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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바이크부터 자전거 도로까지, 기찻길 따라 추억 따라 떠나는 간이역 여행

간이역 겨울여행

플랫폼 앞에 늘어선 나무, 텅 빈 대합실, 홀로 남은 철로… 마지막 열차가 떠난 간이역에는 추억이 정차해 있습니다. 기차와 함께 떠나 버린 시간은 어느새 켜켜이 쌓인 그리움으로 남았는데요. 겨울날 눈 쌓인 기찻길 위를 걸으며 추억을 되새기고 싶다면, 소박하지만 낭만적인 간이역 여행을 떠나보세요. 유명 관광지처럼 화려하지는 않아도 나만의 오롯한 휴식과 시골 정취를 흠뻑 느끼기에 제격입니다. 오래된 시간을 찾아 떠나는 간이역 여행, 지금 바로 출발합니다~!


추억과 낭만이 함께 머무는 간이역 - 경춘선 ‘경강역’
경강역 전경

이미지 제공 : (주)강촌레일파크


경기도와 강원도의 접경 지역에 위치해 두 지역의 앞글자를 딴 경강역은 2010년 경춘선 복선전철 사업으로 인해 굴봉산역으로 역사를 이전하면서 지금은 폐역이 되었습니다. 이곳은 영화 ‘편지’를 비롯한 여러 드라마 촬영지로 널리 알려진 곳이기도 한데요. 붉은 벽돌로 지어진 역사가 원형 그대로 보전되어 고즈넉한 간이역의 향수를 즐기려는 이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강촌레일파크

지금은 대합실 매표소에서 기차표 대신 가평철교까지 왕복 운행하는 레일바이크 티켓을 팔고 있는데요. 낭만과 추억을 실어 날랐던 경춘선 옛 철길에 최근 레일바이크가 들어서 새로운 관광 명물로 떠올랐습니다. 레일바이크는 길이 7.2km, 왕복 1시간 20분 정도 걸리는 코스로, 북한강의 아름다운 경관을 즐길 수 있는데요. 오르막길에서는 자동으로 운행되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또, 역사 안에는 한쪽 벽을 장식한 경강역의 사계절 풍경과 아이들의 그림, 여행자의 사연을 담은 낙서와 메시지 등이 전시된 휴게실이 있어 옛 추억과 함께 낭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인근에 프랑스 전원 마을을 옮겨 놓은 ‘쁘띠프랑스’와 소설가 김유정을 기리는 ‘김유정문학촌’에 들러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보세요~


・ 위치 : 강원도 춘천시 남산읍 서천1리
・ 교통 : 경춘선 굴봉산역에서 도보로 15분 소요 (86번 버스 이용 가능)
・ 문의 : 033-245-1000 (경강레일바이크)


과거를 찾아 떠나는 간이역 - 경전선 ‘연산역’
연산역 전경

이미지 제공 : 논산시청


철도 체험으로 인기 있는 간이역도 있습니다. 충남 논산에 위치한 연산역은 하루 평균 10여 명의 방문객이 고작인 작은 간이역이었는데요. 지역 주민들과 역무원이 노력해 ‘문화 간이역’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잊혀 가는 기차 문화의 명맥을 잇기 위해 깃발로 기관사에게 신호를 보내는 수신호 체험, 기관사 체험, 승차권 발권 체험 등 쉽고 재미있게 즐기는 철도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특히, 미술관 콘셉트의 역사 내부가 눈에 띄는데요. 100년 된 철도 우표와 철도 관련 민속품 등을 전시해 철도 문화의 변천사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습니다.


연산역 급수탑

이미지 제공 : 충청남도청


이와 함께 국내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급수탑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원래 증기 기관차 시절엔 물을 공급하기 위한 급수 시설이었지만, 현재는 미적 보존 가치가 높은 건축물로 평가받아 2003년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참, 가족 나들이를 계획한다면 연산역 근처에 위치한 계백 장군의 유적지가 있는 백제군사박물관도 꼭 한 번 들러보세요. 옛 백제의 모습과 함께 다양한 전통체험도 할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 될 겁니다.


