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여행 추천, 다양한 매력이 있는 우루과이로 떠나볼까?

경제적 잠재력과 가능성을 인정 받고 있는 중남미. 이곳엔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등 아름다운 모습을 가진 나라들이 있는데요. 그중 우루과이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사이에 있는 나라로, 도시 구석구석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소셜프렌즈 ‘바람처럼~’ 님은 최근 우루과이로 여행을 다녀왔다는데요. 그 생생한 이야기를 지금 소개합니다.

천천히 흘러가는 도시, 콜로니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페리를 타고, 도무지 강이라고 믿기지 않는 곳을 2시간이나 건너서야 도착한 우루과이 콜로니아(Colonia). 이곳은 우루과이의 대표적인 항구 도시이기는 하나, 무척 한적했다. 나는 곧장 버스터미널에 들러 다음 여행지이자, 우루과이의 수도인 몬테비데오로 가는 버스 시간을 확인한 후 본격적으로 콜로니아 여행에 나섰다.

마침 날씨가 참 좋아, 덩달아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남미는 한참 겨울로 접어드는 계절이라 낙엽 지는 거리가 익숙했는데 유독 콜로니아에선 계절의 변화가 눈에 띄었던 것 같다.

잠깐 걸었을 뿐인데 콜로니아는 이렇게 볼 게 없나 싶을 정도로 허무했다. 일단 허기부터 채우고 다시 걸어보자는 생각으로 아무 식당에 앉아 메뉴판을 봤다. 예상은 했지만 아르헨티나보다 비싼 물가에, 딱히 먹을만한 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장 싼 햄버거로 끼니를 떼운 후 다시 걸어서 올드타운에 도착했다. 색이 바래지고 허물어진 건물과 돌로 채워진 거리가 정말 '올드'했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등대가 콜로니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입장료가 25페소로 저렴해 곧장 올라가 봤다. 평소 전망대를 올라가면 고층건물이 가득한 화려한 경치를 기대하곤 하지만 여기는 전망대에서 보는 경치조차 소박하기만 했다. 콜로니아는 뭐든지 느리게 흘러가는 곳 같았다.

분명 처음에는 '콜로니아에 이렇게 볼 게 없었나'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걸으면 걸을수록 마음에 들었다. 언제 시끄럽고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유유자적 오래된 골목을 걸어볼 수 있겠나. 어쩌면 이것이 콜로니아의 매력이자, 한적함이 주는 매력이 아닐까.

빼곡한 건물로 채워진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

콜로니아 여행은 딱 반나절만 생각하고 왔기 때문에 곧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우루과이 역시 버스 회사가 많아 여행자는 감으로 어떤 버스가 좋은지 예측해야 했다. 내가 고른 버스 회사는 코트(COT)였는데 와이파이가 돼서 신기했다.

4시간 만에 몬테비데오에 도착했다. 빼곡한 건물이 역시 한 나라의 수도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화려하지 않은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터미널에서부터 호스텔까지 걸었다. 멀기도 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길이라 거의 1시간 정도 걸어야 했다.

다음날, 거리에선 마떼차를 마시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아마 이때부터였나 보다. 아르헨티나에 있을 때는 마떼에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는데 우루과이에선 너도나도 마떼를 손에 들고 마시다 보니,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게 되었다. 일부러 작은 식당에 들어가 점심을 해결했는데 너무 비싸서 깜짝 놀랐다. 우루과이 물가는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이후에 난 식당에 가는 걸 꺼리게 되었다.

바다 쪽을 향해 계속 걷다 보면 플라자 인디펜덴시아(Plaza Independencia). 즉, 독립광장이 나온다. 이 부근부터가 몬테비데오의 구도심인 셈이다. 광장의 중앙엔 우루과이의 독립영웅 호세 아르티가스가 있다. 우루과이는 과거 브라질의 한 주였으나 아르헨티나의 도움으로 독립을 쟁취한 역사가 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 국기에 있는 '5월의 태양'이 우루과이 국기 왼쪽 가장자리에 들어가 있다.

원래 우루과이 여행은 딱 이틀로 생각하고 왔다. 내가 이곳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우루과이 라운드'뿐일 정도로 무지했다. 그래서 가방에 담아 온 것도 고작해야 비누 하나와 수건 정도였는데 몬테비데오에 있는 동안 '좀 더 여행해볼까'라는 생각이 갑작스레 들었다. 이럴 때는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난 호스텔에 있던 푼타 델 에스테(Punta Del Este) 지도를 집어 들고는 곧장 버스터미널로 갔다. 주도인 말도나도(Maldonado)에서 갈아타야 될 줄 알았는데 푼타 델 에스테로 바로 가는 버스가 있었다. 다만 버스는 5분 뒤에 출발한다는 말에 곧장 표를 받아 들고는 뛰었다.

