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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스퀘어/요즘뜨는이야기

일본에서 눈꽃열차 타고 떠나는 겨울여행! 설레는 도쿄 ‘코우미선(小海線)’ 탑승기

도쿄 코우미선(小海線)

일본의 거대 도시 ‘도쿄’. 비교적 짧은 비행시간은 물론, 볼거리, 먹을거리를 모두 즐길 수 있어 여행객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죠. 위도도 부산과 비슷해 전반적인 기후는 한국과 큰 차이가 없고, 대신 겨울은 한 달 정도 짧고 평균 기온도 높은 편입니다.


한겨울이 돼도 좀처럼 눈을 볼 일이 없다는 이곳에도 지난 11월 24일 첫눈이 내렸는데요. 도쿄의 11월 첫눈은 거의 58년 만의 일이라고 하죠. 하지만 기본적으로 온화한 기후는 어쩔 수 없는지 눈이 쌓이는 건 볼 수 없었습니다. 현지 뉴스에서는 강설 대비가 거의 되질 않아 교통이 마비된 도쿄 시내와 설국으로 변해버린 근교 도시들의 풍경이 대비됐죠. 그래서 당시 도쿄를 여행 중이던 소셜프렌즈 ‘스팀로코’ 님은 계획을 변경해 도쿄 근교로 눈꽃 여행을 떠났다고 하는데요. 기차를 타고 도쿄 북서부 산지로 떠난 스팀로코 님의 생생한 코우미선 탑승기를 지금 만나봅니다~


고지대를 달리는 도쿄 근교 기차여행 코스

JR코우미선(小海線)은 시나노철도 코모로(小諸)역에서 JR추오선 고부치자와(小淵沢)역까지 이어주는 지방 철도 노선입니다. 해발 1,000m급 고지대를 운행하기 때문에 ‘야츠가타케 고원선(八ヶ岳高原線​)’이란 애칭도 갖고 있죠. 개인적으로는 처음 타보는 노선이지만, 아무리 도쿄가 따뜻해도 그 정도 고지대라면 충분히 눈을 볼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도쿄 근교 기차여행 코스

우선 도쿄에서 가려면 도쿄역에서 호쿠리쿠 신칸센을 타고 사쿠다이라역에서 갈아타거나 신주쿠역에서 추오선 특급 (슈퍼)아즈사를 타고 고부치자와역에서 갈아타야 하는데요. 신칸센은 1시간 10분, 추오선 특급은 2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JR, JR동일본, JR도쿄와이드패스까지는 전 구간 무료 승차가 가능하니, 도쿄 근교 기차여행 코스로는 부담 없는 코스였죠.


갑작스레 쏟아진 눈으로 자유석까지 매진된 호쿠리쿠 신칸센을 타고 사쿠다이라역에서 내렸습니다. 도쿄 시내와 달리 이미 오오미야부터는 온통 새하얀 세상으로 바뀐 경이로움에 마음이 설렜죠. 기왕 온 김에 코우미선이라는 미지의 로컬선을 타보려면 코모로역까지 갔다가 고부치자와까지 전 구간 완승을 해야겠지만, 저는 11월에 도시의 설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답니다.


나카고미역에서 만난 일본의 추억 속 기차들
사쿠다이라역 신칸센 승강장

사쿠다이라역 신칸센 승강장 위로 단선의 코우미선 승강장이 가로지릅니다. 달랑 두 칸짜리 디젤동차가 눈길을 헤치며 들어왔는데요. 철도 모형으로 많이 보던 키하 110계 디젤동차인데 직접 타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사쿠다이라역 차내

평일 오전 출퇴근 시간대가 지나 차내는 매우 한적했는데요. 도중의 나카고미(中込)역까지는 수요가 제법 되는지 출퇴근 시간에는 시간당 2회, 평소에는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되고 차장도 승차합니다. 이후 고부치자와역까지는 열차 간격이 급격히 줄어 2시간 간격이며, 원맨카 형식으로 기관사 혼자 운전하게 되죠. 처음으로 탄 코우미선 기차는 도중역인 나카고미역까지만 가는 차였는데요. 모든 사람이 내리고 기차는 기지로 입고하지만, 선로도 다 눈더미에 묻혀 버렸답니다.


