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경제학! 우리의 생활 그 자체인 ‘경제’. 하지만 사람들은 경제학을 너무 어렵고 전문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일반적인 인식을 뒤엎기 위해 쓰여진 '세계사를 지배한 경제학자 이야기'
한편의 역사 드라마처럼 비교적 평이하게 읽을 수 있는 책
‘자유방임주의’, ‘인구론’, ‘비교우위론’, ‘자본론’, ‘일반이론’, ‘게임이론’, ‘일반균형이론’, ‘머니터리즘’, 200여 년의 장구한 세월 동안 경제학의 주류를 이루었던 이론들이다. 이 모두는 사실 위대한 경제학자들이 예리한 시각으로 사회를 관찰한 결과 얻어진 경제사회의 진리들이다. 경제학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제학자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단순히 경제학자의 평전처럼 그들이 살아갔던 이야기만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 사건의 한 가운데에서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했던 경제학자들의 활약상을 다룸으로써 그들의 이론과 그 생성과정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 4명의 경제학자와 3명의 저널리스크로 구성된 저자들의 전문가적이며 평론가적 시각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면서 한편의 역사드라마처럼 비교적 쉽게 읽히는 장점을 가진다. 가독성측면에서 현란한 입담과 유머가 가득한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 있는 아이디어(토드 부크홀츠)’ 와 슘페터의 ‘ Ten Great Economists: Grom Marx to Keynes(1951)’의 중간정도쯤이라고나 할까.
꿀벌의 우화 - 훌륭한 성품만으로는 국민의 생활이 윤택해질 수 없다
비유는 어려운 경제이론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지면의 제약상 두 가지만 소개한다. 중상주의 시대 당시 경제를 논할 때 금은 축적과 관련된 문제가 핵심이었으며 국내 금은의 해외유출을 규제해야 한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토마스 먼(1571~1641)은 금은의 해외유출을 억제하는 중상주의적 무역통제의 무용성을 다음과 같이 비유하고 있다. 농사일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는 사람이 밭에서 보리를 심고 있는 농부를 보면, ‘왜 저 사람은 보리를 들판에 버리는 것일까?’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사정을 아는 사람은 그렇게 씨를 뿌려야 가을에 더 많은 양의 보리를 수확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외국과의 거래도 마찬가지다. 이 비유는 후에 아담 스미스가 자신의 저서에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인용된다.
케인즈가 자신이 유효수요이론의 발판이 되었다고 고백한 맨더빌(1670~1733)의 <꿀벌의 우화>의 내용도 나온다. 옛날 벌의 왕궁이 있었다. 각종 사치와 뇌물 비리가 넘쳐나던 이 왕국은 어느 날 선지자의 주문으로 모두 검소하고 정직하게 살기로 마음먹는다. 어떻게 되었을까? 파티도 연극도 사라졌다. 요리사, 목공, 조각가, 배우 등도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결국 이웃 왕궁의 침입을 받아 모두 노예가 되어 비참한 생활을 영위한다는 내용이다. 덕을 갖춘 훌륭한 성품만으로는 국민의 생활이 윤택해질 수 없음을 보여준다. 1714년 나온 이 우화가 재벌 2,3세의 빵집, 커피집 사업을 도덕적으로 매도하는 사이 워렌 버핏의 캔디숍이 한국에 곧 상륙할 것이라는 2012년 한국의 상황과 오버랩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미있는 에피소드
케인즈가 1936년 <일반이론>의 독일어판을 발행하며 쓴 서문은 사회에 엄청난 물의를 일으킨다. “강력한 국가지도력을 갖춘 전체주의 국가에서는 매크로 경제학이 특히 유용하다” 케인즈가 직접 작성한 서문의 내용이다. 여기서 말하는 ‘강력한 국가 지도력’이 히틀러를 지칭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나치스는 케인즈의 <일반이론>을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1867년에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소포로 받은 그의 어머니가 보낸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자본에 대해 쓰기보다는 자본을 만들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을……” 또 미국의 경제학자 슘페터는 역사상 경제학 문헌에 통달했던 경제학자 세 사람으로 칼 마르크스, 존램지 매컬럭 그리고 자기 자신을 꼽았다고 한다. 경제학자들 중에 자화자찬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이외에도 벤담이 자신의 유골을 대학에 기증하고 매번 대학 평의회에 박제된 채로 출석하고 있다는 사실 등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양념처럼 책의 내용에 가미되면서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경제학, 어렵지 않아~요.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글을 앞에서 순서대로 읽어나가기만 하면 돼~요” 요즘 인기 있는 TV 개그 프로그램의 개그맨 말투를 패러디해 일독을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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