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중앙일보 고문
스티브 잡스를 만든 나라가 창조적인 사고를 하는 나라가 아니라, 스티브 잡스를 알아주는 나라가 창조적 나라다. 40대까지 한 번도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한 채 산만 계속 그리던 세잔느는 어느 날 농가에서 불이 났는데 소방대가 불을 끄려하자 총을 들고 나와서 불을 끄려고 접근하는 사람은 쏘겠다며 막았다. 이유는 평소에 볼 수 없는 광경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관용하는 사회가 창조적인 사회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스티브 잡스와 같은 사람이 나오면 기업이나 사회에서 용납을 못하는, 나와 다르면 참을수 없는 사회다. 이런 사고로는 창조적인 인물이 나오기 힘들다. 故백남준 씨도 우리나라와 같은 획일적인 곳에서 작업을 했으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창조적인 사람은 아프리카에 신발을 팔러나가서 오히려 아프리카에서 신발에 관한 수요를 파악해오는 사람이다. 왜 아프리카 사람들이 맨발로 다니는지, 그들의 걸음걸이와 구두를 신는 사람의 걸음걸이를 비교해보고, 신발을 신지 않는 그들은 왜 디스크 같은 것이 없는지 등을 관찰,연구하여 그들이 맨발로 걷는 것과 같은 효과의 워킹슈즈를 만들어낸다. 그가 마사히슈즈를 만든 사람이다. 신발을 신지 않는 동네에서 신발 만드는 법을 배워온 것, 그것이 바로 창조이다. 시스코의 라우터(Router)1)는 인터넷에 접속하는 접속포인트인데,이것은 사내연애를 하던 사원들이 스스로 필요해서 만든 것이다. 내가 필요한 것을 생각해야 한다.
컴퓨터가 이렇게 발달했는데, 내 컴퓨터에 저장 드라이브를 넣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회사의 플랫폼에 넣어두고 끌어쓰는 클라우드가 창조적 사고의 예이다. 드랍박스(Dropbox)2)에 저장하면 제주도에 와서도, 내 컴퓨터가 아니어도 내가 하던 작업을 그대로 할 수 있다. 예언하건대, 4년후에도 컴퓨터회사가 존재하면 다행일 것이다.
● 인간과 자연, 기계와 인간의 인터페이스, 모든 접점에 관심을 기울여라
컴퓨터 키보드를 보면 타이프라이터라고 쓰는 것인데, 왜 가장 많이 쓰는 글자를 가장 안 쓰는 새끼손가락으로 치게 만들었을까? 가장 안 쓰는 손가락을 쓰게 만든 것은 인터페이스를 불편하게 만든 것이다. 한글도 마찬가지다. 우리는‘ㅆ’을 많이 쓰는데, 이를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프트키를 치게 되어 있다. 이는 인간과 자판의 사이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이러한 옛날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A와 B는 잘 알아도 그 사이의 인터페이스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말은 사람과 키가 안 맞으니까 반드시 안장을 놓고 등자를 사용한다. 말과 사람이 달라서 말안장과 등자, 손잡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역시 인간이 타기 쉽게 하기보다는 기계원리로 만들어졌다. 인간이 만든 것 중에 가장 나쁜 인터페이스가 자동차이다. 앞으로 CEO들은 지혜경영을 해야 하는데, 우선 자동차의 열 연비효율이 몇 %인지를 알면 자동차를 팔지 못할 것이다. 전부 소음과 가스로 뽑아나가고 열효율은 15%이다. 비싼 연료를 15%만 쓰는 것이다. 60kg도 안 되는 인간을 운반하기 위해 몇 백 kg의 자동차가 움직이는 이것이 최악의 인터페이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자동차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연구하면 미래가 열리고 창조적 사고가 나올 것이다.
컴퓨터 드라이브는 테라비트까지 올라가며 속도경쟁을 하는데, 사람과 컴퓨터가 만나는 인터페이스는 이렇듯 고전적인 자판을 계속 쓰고 있다. 이것이 불편하니까 터치스크린으로 바꾸자고 한 사람이 스티브 잡스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니 잘 나가던 노키아가 하루아침에 망했다.회의할 때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모니터가 세워져 있는데, 아이패드를 쓰면 가려지는 것이 없어지고, 그래서 회의 분위기도 달라질 수 있다. 삼성의 갤럭시는 한 손으로도 잡을 수있고, 누워서도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부각시켜 광고하면 효과가 클 것이다. 이처럼 인터페이스 혁명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내가 필요하면 누워서도 할 수 있어야 하고, 음성인식으로 키보드가 필요 없는, 이런 것이 새로운 인터페이스, 새로운 문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혁명이 되는 것이다.
인간과 자연, 기계와 인간의 인터페이스, 모든 접점에 대해 이제부터 관심을 두어야 한다. 노사관계도 마찬가지다. 가마탄 사람과 가마 끄는 사람, 가마 탄 사람의 마음이 끄는 사람의 마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제는 돈의 힘, 권력의 힘으로는 안 되고 말의 힘이 큰 시대다. 오바마는‘Change’라는 단어로 대통령이 되었다.
● 스마트 시대를 살아가는 최고의 키워드,‘ 버려둬’
한국사람은‘버리라’는 말을 잘 쓴다. 앞으로는 버릴 것을 잘 버려야 창조적인 시대가 온다. ‘먹어버려, 내버려, 던져버려’식으로 말끝마다 버리라고 하는데, 버리는 문제 때문에 전 세계가 난리이다. 또한, 한국말은 버리라고만 하는것이 아니라 두라고도 한다. 앞으로 스마트 시대를 살아가는 최고의 키워드는‘버려둬’이다. 버리고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버려두는 것을 보자. 밥을 버리는 것이아니라 버려둬서 누룽지를 만든다. 누룽지를 최소한 버린 물건으로 다시 써서 쌀밥보다 소중한 것을 만드는 것이다. 김장한 것을 버려뒀다가 시래기가 되지 않는가. 바느질하고 남은 조각으로 만든 것이 나중에 기막힌 예술품을 만들었다. 보통 천으로 못 만드는 아름다운 조각보를 만들어낸 것이다. 지금 일본은 원전을 못 쓰게 되니까 스마트그리드에 눈을 돌리고 있다. 구글도 태양열에 엄청나게 투자하고 있다. 아마도 앞으로 에너지회사로 바뀌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스마트그리드나 그린에너지 이야기를 하면서도 내버려두라는 것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는 모든 사람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개인의 집이 전력을 소모하는 곳에서 생산하는 곳으로 바뀌는 것이 스마트 그리드이다.
너와 나 사이에 대한 관심, 인터페이스를 개혁하는 사람이 새로운 창조를 할 수 있고, 내버려두는 사람이 창조적 사고를 할 것이다. 버려두는 사고를 가진 사람이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억압의 시대도 살았고, 여러 악조건을 견디며 살아왔는데,이제는 땀 흘리는 기업, 피 흘리는 기업으로는 더 이상 안 되는 시대다. 공감과 공명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는 사회, 지금 우리는 그런 스마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1) 라우터(Router) :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중계해주는 장치 2) 드랍박스(Dropbox) : 파일 동기화와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한 웹 기반의 파일 공유 서비스
▶ 출처 : 이는 (월간전경련 8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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