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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스퀘어/요즘뜨는이야기

혼밥·혼술 시대! 스타벅스처럼 혼자놀기 좋은 오프라인 공간이 주목받는 이유

1인 가구 시대, 솔로 이코노미, 초고령화 사회... 최근 뉴스와 SNS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죠. 이를 통해 우리는 사회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데요. 이를 바라보는 기업 역시 세부적인 커스터 마이징(맞춤 제작 서비스)을 제외하고, 전체 시장의 방향이나 규모가 변화할 거라는 사실을 이미 몇 년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보에 맞춰 실제로 사업 형태를 바꾸는 곳은 많지 않은데요. 이에 소셜프렌즈 ‘Peter’ 님은 브랜딩에 있어 소비자의 접점에 있는 오프라인 공간에도 트렌드 반영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 자세한 이야기를 지금 들어볼까요?


다 알지만 사업에 적용 못 하는 ‘혼밥·혼술 시대의 공간’
스타벅스 사례

여러분이 국내 1위 커피 전문점 브랜드인 '스타벅스'에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무난하고 안정적인 커피 맛, 빠지지 않는 베이커리의 수준, 아날로그적인 고객 콜링, 편리한 모바일 앱, 접근성, 로열티 등 여러 이유로 스타벅스를 방문하거나 혹은 방문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과포화 상태인 한국 카페 시장에서 스타벅스가 여전히 성황인 이유는 이런 데에만 있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혼자 오랫동안 놀기에 괜찮은 곳이란 점이 그 이유인데요. 이는 상당히 인문학적인 부분에서 기인합니다.


우리는 1인 가구, 혼밥, 혼술 등 혼자 무언가를 하는 일이 점점 늘고 있죠. 혼자 먹기 좋은 크기로 음식을 만드는 브랜드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스타벅스 매장 역시 평일 대낮이나 주말에 가보면, 혼자 와서 시간을 보내는 고객이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혼자서 커피나 디저트를 먹고, 오랜 시간 좌석을 점유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인데요. IT 기기를 꽂을 콘센트도 충분하고, 원활한 와이파이, 깨끗한 화장실, 적당히 어두운 조명과 주변의 소음까지 덮는 재즈풍의 매장 음악 등. 여기에 대부분 매장이 넓어 회전율도 적당하고, 구석진 자리도 많습니다. 특히 직원들의 서비스 교육에 고객에게 눈치를 주면 안 된다는 점이 반영돼 있을 만큼, 스타벅스는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닌 ‘공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업의 정의가 바뀌고 있는 것이죠.


도심의 카페들

강남대로, 홍대, 종로 일대 등 사람이 많은 곳에는 늘 카페와 음식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방금 이야기한 스타벅스의 장점과 달리, 혼자서 시간을 보낼 곳이 마땅찮은데요. 물론 사업의 형태가 달라서 그런 것이라면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싼 콘텐츠를 좁은 공간에서 높은 회전율로 극복하는 사업에 맞는 운영 형태는 따로 있으니까요. 하지만 싸지 않은 콘텐츠를 넓은 공간에서 적당한 회전율로 파는 스타벅스와 유사한 라이프 스타일의 고객을 타겟팅한 브랜드에서도 이런 일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이들이 '공간'이 아닌 '제품'을 소비하기만을 바라기 때문이죠.


온라인 시대에서 오프라인 공간의 재조명

몇 년 전만 해도 오프라인 서점은 온라인 서점의 등장과 성장으로 미래가 불투명한 사업으로 보였는데요. 실제로 오랜 역사를 뒤로하고 많은 동네 서점이 문을 닫았고, 대형 서점만이 대부분 살아남았습니다. 다만 이들은 이전과 조금 다른 모습으로 공간을 활용하고 있는데요.


츠타야 서점의 콜라보
일본 주요 번화가 지역에 거대한 공간을 조성해
카페와 서점을 함께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스타벅스 재팬과 콜라보레이션한
일본 대표 서점 브랜드 ‘츠타야(Tsutaya)’

광화문 교보문고의 경우, 이곳에 어마어마한 길이의 책상이 들어온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좋다'는 의견과 ‘책이 더 팔리지 않을 거라는 우려’ 두 의견으로 갈린 것이죠. 하지만 이전보다 이후의 교보문고가 더 많은 사람이 찾는 ‘공간’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온라인 서점은 활용할 수 없는 '공간'을 자원으로 생각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으니까요. 이제 이 열풍은 동네 서점으로도 확산되고 있는데요. 일례로 일본의 ‘츠타야 서점’은 이런 점들이 물리적으로 결합해 큰 이슈가 됐습니다.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온라인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편리하고 아늑한 자원인 ‘공간’을 바탕으로 시각적인 만족까지 선사한 것이죠.


