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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줄인 기업이 더 손해 본다? 배출권거래제 역차별 논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여 온 기업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즉, 정부의 권고에 따라 친환경 설비투자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기업이 감축 노력을 하지 않은 기업에 비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요. 현재 배출거래제 시행 전 자발적으로 줄인 온실가스를 모두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온실가스 조기감축 기업들의 피해가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전경련이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실가스 조기감축을 위한 투자액과 감축량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배출권 할당기업의 온실가스 조기감축실적은 총 1억 톤 이상



산업계가 조기에 감축한 온실가스 물량은 총 1억 8백만 톤으로 추정되는데요. 이는 서울시 160배 이상의 면적에 소나무를 심었을 때 1년간 감축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양과 같습니다. 특히, 배출권거래제 시행 전인 2015년부터 기업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여온 조기감축실적은 관계 법령에 따라 인정량을 고려하여 내년 초에 배출권을 추가 할당할 계획인데요. 각 기업의 주요 사례를 분석해보면, 온실가스 조기감축을 위한 투자비용은 1톤당 최저 2만 원에서 최고 36만 3천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현재 배출권 1톤의 거래가격인 1만 8천 원의 최고 20배에 달하는 것입니다.


[주요 기업들의 다양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 사례]

  • 제조공정 중 발생하는 1천℃ 이상의 폐열을 활용, 총 1천 5백억 이상을 투자해 전기를 생산, 약 132만 5천 톤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
  • 8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공장 내 폐열 회수설비 등을 설치했으며,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22만 5천톤 가량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
  • 132억 원을 들여 대기오염물질이 많은 벙커C유를 청정연료인 LNG로 바꾸는 연료 전환공사를 실시했고, 약 21만 8천 톤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
  • 스팀과 전력 사용량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기 위해 2007년부터 총 280억을 투자, 열교환기 설치 및 냉동기·냉각수 운전 개선 등으로 약 90만 톤 가량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
  • 에너지 사용 절감과 공정 최적화를 위해 2010년부터 2년간 약 100억 원을 투자, 약 50만 톤 가량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

조기감축실적 신청량 중 38%만 인정받을 것으로 보여

하지만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은 온전히 보상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조기감축 실적을 100%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제도 시행 전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한 기업들이 감축하지 않은 기업에 비해 할당량이 적어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요.


조기감축실적 용도로 배정된 제1차 계획 기간(2015~2017년) 배출권의 예비분은 약 4천1백만 톤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예비분이란, 조기감축실적 및 예상치 못한 신증설 시설 등에 대한 추가할당, 가격 급등 시 시장 안정화 조치 등을 위해 정부가 일정부분 보유한 배출권을 말합니다. 그런데 만일 기업 신청량이 모두 감축실적으로 인정된다면, 신청량의 약 38%만 추가 할당됩니다. 이는 많은 비용투자를 통해 적극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여 온 산업계의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인데요. 이처럼 조기감축실적이 100% 인정되지 않는다면 우선 감축 기업에게 절대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인 기업이 전혀 배출감소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기업에 비해 할당량이 적어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자발적 감축기업이 할당 적게 받는 역차별 발생 우려


배출권거래제 아래 기업별 할당량은 배출권거래제의 전신인 목표관리제(2012~2014년)에 따른 배출량을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감축률이 같다면 과거에 많이 배출한 기업이 많은 할당량을 받는 구조인데요.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2011년 이전에 각각 연간 100톤씩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A와 B사 가운데 A사는 목표관리제 아래 20톤을 조기감축해 연간 80톤씩 배출했으며, B사는 계속 100톤씩을 배출했습니다. 그런데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되면 A사와 B사가 각각 10%씩 배출량을 줄일 것을 요구받아 A사는 배출권 72톤을, B사는 90톤을 할당받게 됩니다. 만약 정부가 A사가 줄인 20톤의 조기감축실적만큼 전량 추가 할당해준다면 B사의 최종 할당량은 92톤입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처럼 조기감축실적의 38%만 인정받는다면 추가 할당량은 7.6톤에 그쳐 A사의 최종 할당량은 79.6톤이 되는 것이죠. 즉, 전혀 감축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B사보다 10.4톤을 덜 받게 되는 셈입니다.


적극적인 투자로 조기감축한 기업만 피해


이와 같은 상황은 기업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실시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불합리한 점이 많습니다. 온실가스 조기감축 주요 사례를 분석해 보면, 기업이 온실가스 1톤을 줄이기 위해 투자한 금액은 최저 2만 원에서 최고 36만3천 원에 이르는데요. 그러나 이것은 신청량의 100%를 추가할당으로 보상받는 경우를 가정한 수치입니다. 현재 예비분 총량제한에 따라 기업 신청량의 38%만 실적으로 인정받는다면, 1톤을 추가 할당받기 위해 투자한 금액은 최고 95만 원까지 올라갑니다. 이는 2016년 10월 말 배출권의 톤당 거래가인 1만8천 원의 50배가 넘는 금액입니다. 특히, 배출권을 구하지 못해 시장 평균가의 3배를 과징금으로 내는 경우에 비해서도 훨씬 많은 금액을 투자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부 권고에 따라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인 기업에 100% 추가할당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배출권 예비분의 용도별 한도제한을 없애 조기감축실적을 최대한 인정하고, 1차 기간 예비분을 초과하는 조기감축실적은 2차 기간(2018~2020년)으로 이월하여 추가 할당하는 등 유연한 조치가 필요한데요. 모쪼록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줄이기에 앞장서고 있는 기업에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 본 포스팅은 전경련 환경노동팀 김정민 선임연구원의 자료를 기초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