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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자유광장은 지금!

<2012년 한국경제 주요 변수점검 2>Global Rebalancing이 만들어내는 불확실성, 미국과 중국

불투명한 글로벌 경제기상도 속에 새해 들어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불안합니다. 대외적으로는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내적으로는 가계부채문제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핵개발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인한 국제유가의 급등 초래 가능성은 가뜩이나 불안한 현 국면을 더 위태롭게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과 신흥국 성장률의 하락, 그리고 가계발 금융불안 우려와 총선·대선으로 이어지는 선거정국은 정책의 불확실성을 높일 게 확실합니다. 이에  ‘2012년 한국경제 주요 변수 점검’을 특집 주제로 삼아 세계경제 화약고로서 유로존의 위기, 미국경제 침체 장기화 및 중국경제 경착륙 등 현단계 G2 경제의 문제점, 이란 리스크, 그리고 가계부채 뇌관 등 한국경제를 둘러싼 주요 변수들을 점검해보고자 합니다.


올해 글로벌 경제 기상도는 여느 때보다 불투명하다. 경기 면에서는 2000년대 초 고성장 이후 리먼사태 등으로 급등락을 겪은 뒤 장기 저성장단계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저성장기조가 지속되면서 주요국의 정책기조도 신자유주의 흐름이 퇴조하고 정부역할 강화 및 복지증대 쪽으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특히 올해엔 미국과 프랑스, 중국 등 주요국 리더십의 교체를 앞두고 있다. 선거정국은 정책 불확실성을 높일 게 확실하다.
 
2008년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글로벌 불균형의 실체는 분명해졌다. 대륙 간 경제력 불균형은 물론, 같은 경제블록 내 회원국 간, 한 나라 소득계층 간, 세대 간의 불균형 등이 그것이다. 중층적으로 진행돼온 불균형은 각종 가격변수의 지속성에 중대한 의문부호를 던졌고, 모순이 증폭되면서 결국 시장변수들의 조정이 충격적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진행된 불균형의 재조정은 전혀 순탄치 않다. 미 경제는 내부적으로 급격한 디레버리지(Deleverage) 경향을 나타내면서 대외적으로는 아시아 지역, 특히 중국의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유럽은 유로존의 국별 디폴트 사태를 방지하면서도 불균형을 시정할 새 도면을 마련해야 한다.
 
빚잔치를 벌였던 국가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상황이다. 후대의 과실을 당겨 써버린 현 세대는 재정긴축을 피하기 어렵고, 생산성보다 높은 소득을 누렸던 계층은 소비를 줄여야 하며, 경우에 따라선 임금삭감이나 복지감축을 받아들여야 할 판이다.
 
올해의 글로벌 리밸런싱(Rebalancing)은 이 때문에 더욱 고통스러울 것이다. 고통의 도래를 늦춰왔던 정부재정이란실탄이 선진국에선 고갈되고 있다. 개도국도 선진국발 외풍을 내수부양으로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런 가운데 주요국의 선거나 정권교체가 차례로 예정돼 있다.
 
미국 디레버리징의 불확실성
 
글로벌 금융위기의 기본적인 해법은 빚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부문의 급격한 부채축소는 소비여력을 떨어트려 경기위축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재정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결과 가계부채가 정부부채로 형태가 바뀌었을 뿐 총 부채규모는 오히려 더욱 늘어났다. 지난해 정부부채가 국가신뢰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면서 향후 부채축소와 이에 따른 성장둔화 추세는 피치 못할 목표가 됐다.
 
디레버리지의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 미국의 부동산 거품과 함께 진행된 가계부채 증가가 현 위기를 촉발시킨 주원인이기 때문이다. 부채가 안정될 때까지는 미국 경제, 정부의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어 혼란과 불안국면은 지속될 것이다. 20세기 세계 수요를 이끌어온 미국의 부채문제 해결은 결국 세계경제의 중기적 진로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미국경제가 정상 성장경로로 돌아오려면 2000년대에 과도하게 부풀려진 지표들이 정상화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지표로 주택가격, 가계부채, 그리고 위기 해결과정에서 크게 늘어난 국가부채를 들 수 있다.
 