SPA 브랜드

SPA 브랜드도 '공간'을 활용하고 있는데요. 판매에만 몰두해 좁은 공간에 빽빽하게 상품을 진열하며 고객 만족을 추구한 기존 브랜드와 달리, SPA 브랜드들은 공간의 개념을 확장해 다양한 상품을 한 자리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공간이 넓다 보니 목적에 따라 구분될 수밖에 없고, 그 점이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코디나 특정 제품군을 전면에 내세운 공간을 극대화하는 등 공간의 집합이 상품의 집합과 긴밀히 연계하게 된 것입니다. 온라인 공간이 무한의 확장성과 정보 제공의 편의성면에서 상대적으로 뛰어나지만, 이런 사례들은 오프라인 공간도 나름의 매력을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SPA 브랜드에 대한 접근을 단순히 공간의 규모로만 접근해서는 곤란합니다. 큰 공간을 단순히 '판매 공간'으로 정의하고 물건만 빽빽하게 진열한다면, 고객은 아무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복잡함에 질려 버릴 것입니다. 공간의 구분과 체험의 공급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를 정하는 문제는, 곧 체류 시간에 영향을 미치고 구매 확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W호텔의 사례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알려진 ‘W호텔’

한편, 공간 활용을 못 해 임차료나 감가상각 비용이 아까운 것은 SPA 브랜드 만이 아닙니다. 리조트나 호텔 등의 숙박업이나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등 테크 기반의 제품을 파는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기계적으로 앉아서 커피 마시는 곳, 체크인을 하는 곳, 객실 공간 등으로만 나누기엔 고객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졌습니다. 다른 곳과 다른 차별적 경험에 대해 공간 하나하나의 쓰임에 반영하는 노력이 이제 소규모 호텔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체류 시간이 한정적인 곳에는 재방문율을 높이는 결정적 경험이 되기도 합니다.


구도심의 재발견이나 집 인테리어에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새로움만 쫓던 사람들이 경제 성장에 따라 아날로그 감성에 주목하면서, 온라인 시대에 오프라인 공간의 쓰임이나 역할을 재정의하고 있는 것인데요. 이러한 감성은 온라인이 노력해도 제공할 수 없는 고유한 가치들입니다. 모두가 최신화, 기술화만 외치던 시대에서 ‘공간의 쓰임을 고민하는 온라인과 최신 기술’이 보편적인 시대로 바뀌고 있습니다.


창고 같은 공간과 보여주는 공간
스타벅스의 브랜딩 사례

공간이 단순히 기능적인 부분만 수행하지 않으면서, 브랜드는 공간에 접근하는 방법을 달리해야 하는데요. 예를 들어 가맹점 같은 모든 유통 채널의 인테리어나 내부 구성을 일관되게 해야 브랜딩이 유지될 거라는 획일성을 벗어나야 하죠. 이에 스타벅스는 건물이나 입지조건에 맞춰, 외관 파사드나 내부 집기, 가구를 조금씩 다르게 구성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전체를 하나의 매장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매장 하나하나를 브랜드로 보는 것입니다. 매장 하나가 작품인 셈이죠.


하지만 국내 브랜드는 아직 대부분 모더니즘에 빠져 있습니다. 융통성은 고사하고, 매장의 내부와 외관 모두 어딜 가도 똑같은 게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빽빽한 매장에는 '재미'가 없습니다. 재미있는 물건을 진열하고, 재미있는 이벤트를 한다고 ‘재미’가 생기는 게 아닙니다. 매장마다 나름의 개성을 지녀서 보는 재미가 있어야 하죠. 그 브랜드의 공간이 아니라, 그 브랜드의 특색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내 브랜드의 획일화된 모습
다소 획일화된 국내 브랜드의 매장 구성

공간을 단순히 비용으로 생각한다면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싼 인테리어는 좋은 취지지만, 엄청난 인테리어 자재를 미리 싼 가격에 사서 전 매장을 똑같이 만드는 건 공급자의 방식일 뿐입니다. 좁은 공간에 두 개 이상의 매장이 있다면 더욱 그렇죠. 이와 달리 각각의 인테리어는 자재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정과 비리도 한 번에 체크할 수 있습니다. 또 기존보다 저렴하면서도 공간의 개성을 살리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공간의 활용성’에 주목할수록 이런 인테리어 제안이 더 각광받을 수 있습니다.


공간에서 펼쳐지는 각종 마케팅과 프로모션도 브랜드 내에서 '따로 또 같이' 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전체적인 프로모션만 하는 것은 특정 이슈 몰이가 필요하지 않은 이상 많이 줄어들고 있고, 오히려 로컬에 맞게 진행하는 전략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 따로 할 것인가를 잘 정리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역 간 차등적인 가격 적용처럼 제품 자체의 가치를 조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죠. 공간의 가치와 선호하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따로 또 같이의 폭을 정리하고 피드백을 통해 부단한 조정이 필요합니다.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하는 브랜드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방법을 강구하는 것은 옳지만, 브랜드의 본질을 더 잘 보여주는 데 온라인이 방해된다면 선택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겠죠. 이때 현재 우리의 공간은 브랜딩과 고객 체류시간 향상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 현재 오프라인 비즈니스 공간의 활용에 주목해보는 건 어떨까요? 물론 사업 형태에 따라 박리다매에 엄청난 회전율이 필요한 비즈니스라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본의 양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전략은 다른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서점도 그런 비즈니스였다는 점에서 ‘공간의 활용’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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