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연세대학교 교수
"워크하드에서 워크스마트로 넘어가야 한다.”20여 년전 미국에서 박사과정 중에 교수에게서 처음 들은말이다.‘ 워크스마트’는‘워크하드’와 대비되어 쓰이는 말로 창조와 혁신, 21세기 논리를 말하는 것이자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하는 말이다. 워크하드와 워크스마트 기업의 차이는 무엇인가? GM은 각자의 사무실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열심히 일했다. 반대로 구글은 사무실이 놀이터와 같았다. 게다가 근무시간 중 일부 시간은 일을 하지 않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투자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갖도록 했다.
● 세계적 기업의 몰락과 패러다임의 변화
지난 10년 간, 전 세계적으로 현대기업사에서 본 적이 없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초일류기업으로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GM, 코닥, 소니 등이 모두 무너졌고, 최근에는 도요타와 노키아도 위기를 맞이했다. 이러한 패턴은 접해본 적이 없는 사례로, 기업이 서서히 침몰하는 징조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위기에 빠져 1~2년 만에 무너졌다는 것이다.이러한 가운데 애플과 구글은 세계 최고로 성장했다.1998년 스티브 잡스가 CEO로 복귀할 당시 애플은 소위 망해가던 회사였다. 스티브 잡스는 당시 모바일 퓨처라는 비전을 발표하면서 태블릿PC를 소개했다. 구글도 학생 두 명이 아이디어를 내서 만든 회사였다. 별도의 가상세상을 만들어놓고‘구름에서 비가 내리듯 하늘에서 끌어내려 쓰자’는 개념의 소위 클라우드 컴퓨팅을 만든 것이다.
우리는 흔히 어떤 위기가 자신의 약점 때문에 왔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뛰어난 기업이 무너지는 이유는 바로‘성공함정(Success Trap)’때문이다. 기업이 잘 하는 것이 있으면 전략과 성공의 공식이 강점이 되지만 이것을 깨닫는 순간 그것에 집중을 하고 그 강점은 더 강해진다. 그런데 이와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다른 대안은 사라지고 갑자기 변화가 찾아오면 기존의 강점이 안 통하게 되면서 무너지는 것이다.위기가 발생하면 자기 강점을 바꾸거나 선택이나 집중할 것이 아니라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판단해야 한다. 잭웰치의 개구리 이야기를 생각해 보자. 펄펄 끓는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개구리가 튀어나오지만 찬물에 넣어서 끓이면 죽는다. 개구리는 변온동물이기 때문이다. 조금씩 환경을 바꾸고, 변화에 적응하는 개선의 달인임에도 불구하고 죽는 것이다. 결국 개선을 잘한 결과, 죽는 꼴이 된 것이다.
역량파괴적 환경변화의 경우에는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한다. 자신의 강점이 더 이상 안 통하는 위기이기 때문이다. 핵심기술이 있었는데 우월한 대체기술이 나오거나, 규제가 달라진 상황이라면 바로 뛰어나와야 하는 것이다. 코닥이 세계를 지배했던 핵심기술은 감광기술인데, 코닥을 당할 자가 없었다. 이 막강한 감광기술 필름으로 100년 간 세계를 지배했는데, 2000년대에 필름이 필요 없는 디지털카 메라가 나오면서 코닥은 한 번에 무너졌다. 그런데 만년 2등 기업이었던 후지필름은 디지털카메라가 나오자마자 바로 토털 디지털로 전향, 변화했다. 코닥이 후지처럼 변화하지 못한 것은 성공공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 21세기형 환경변화, 경쟁의 본질을 바꾸다
성공공식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엄청난 환경변화가 벌어지는 것을 역사학자들은 21세기형 환경변화라고 말한다. 경쟁환경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으로 신경쟁,지식경쟁,창조경쟁,뉴노멀이라는 말도 모두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경쟁의 본질이 바뀌며 게임의 룰도 바뀐 것이다. 21세기형 글로벌 초경쟁환경의 세 가지 핵심특징은 무경계성, 상시급변, 불확실성이다.
먼저, 경계가 없다는 것은 기존의 경쟁력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업경계가 없어지고 기술 간의 경계가 없어지는 것이기에 경쟁자를 새로 정의해야 한다. 과자가 옛날처럼 잘안 팔리는데 이는 다른 제과기업 때문이 아니라 삼성전자와 애플 때문이다. 과자의 주 소비자의 소비패턴 통계를 보면 과거에는 남는 시간에 군것질을 하며 보냈는데,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두 번째, 빛의 속도로 환경이 상시 급변하고 있다. 여기서 신중한 경영과 의사결정은 위험하다. 신중함은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의사결정의 타이밍과 속도가 중요하다. 물론 의사결정이 잘못될 확률은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것은 의사결정이 잘못되었을 때는 빨리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극도로 불확실한 상황이다. 불과 10~20년 후의 예측이 불가능해졌고,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계획경영, 매뉴얼경영, 시스템경영은 이제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제 혁신경영·혁신경쟁으로 바뀌어야한다. 또한 예측 못한 위기가 닥치면 무조건 빠르게 대응해 새로운 가치를 남보다 먼저, 최초로 만들어야 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경쟁우위를 계속‘최초’로 만드는 경쟁이 21세기 형 경쟁이다.
● 개방적 경영을 통해 블루오션 창조해야
이미 우리나라의 워크하드는 세계 최고로, 이렇게 무조건 열심히만 하다가는 무너질 것이다. 워크스마트해야 할 때이 며, 창조적 혁신을 해야 한다. 기존사업을 접고 계속 신사업에 뛰어들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창조하라는 것이다. 애플은 클라우드가 나오기 전까지 하드웨어 기계를 파는 회사였고, 원천기술도 없었다. 단지 콘셉트 를 창조적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국내 웅진코웨이 또한 창조적 혁신으로 정수기 사업에서 성공했다. 품질경쟁력은 정수기 업계에서 최하위지만 비싼 정수기를 팔려고만 하지 않고 결국 렌탈 시스템의 도입으로 성공했다. 우리는 스마트하고 크리에이티브해져야 한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생각으로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해야 한다.
오래된 기업도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때가 왔다. 21세기 우리 기업이 초일류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 7가지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첫째, 글로벌 초일류의 비전을 가지고 꿈을 꿔야 한다. 두번째, 위기예방보다 기회창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세 번째, 20세기형 관료주의에서 벗어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네 번째, 결과창출에 초점을 맞추어 실행해야 한다. 다섯번째, 무조건 글로벌 플랫폼을 만들고, 여섯 번째, 생태계,에코시스템 관점에서 사고하자. 마지막으로 개방형 경영을 통해 수평적이고 극도로 민첩한 조직을 구축해야 한다.20세기 산업형 기업은 패러다임의 변화에 의해 무너졌다.스마트 이노베이션은 창조와 혁신이 함께 가야 하며, 기업은살아남기 위해 DNA 자체를 바꿔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 출처 : 이는 (월간전경련 8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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