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자율주행차의 시대, 인공지능에 대응하는 우리들의 자세

IT기술이 변화시킬 미래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화두는 바로 인공지능(A.I)이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념적인 연구만 진행되며, 실제로는 인간 지능과의 큰 격차 때문에 실용화되지 못했던 분야인데요. 하지만 이젠 단순한 실용화 단계를 넘어 우리의 미래를 바꿔 놓을 중요한 산업 분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궁금하다고 어려운 학술잡지를 뒤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스마트폰에 “오케이, 구글!” 혹은 “헤이 시리!” 라고 말하면 자체 학습능력인 머신러닝과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무장된 음성이 답하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인데요. 사용자와의 피드백을 통해 학습하고 진화하는 음성비서 시스템은 단순히 오늘의 날씨나 환율을 소개해주는 수준이 아닙니다. 사용자의 농담에도 농담으로 응수하고, 선물 고르기에 최적화된 알고리즘과 최신 빅데이터 정보까지 동원하죠. 또, 같은 질문에도 상황과 사용자에 따라 다른 대답을 내놓기도 하는데요. 인간의 이성뿐만 아니라 감성까지 흉내 내고 있는 인공지능이 앞으로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자못 궁금해집니다.

알파고 쇼크, 인간을 능가하는 기계의 등장

사람들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인공지능은 단연 알파고입니다. ‘알파고(AlphaGo)’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으로, 최초라는 의미의 ‘알파’와 바둑을 뜻하는 일본어 ‘고’를 합성한 것인데요. 이 프로그램은 지난 2015년 10월, 판 후이 2단과의 5차례 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며 핸디캡 없이 프로 바둑기사를 물리치고, 여세를 몰아 올해 세계 바둑 최고수인 이세돌 9단에게 대결을 신청했습니다. 이미 체스에서 세계 1위가 IBM의 딥블루에게 패했으며, 이를 개량한 왓슨이 미국 퀴즈 프로그램 제파디에서 우승하는 등 인공지능은 점차 인간을 따라잡고 있는데요. 하지만 경우의 수가 천문학적으로 많은 바둑은 연산능력만으로 완벽하게 분석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특히, 이전 세대의 바둑 프로그램이 아마추어 저단에게도 패하는 수준이었기에 이 대결은 인간의 우위를 점치는 분위기였는데요. 그러나 알파고는 놀라운 포석 능력과 전개에 철벽같은 끝내기 능력까지 보여주며 이세돌 9단과의 5번기 공개 대국에서 최종전적 4승 1패로 승리했습니다. 오히려 이세돌의 1승이 대단한 인간승리로 보여질 만큼 강력했습니다. 알파고는 우리가 기계에 가진 선입견처럼 변칙수에 흔들리지도 않았고 정해진 패턴대로만 두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프로 바둑기사가 흔히 ‘직관의 영역’이라고 부르는 초반 포석과 전개하는 수까지도 냉정한 계산을 통해 최대한의 승률을 추구해 경탄을 자아냈죠. 따라서 일정한 ‘기풍’도 없고 ‘멘탈’이 무너지는 일도 없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냉정하게 남은 승률을 계산해서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인공지능에 비하면 인간의 직관이나 정신력이 초라하게 여겨질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알파고의 대활약은 우리 사회 전반에 강한 ‘알파고 쇼크’를 가져다주었습니다. 단순 분류나 계산직 정도만 대체할 것으로 예상했던 인공지능이 미래에 의사, 변호사, 기자 등과 같은 핵심 엘리트층의 일까지도 빼앗을 수 있다는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이죠. 딥마인드의 알파고는 바둑을 통해 인간과 똑같은 학습과 판단 등 추론능력을 쌓으며 미래 산업에 이용될 전망인데요. 데이비 하사비스 CEO는 알파고 알고리즘을 활용해 기후변화예측, 질병진단, 건강관리, 무인자율주행차 등 미래 서비스 사업에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알파고에 자율주행차와 자율비행드론까지 결합되면 인공지능에 대항해서 끝까지 지킬 수 있는 인간의 영역이 얼마나 있을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자율주행차의 질주, 인공지능이 대리기사 역할까지?

지하철이나 열차,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운전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되었지만 막상 자동차는 아직도 수동으로 조작되고 있는데요. 복잡하고 좁은 도로와 어떤 돌발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이제 인공지능은 자동차 운전에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핸들과 가속페달, 브레이크 등을 조작하지 않아도 스스로 목적지까지 찾아가는 자동차인데요. 엄밀하게 말하면 사람이 타지 않은 상태에서 움직이는 무인자동차와는 다소 다른 개념이지만, 사람이 탑승해도 운전을 완전히 기계에게 맡긴 상태가 무인자동차와 비슷해 혼용되기도 합니다.