JR나카고미역

도시 규모는 꽤 커 보이지만 JR나카고미역 자체는 평범했습니다. 역 광장에 있던 뾰족지붕의 아담한 건물이 예뻤죠. 저는 다시 오던 길로 한 정거장만 가보기로 했는데요. 이때 같은 키하110계지만, 국철 시대의 도색을 한 기차가 들어왔습니다. 한국 철도와 달리 한두 편 정도는 복고풍으로 바꾸는 일본의 기차가 참 부러웠는데요. 우리도 추억 마케팅의 일환으로 구 도색 무궁화호나 전철이 한두 편 다닌다면, 중년층에게 좋은 추억거리가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철 시대의 도색을 한 기차

고부치자와행 기차를 타고 본격적인 ‘코우미선 여행’!
나메츠(滑津)역

한 정거장을 거슬러 올라와 나메츠(滑津)역에 내렸는데요. 평범한 시골 마을의 간이역이자 골목 기찻길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죠. 직원 없이 선로 하나와 승강장뿐인 친근한 간이역을 보면서, 우리나라 철도가 유독 급격한 변화를 겪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나메츠역의 짧은 기다림 후 드디어 고부치자와행 기차를 타고 본격적인 코우미선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나카고미를 지나 코우미역까지 출발하니 기차는 눈에 띄게 급격한 오르막길을 탔습니다. 주변 풍경도 산으로 바뀌었죠. 계곡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S라인 기찻길, 그리고 도중에 나타나는 산골짜기 마을마다 간이역이 있어 기차가 쉬었다 갔습니다. 우리나라의 태백, 영동선에서나 볼 수 있는 33퍼밀 급경사길이 이곳에서는 수시로 나타났죠.


2차선 도로가 계곡을 가로지르며 나아가는 모습

지도로만 볼 때는 첩첩산중 오지일 것 같아도 2차선 도로가 계곡을 가로지르며 나아갔습니다. 무인역이지만 누군가 열심히 승강장의 눈을 치우고 있었죠. 주변에는 뽀로로 만화에나 나올 법한 전나무 숲도 있지만, 앙상한 겨울 숲이 대부분이었는데요. 파란 하늘과 대비돼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누르게 만들었습니다.


노베야마(野辺山)역

코우미선이 유명한 이유는 바로 이 역 때문이기도 한데요. 바로 해발 1,345m, JR에서 가장 높은 역이라는 노베야마(野辺山)역입니다. 일본에서 가장 높은 역은 도야마현의 무로도역(2,450m)인데, 이곳은 트롤리 버스 역이라고 합니다. 두 가닥 철길을 달리는 기차역 중에서는 이 노베야마역이 가장 높은 역인 것이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역인 ‘추전역’이 해발 885m이니 그 차이도 현격합니다.


도쿄 눈꽃 기차여행의 종착역은 고부치자와역
하이브리드 디젤동차

노베야마역에서 키하200계 차량과 교행을 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영업 운전에 투입된 하이브리드 디젤동차라는 녀석인데요. 저속에서는 축전지로 움직이다 30km/h 이상 속도가 되면 디젤엔진을 작동해 연료비 절감 효과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가장 높은 역을 지났으니 기차는 꾸준히 내리막길을 달렸는데요. 산봉우리보다 평지가 더 많이 눈에 띄는 가운데, 눈 덮인 숲길도 설원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다 종착역인 고부치자와역에 도착했습니다. 코우미선 전 구간 완주는 약 2시간 15분. 제가 탄 사쿠다이라역부터는 2시간 정도 소요되죠. 노베야마역에서는 30분 정도 걸리니, 노베야마역만 간다면 이곳 고부치자와역을 이용하는 게 더 편리합니다.


코우미선 눈꽃열차 여행

신주쿠행 특급 아즈사 열차를 타고 도쿄로 돌아가며, 코우미선 눈꽃열차 여행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11월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한겨울 풍경을 도쿄에서 만났다는 게 지금도 실감 나지 않는데요. 겨울 도쿄여행 중 문득 눈이 보고 싶다면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이지 않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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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프렌즈 스팀로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