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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자유광장은 지금!

<2012년 한국경제 주요변수 점검 4>가계부채 위험 고조와 정책적 과제

불투명한 글로벌 경제기상도 속에 새해 들어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불안합니다. 대외적으로는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내적으로는 가계부채문제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핵개발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인한 국제유가의 급등 초래 가능성은 가뜩이나 불안한 현 국면을 더 위태롭게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과 신흥국 성장률의 하락, 그리고 가계발 금융불안 우려와 총선·대선으로 이어지는 선거정국은 정책의 불확실성을 높일 게 확실합니다. 이에  ‘2012년 한국경제 주요 변수 점검’을 특집 주제로 삼아 세계경제 화약고로서 유로존의 위기, 미국경제 침체 장기화 및 중국경제 경착륙 등 현단계 G2 경제의 문제점, 이란 리스크, 그리고 가계부채 뇌관 등 한국경제를 둘러싼 주요 변수들을 점검해보고자 합니다.

대외적으로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내적으로는 가계부채 문제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커져가는 가계부채 위험
 
국내 가계부채는 금융위기 이후 축소현상이 진행되는 여타 국가와 달리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 가계신용 기준으로 2002년 이후 명목GDP 성장률 5.9%를 훨씬 상회하는 연평균 약 8% 증가로 2011년 3/4분기 현재 892.5조 원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자영업자의 영업관련 부채를 포함한 한국은행 자금순환의 개인부문 부채도 빠르게 증가하여 2011년 3/4분기 현재 1,070.7조 원을 기록하고 있다.
 
2010년 가계 가처분소득대비 가계신용 비율도 160% 수준에 육박하면서 주요국 중 최고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영국(183.6%)과 미국(137 .8%)의 중간 수준이다. 특히 저소득층 가계의 재무상태가 크게 악화된 가운데 이들의 가계부채 부담이 유난히 크다. 통계청 가계금융자산 조사를 보면 금융위기 이후 소득분위별 1~2분위 저소득계층의 경우 부채 감소폭보다 자산 감소폭이 커서 가계 순자산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특히 소득 1분위의 경우 자산이 없는 데다 가처분소득대비 부채비율이 오래전부터 300% 이상으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한편, 가계부채의 양적 증가뿐만 아니라 그 질도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 비은행권대출, 생계형대출, 신용대출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가계부채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가계대출의 경우 극도의 금융위기 혼란에서 벗어난 2009년 하반기 이후 은행권보다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예금 취급기관을 통한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또한 주택담보대출의 목적도 주택구입보다 생활형자금 성격의 대출이 증가하고, 고금리의 신용대출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다 최근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에서 변동금리형 단기대출이 주를 이루고 있어 이자상승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둔화와 금융시장 불안 등에도 가파른 물가오름세로 기준금리의 상승 가능성이 크며, 특히 상대적으로 취약대출에 대한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억제하려는 움직임 등으로 인하여 원금상환 부담마저 점증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가계부채는 원금상환이 유예되고 있는 데다 주택가격이 비교적 안정되고 은행 건전성이 유지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빠른 경제회복을 시현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 우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경제성장률 둔화, 금리상승, 주택시장 불안 등 경제여건 악화 가능성으로 인해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국내 가계부채는 당국의 경제정책 결정에 부담을 미치는 동시에 향후 한국경제의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는 경제가 건강할 때에는 괜찮아 보이지만 높아진 가계부채에 대한 감내능력을 잃어버릴 경우 가계의 위기로 나타날 수 있다. 경제성장률 저하, 물가상승 등으로 가계의 체감경기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상승의 가계 몫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체감경기 악화 및 수도권 주택시장 침체 장기화 등에 따른 가계 순자산가치 하락과 금융권의 상환압력 등으로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북구형 가계발 복합불황 가능성
 
우리나라의 경우 유난히 금융자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갑자기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 대부분의 가계부채 증가가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기반을 두고 있어 자칫 부동산가격이 급락하거나 실물자산이 유동화되지 못할 경우 가계부채 해결이 어렵다. 최근 수도권 중심의 주택시장 침체현상이 예사롭지 않다. 저성장 속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하락세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가계 순자산가치가 빠르게 축소되고, 특히 부채비율이 매우 높은 가계의 경우 순자산이 부(負)가 될 경우 개인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負)의 자산효과(Wealth effect)가 나타나면서 소비가 더욱 위축되고, 다시 기업들의 수익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더욱이 최근 저소득· 저신용자의 제2금융권으로의 대출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은 상대적으로 신용력이 낮은 가구에 집중된다는 측면에서 최근 이들 기관들에 대한 가계대출 쏠림현상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위험관리시스템이 미비한 비은행금융기관의 위험이 커질 제2금융권의 건전성 악화는 다시 가계대출 비중이 가장 높은 은행권으로까지 확산되어 그동안 경쟁적으로 대출한 금융기관이 동시에 어려움에 빠지면서 신용공급을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내 금융기관의 경우 높은 변동금리상품 비중과 낮은 원금상환비율 등에서 미국 금융위기 당시 가계부채 부실화 사례와 유사하다.
 