주택시장 불확실성
 
2000년대 빠르게 상승했던 미국의 주택가격은 2006년을 피크로 최근까지도 하락세다. 주택가격이 안정되어야 가계와 금융기관의 추가적인 부실이 줄어들고 수요위축의 악순환이 멈추면서 경제가 정상궤도로 복귀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다행히 최근 미국의 주택지표는 미약하나마 개선되는 중이다. 대표적 주택가격지수인 케이스-쉴러 20 지수는 여전히 전년 동기비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마이너스 폭은 지난해 5월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주택가격의 하락세가 완화되면서 신규 모기지 대출 수요도 3분기부터 증가세로 돌아섰고 모기지 연체비도 낮아지고 있다. 다만, 주택경기가 워낙 위축되어 있었기 때문에 주택지표들이 정상화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주요 기관들은 미 주택가격이 상반기를 저점으로 완만하게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부채조정 과정에서 미국의 잠재적 성장능력이 약화되었다면 주택의 적정시세는 더욱 하락한 수준에서 형성될 수 있다. 현재의 하락세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가계부채 불확실성
 
위기 이후 미국 가계부채 조정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가계부채 규모는 2008년 3분기 14.1조 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이후 2011년 3분기에는 13.3조 달러로 줄었다. 그러나 이를 가계부채 조정이 끝난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가계부채/GDP 비중은 2008년 100%까지 급격히 늘었다가 현재 90%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2000년 72%에 비하면 크게 높은 수준이며 OECD국가 평균인 77%에 비해서도 높다. 높은 부채가 국가에 대한 신뢰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가계부채 조정은 추가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미 경제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유가안정, 대지진에 따른 생산차질 극복 등에 따른 반등효과가 크며 중기적으로 글로벌 경기악화, 재정지출 축소 등으로 2% 이내의 저성장기조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고실업과 저임금상승세가 지속된다면, 가계가 부채를 지속적으로 늘릴 여력이 크지 않을 것이다.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유로존 국채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아,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당분간 미 은행권의 자금운용은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형태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며 부채비율이 높은 가계부문보다는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기업부문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국가부채조정 불확실성
 
미국의 재정적자는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급격히 늘어 2011년에는 GDP 대비 10%를 넘어섰다. 올해부턴 재정적자 축소가 불가피하다. 미국의 국가부채 규모는 2011년 중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GDP 규모를 넘어섰으며 정부 부채 한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2021년까지 2조 달러 규모의 재정적자 감축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10년간 2조 달러의 감축으로 국가신뢰를 회복하긴 어렵다. 현재까지 합의된 재정적자 감축계획이 제대로 시행되어도 2021년 재정적자/GDP 비중은 5% 이상이 될 것이다.
 
재정적자 규모가 줄더라도 적자가 지속되는 한 국가부채 규모는 꾸준히 늘어나기 마련이다. IMF는 미국의 국가부채가 2015년에 GDP 대비 12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재정적자 축소가 계획보다 더디다면, 부채는 훨씬 빠르게 늘어나게 된다. 이 경우 신용등급 저하, 달러화에 대한 신뢰하락 등 금융시장의 혼란이 커질 수 있으며 수요위축으로 실물경기도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미 정부가 과감한 재정적자 축소계획을 세워도 계획대로 잘 이행될 것인가는 불투명하다. 미국 정부는 중기적 성장세가 3% 가까운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세수계획을 세웠으나 실제 성장은 이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상을 종합해보면 향후 미국의 부채축소 과정은 빠르게 이루어지기보다는 경기상황에 따라 조절되면서 완만하게, 그리고 장기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요에 미치는 단기적인 충격은 다소 줄 수 있지만 미 달러화의 신뢰는 위협받기 쉽다. 향후 미국의 디레버리지 과정은 성장활력의 둔화와 함께 간헐적으로 금융시장의 혼란을 수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과 중국 간의 리밸런싱
 