여행자들이 쉬었다 가는 곳, 푼타 델 에스테

푼타 델 에스테는 우루과이에서 손꼽히는 휴양지다. 그래서인지 도착한 순간부터 확 달라진 밝은 분위기에 기분이 들떴다. 호스텔 체크인을 한 후 가볍게 걷기 시작했는데 가끔 나에게 인사를 먼저 건네는 사람들도 있었다. 성수기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참 겨울인 이 시기에는 한적한 편이다. 날씨도 좋고 산책하기도 좋았다. 그러나 이런 들뜬 기분도 잠시, 갑작스럽게 찾아온 비바람에 화들짝 놀라 호스텔로 뛰어들어가야 했다.

푼타 델 에스테에는 매우 특별한 조형물 '라 마노(La Mano)'가 있다. 모래사장에 커다란 손가락이 파묻혀 있는데 이곳의 랜드마크로 알려져 많은 관광객이 손가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곤 했다. 특히 가까운 브라질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다.

우루과이 여행은 푼타 델 에스테에서도 끝나지 않았다.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우루과이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스페인 친구가 카보 폴로니오(Cabo Polonio)를 꼭 가보라고 추천한 것이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온 우루과이였으니 더 멀리 가보기로 결정을 내리는 건 무척 쉬웠다.

우루과이의 마지막 여행지, 카보 폴로니오

카보 폴로니오까지는 한 번에 갈 수 없어 푼타 델 에스테에서 버스를 타고 카스티요스(Castillos)로 이동했다. 사실 이런 곳까지 이동했으면 카보 폴로니오로 가는 버스 시간부터 알아봐야 하는데 배가 고파서 식당부터 찾았다.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인지 카보 폴로니오로 가는 버스는 하루 3편밖에 없었는데 점심을 먹고 나서 바로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카보 폴로니오로 가는 길은 꽤 복잡했다. 몇 번의 버스를 갈아타고 드디어 도착한 줄 알았는데, 카보 폴로니오로 향하는 트럭이 있는 곳이었다. 그러니까 여기서부터는 왕복 200페소를 내고 트럭으로 카보 폴로니오로 들어가든지 아니면 걸어가야 했다.

저녁에 가까워진 무렵이었기에 트럭을 타기로 했다. 비포장도로와 모래언덕을 넘어 한참 달려서야 바다가 나타났다. 해안가를 따라 조금 더 달리면 멀리서부터 드문드문 나타나는 집이 보인다. 여기가 카보 폴로니오다. 이런 외진 곳까지 관광객들이 찾는다는 게 더 신기했다.

물론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긴 하지만 그건 성수기에만 해당하는 것 같다. 비수기라 그런지 썰렁했다. 애초에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곳인데 흐린 날씨가 더해지니 아무리 알록달록한 동네라 할지라도 나무집이 허름하게 느껴졌다.

다른 여행자로부터 추천받은 호스텔에 찾아갔다. 무지개색 지붕에 벽면에는 그림으로 가득 채우고 있어 동화 속에나 나올 것 같은 집이었다. 내부로 들어가면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 소리에 비좁은 공간이 마냥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배낭여행자는 이곳을 택한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인터넷도 쓸 수 있었다.

동네를 천천히 걸으며 벽에 있는 벽화와 다양한 색깔의 집을 구경했다. 멀리서 보면 수수깡으로 만든 동네 같다.

카보 폴로니오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차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바람이 그대로 들어오는 나무집이라 한기에 몸을 떨면서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렸건만 한 번 쏟아지는 비는 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무려 12시간이나!

카보 폴로니오를 떠나기 전, 등대 주변을 걸었는데 바위에 굉장히 많은 물개가 서식하고 있었다. 나미비아를 여행할 때 수만 마리의 물개를 본 적이 있어 이제 이 정도 물개를 보는 것으로는 감흥이 없긴 하지만, 물개가 누워 있는 모습을 한참 동안 구경하다 돌아왔다.

돌아오는 언덕에서 카보 폴로니오를 바라보았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왔던 우루과이 여행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이젠 아르헨티나보다 브라질이 더 가까워져 내 배낭을 챙겨왔다면 국경을 넘을 수도 있었을 텐데, 역시 나는 여행을 대충 하는가 보다.

내가 떠날 때면 날씨는 왜 좋아지는지 하늘이 원망스러울 정도다. 구름은 걷히고 따스한 햇볕이 비추기 시작했다. 아쉬운 마음을 가득 안고 아르헨티나로 돌아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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