따라서 만일의 갑작스러운 환경변화로 커져버린 가계부채에 대한 감내능력을 잃어버릴 경우, 차입비중이 높은 가계와 제2금융권에서 동시에 위기가 촉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1990년대 초반 북유럽 3국(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은 가계부채 증가로 인해 가계와 금융기관이 모두 어려움에 빠져 3년 이상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한 바 있다. 북유럽 3국은 1980년대 후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등 거품현상을 보이는 가운데 부동산 관련 가계대출이 크게 확대되는 대출 붐(Lending Boom)이 형성되었다. 노르웨이의 경우 개인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987년 1/4분기 146.6%에서 1988년 4/4분기에는 167 .2%로 오름세가 지속되었다.
 


북유럽 3국은 1990년대 초 부동산가격 급락으로 가계대출을 크게 늘린 은행들의 부실채권이 급증하면서 금융위기가 발생하였다. 지나친 경기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정책당국은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통화정책을 단행한 것이 촉발의 계기가 되었다.
 
당시 핀란드 중앙은행은 1989년 10월 7.5%였던 기준금리를 1992년 5월에 9.5%까지 올렸으며,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1991년 5월 8.0%의 기준금리를 1992년 9월 11.0%로 인상하였다. 스웨덴 중앙은행도 1989년 12월 10.0%였던 기준금리를 1990년 12월에는 14.0%까지 인상하였다. 여기에다 1990년을 전후로 글로벌 경기침체, 유가하락, 구소련연방 붕괴 등으로 인한 실물경기 둔화도 금융기관 부실화에 가세하였다. 부동산거품 붕괴로 주택가격이 빠르게 하락하였으며, 부동산 관련 산업이 부실화되는 한편, 담보가치가 떨어짐에 따라 금융기관 부실채권이 급증한 것이다. 북유럽 3국 모두 위기정점기간 중에 실질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가계부담이 늘어나고, 이는 은행의 경영난으로 연결되었다. 북유럽 3국은 금융기관 부실 심화와 함께 금융기관의 대출 및 신용위험관리 미숙, 정책당국의 부적절한 금융감독 및 경제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1990년대 초반 심각한 금융위기를 경험한 것이다.
 
높아진 가계부채, 선제적 관리 필요
 
이에 정부는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생각하면서 지난해 6월 말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발표하는 등 노력하고 있는데, 주로 가계부채의 속도조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속도조절도 중요하지만 이미 커져버린 가계부채가 갑자기 터져 가계부채발 위기상황이 도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대책 마련이 더욱 절실하다.
 
먼저, 정책당국은 수도권 주택시장이 장기침체 국면에 빠지지 않도록 주택수요 진작과 거래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 급격한 출구전략을 자제하는 가운데 주택시장의 연착륙 유도가 절실한 바, 미분양 아파트 해소를 위해 시장기능의 강화가 필요하다. 즉, 법적 · 제도적 장치를 개선함으로써 시장에서 충분히 조정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고령자 및 다세대· 다가구 주택의 생계형 소유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통해 중소형주택의 거래와 공급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리고 가계부채 대책을 금리인상, 총량규제 등 정책당국 및 금융기관의 입장에서 거시·규제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가계입장에서 높아진 부채를 지탱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인위적 가계대출 억제에 따른 건전 금융소비자의 ‘제2금융권으로의 몰이’를 자제하고, 가급적 이들을 은행이 흡수하게끔 유도하여 금융의 선순환구조를 유지하여야 한다.
 
동시에 제2금융권 경영상황 악화에 대비하여 이들 기관에 무리한 규모의 수신 집중을 방지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소비자보호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가계부채 상환능력이 취약한 저소득층의 안정적 소득확보 차원에서 안정적인 고용의 증가가 중요하다. 그리고 역모기지제도 활성화를 통한 실물자산의 금융자산화, 전세제도 개선을 통한 전세자금의 금융저축화 등으로 실물자산에 묶여있는 자금을 유동화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한편, 금융기관도 무리하게 가계부채 회수를 진행할 경우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 의해 결국 금융기관의 전체 부실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금융권 전체 차원에서의 적절한 대책을 수립해야 하며, 가계도 기업처럼 자신의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내 가계의 원리금 부담 축소를 위하여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을 미국 상업은행의 프라임모기지론 형식으로 20~30년 장기화를 유도하는 한편, 금리변동 위험에 대한 부담을 금융기관이나 차입자에게 최소화시킬 수 있는 방안(예컨대, 덴마크식 Covered Bonds를 이용한 모기지시스템)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정부는 새해 경제정책을 발표하였다. 신중한 새해 경제정책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의 잠재적 경제뇌관을 다스리는 측면은 다소 미흡한 듯하다. 새해 경제정책을 차근차근 실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잠재된 가계부채 뇌관이 터지지 않도록 잘 다스리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할 것이다.
 
박덕배 /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