・ 위치 : 충청남도 논산시 연산면 청동리 127-74
・ 교통 : 서울 용산역(07:05, 07:45, 11:15, 14:10, 16:28)에서 하루 5회 출발
・ 문의 : 041-735-0804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간이역 - 중앙선 ‘능내역’
능내역 전경

이미지 제공 : 한국관광공사


2008년 이후 기차가 멈춰버린 능내역엔 아직도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팔당역을 시작으로 능내역을 거쳐 양평으로 이어지는 옛 중앙선 폐철도를 재활용해, 약 27km의 ‘남한강 자전거도로’를 만들었기 때문인데요. 역을 벗어나 조금만 달리면 이어지는 두물머리의 아름다운 풍경도 자전거 여행객들을 불러모으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능내역 내부사진

이미지 제공 : 한국관광공사


남한강 자전거길과 함께 재단장된 능내역은 간이역의 색깔은 그대로 남겨두면서, 추억을 담은 기획전시 공간으로 거듭났는데요. 많은 사람들의 추억과 이별, 그리움을 기차에 실었던 이 공간에 능내역 관련 기록과 사진, 영상 등을 전시하고 다양한 볼거리를 담아놓았습니다. 또, 열차 시간표와 운임표를 다시 설치하는 등 대합실의 지난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으며, 40~50년 전 주민들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어 잔잔한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앞마을 능내리에 있는 다산유적지도 들러 볼 만한데요. 다산 정약용 선생이 태어난 마을로 복원한 생가와 부부 합장묘를 비롯해 기념관, 사당, 실학박물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청정지역으로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선현의 발자취를 돌아볼 기회가 될 것입니다.


・ 위치 :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다산로 384
・ 교통 : 운길산역에서 167번 버스를 타고 능내1리 정류장에서 하차
・ 문의 : 070-4407-9991 (능내역 자전거대여소)


이야기가 스며 있는 추억 속 간이역 - 중앙선 ‘화본역’
화본역 전경

이미지 제공 : 군위군청


경북 군위에 위치한 화본역은 우리나라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간이역입니다. 1936년 일제 강점기 시대 설립된 이 건물은 당시의 건축 양식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죠. 한때 이용객이 거의 없어 역이 폐쇄될 위기에 처했지만, ‘전국에서 가장 예쁜 간이역'으로 입소문 나면서 많은 이들이 찾게 되었는데요. 정차하는 열차는 하루에 몇 편 없지만, 전국 어디에서 출발해도 당일 여행이 가능해 떠오르는 관광 명소입니다. 숙박시설로 탈바꿈한 옛 철도원 관사도 있어 하룻밤 묵고 갈 수도 있답니다.


역사 안에는 수십 년 전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사진과 자료가 전시되어 있고 기념 촬영을 하려는 여행객을 위한 낡은 제복과 모자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특히, 인근 화본마을 곳곳에는 삼국유사의 설화가 그려진 것이 눈에 띄는데요. 이곳에 일연이 ‘삼국유사’를 집필했던 인각사가 위치해 있기 때문입니다.


테마박물관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

이미지 제공 : 군위군청


시간이 된다면, 가족과 연인, 친구와 함께 근처 폐교에 들어선 테마 박물관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에 들러 보세요. 낡은 오르간과 그때 그 시절의 학용품, 책가방, 굴렁쇠, 투호, 제기 등 사라진 옛 물건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 위치 : 경상북도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 824-1
・ 교통 : 서울 청량리역(08:25), 영주역(09:24, 12:20), 안동역(10:25, 13:14)에서 출발
・ 문의 : 054-382-7788


세월의 때가 묻어있는 아늑한 역사와 죽 뻗은 철로가 있는 간이역은 추억과 낭만으로 가득합니다. 덜컹거리는 옛 기차여행의 추억을 되살리는 데 자그마한 간이역만큼 적합한 장소도 드물 텐데요. 올겨울, 눈 내린 조그마한 간이역에서 따뜻한 캔커피와 함께 진한 낭만에 빠져보는 건 어떠세요? 잊고 지내던 나를 되돌아보고 삶의 여백을 찾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