, 서방의 경제재제 이후 푸틴정부의 외교정책이 아시아 중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우리와의 경제협력이 강화될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극동, 시베리아를 우선개발지역으로 지정하고 외국인투자여건 개선에 나서고 있어 우리기업들의 극동지역 진출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긍정적 영향을 주는 요소도 많지만 반면 악영향을 받을 우려도 있습니다. 이 변호사는 서방의 對러 경제제재에 부정적 요인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이 올라 러시아 물가가 상승하고 내수소비가 감소할 수 있다는 겁니다. 루블화는 연초 32.9달러에서 10.14 현재 40.4루블까지 상승한 상황인데요. 더욱이 루블화는 약세인 반면 원화는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어 현지 진출 우리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또한, 우리 기업의 현지 원부자재 조달 역시 문제입니다. 러시아측 거래선들은 물가상승으로 가격조정을 요구하거나 거래물량을 줄이고 있어 원부자재 조달이 어려워지고 있으며, 원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산을 만나고 물을 만나는 일은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춰 설 것이냐, 아니면 길을 뚫고 다리를 놓아 계속 갈 것이냐의 문제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서방의 러시아 경제제재도 우리 기업의 입장에서는 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나쁜 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걱정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긍정적인 요소도 분명 존재합니다. 이번 상황을 기회로 돌릴 수 있는 현명한 선택과 도전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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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회와 맞물려 전경련은 오는 10월 28일, 무역협회와 공동으로 러시아 하바롭스크에서 한러 양국 기업인 100여 명이 참석하는 제7차 한-러 비즈니스 다이얼로그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좋은 의견을 나누고 긍정적인 성과를 만드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 본 포스팅은 전경련 신흥시장팀 한종훈 과장의 자료를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