글로벌 헤게모니를 유지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해외에서 발굴해야 하는 미국 입장에서 아시아 대륙, 특히 중국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중국은 위기 이후 아시아 블록 내 구심력을 키우는 쪽으로 대응하고 있어 양국 간 리밸런싱은 상당한 파란이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중국의 수출환경에 먹구름을 드리우기 시작한 2008년 4분기부터 대규모 재정투자를 집행해 성장률의 급락을 차단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 시작된 12차 5개년계획에서 내수의 성장동력 확대를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로 설정했다. 주변국 입장에서는 연해 수출거점 지역에 국한됐던 중국 시장이 중서부 내륙으로 확산돼 진정한 ‘13억 시장’의 흡인력을 갖추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중국 정부는 더 나아가 인접경제권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연이어 체결함으로써 자국시장의 대외 문턱을 더 낮추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11년 한 해 동안 중국 정부는 6%를 넘어선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했다. 그런데도 9%대 초반의 성장세를 달성, 큰 보폭으로 미국경제를 따라잡고 있다. 지난 연말 중국 공산당 중앙공작회의는 올해 정책기조를 ‘안정 속에서 발전을 추구한다(穩中求進)’로 확정했다. 1년 전 ‘안정성장 속에서 물가상승을 억제하고 구조개선을 추진한다’는 정책기조에서 ‘물가안정’ 목표가 빠졌다. 올해 경기대책이 다소 느슨해진다면, 중국경제의 성장세가 경착륙을 우려할 정도로 급락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미 · 중 간 리밸런싱의 매개가 될 수 있는 것은 위안화 절상이다. 2005년 중국의 환율개혁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표면화되기까지 위안화는 거의 20% 절상됐고 2010년 5월 이후 현재까지 연평균 5% 정도의 절상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연말 일시적인 위안화 절하추이에도 불구하고 국제투자기관들은 올해도 절상쪽 전망에 기울고 있다. 중국경제의 체력 및 체질강화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수출부문의 성장기여를 낮추고 내수를 확대하려는 중국 정부의 정책방향과도 일치한다. 다만, 미국이 요구하는 절상속도와 중국 공산당의 ‘관리속도’ 사이엔 적잖은 괴리가 있는 만큼 올해도 미 ·중 간 환율외교는 파열음을 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미국은 미국 기업의 중국 등 아시아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것 역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의 하나로 간주하고 있다. 아시아전략을 유럽전략과 동등한 반열로 격상시키고 호주, 한국, 인도, 미얀마 등에 대한 적극 진출을 시도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중국시장에 대해서도 중국당국의 불공정성만 시정된다면, 앞선 기술 및 소프트웨어 경쟁력으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걸림돌은 중국의 사회주의 경제체제이다. 30년에 걸친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중국식 발전모델은 ‘국가주도’란 특성을 빼놓곤 설명하기 어렵다. 미국의 ‘공정한 대우’ 요구는 행정부 권한의 위축으로 이어지는 만큼 제도적으로나 관행적으로 단기간 시정될 리 만무하다.
 

 

중국경제의 두 가지 불확실성
 
최근 거시경제 리스크 관리에 탁월한 성과를 낸 중국 정부이지만, 부동산시장 안정화 및 지방정부 부채문제는 여전히 중국경제의 복병으로 남아있다. 두 이슈 모두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투자의 성장기여를 높이는 과정에서 불거진 만큼 위기 긴급처방의 후유증인 셈이다.
 
중국은 법률상 지방정부가 채권을 발행할 수 없다. 따라서 지방정부 산하의 특수목적회사가 지방정부 수입이나 자산을 담보로 금융을 조달해 각종 투자사업에 투입했다. 지난해 6월 중국 심계서(審計署, 한국의 감사원에 해당)가 추정한 지방정부 부채는 모두 10조 7 ,000억 위안으로서 GDP의 20%에 근접한 규모였다. 선진국의 80(미국)~200%(일본)에 크게 미치지 못해 건전하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매년 13%씩 늘어나는 빠른 증가세와 상환부담이 올해 집중된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지방정부의 수입 중 4분의 1가량이 토지사용권양도금이다. 지난해 본격화된 부동산시장의 부진은 직접적으로 지방정부 세수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구조이다.
 
부동산 및 유관산업은 중국 GDP의 4분의 1을 담당할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개발상들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주택거래량이 감소하는 등 부동산시장의 급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월 기준 부동산 가격은 70개 조사대상 대도시 중 52개 도시에서 하락세가 나타나 이 같은 우려를 증폭시켰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의 도시호구 확장정책에 따른 도시 이주수요와 도시재개발 수요가 여전히 활발한 만큼 주택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또 부동산 시장의 급락이 금융권의 부동산 대출을 부실화시켜 신용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매우 낮다. 주택관련 대출비중이 전체여신 중 20% 미만인 데다가 감독당국의 선제적 대손충당금 적립요구 등으로 은행권의 대응여력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지방정부의 채무 역시 불이행 가능성이 낮다. 3조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크고 작은 국유기업의 지분 및 각종 사업권 등 정부 자산은 막대하다. 아울러 지방정부 채무가 일회성 복지지출에 따른 것이 아니라 미래 수익을 도모하는 투자사업 때문에 누증된 것이란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다만, 지난 연말 위안화의 일시적 절하추이에서 나타났듯, 중국경제의 장기 성장세를 바라보는 중국 안팎의 시선은 어느정도 냉정해진 것이 사실이다. 중국경제의 대두와 함께 거시 리스크 관리는 해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 틀림없다.
 
박래정 /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