이런 자율주행차는 운전 중의 각종 정보와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차량운영체제와 결합되어 ‘스마트카’라는 영역을 만들었는데요. 구글이 개발하고 있는 자율주행차는 시험주행 거리가 350만km를 넘으며 시험단계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정확한 운행을 완수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앞으로 2~3년 내 자율주행차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일반적인 상황에서 구글 자율주행차는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운전하며, 이제는 복잡한 돌발상황에서의 안정성을 개선하는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또, 중국 인터넷 포털 업체 바이두의 자율주행차도 30만km 이상의 시험주행을 마쳤습니다. 차량 공유업체 우버도 캘리포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발표하고 안전성 검증을 거쳐 향후 완전 무인 택시를 운영한다는 계획입니다. 완성차 업체도 팔을 걷어붙였는데요. GM은 리프트에 5억 달러를 투자하여 자율주행차 공동 개발에 착수했고, BMW는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 인텔과 바이두에게 협력을 제안했으며, 포드는 2021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를 양산하겠다는 발표를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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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현대차그룹이 구글, 시스코, 우버 등과 제휴해서 자율주행차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고속도로 자율주행 기능이 적용되는 현대자동차의 첫 모델 제네시스 EQ900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자율주행차 개발능력은 미국 기업들보다 4~5년 정도 뒤처졌다는 의견입니다. 자율주행차는 운영체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미래 산업의 대부분이 하나로 결합된 최종 완성품인데요. 지금도 초보 단계의 자율주행으로 오토 크루즈 기능이 차량에 도입되어 있습니다. 오토 크루즈는 전자식 정속 주행 장치로서 주행 속도 40~100km/h 사이에서 운전자가 희망하는 속도로 스위치를 조작하면 컴퓨터가 차속을 기억하여 액셀 페달을 밟지 않고도 주행할 수 있는 장치입니다.

인공지능의 미래, 편리함과 고민이 공존하는 삶

이러한 인공지능은 우리들의 미래를 좀 더 편리하게 바꿔 놓을 것은 분명합니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드론은 주문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몇 시간 만에 집안까지 상품을 정확하게 배달해줍니다. 피곤하면 음성명령만으로 운전대조차 잡지 않고 차 안에서 신문을 보는 동안 목적지에 정확하게 도착해 주차까지 해주는 자율주행차를 이용하면 됩니다. 또, 기념일에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선물이나 이벤트를 제안하고, 원스톱으로 처리해주는 업체 리스트까지 제공해주니 기념일 때문에 관계를 망치는 일도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용자는 그저 명령하고, 승낙하고, 결제만 하면 모든 것은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이죠. 특히, 두뇌 노동 가운데서도 단순작업 영역에 가까운 것은 인공지능이 대신해 줄 수 있는데요. 간단한 초기진료를 인공지능에게 맡길 수도 있으며, 교육보조나 실시간 상황 중계 같은 것도 알고리즘을 탑재한 로봇이 해낼 수 있습니다. 또, 사물인터넷과 연계한 음성비서가 가사 일을 척척 해주며 모닝커피까지 준비해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미래를 바라보며 적지 않은 고민이 생길 것도 분명합니다. 인공지능의 성능이 아니라 그에 따른 도덕적, 법적 책임 규정의 모호함 때문이죠. 예를 들면, 자율주행차가 운행 중 사고를 내게 되면 차를 소유한 운전자, 자동차 하드웨어를 만든 회사, 운행 인공지능을 만든 회사 등 모두가 책임소재에 대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충돌이 불가피한 돌발 상황에서 자율주행 인공지능의 판단이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운전자, 조수석, 보행자 가운데 누구를 보호하고, 누구를 희생시킬 것인가에 대한 인공지능의 판단 기준은 무엇이며, 그 결과에 대한 최종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지 또한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여기에 인공지능이 대체할 영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재교육을 받고 새로운 직업을 얻을 기회를 제공할 수단도 고민해 봐야 합니다. 우리 정부에서도 과학기술전략회의를 통해 인공지능, 가상증강현실,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시티 등이 포함된 9개 국가전략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인공지능은 미래를 더욱 편리하게 바꾸어 갈 것입니다. 그로 인해 우리 삶의 모습 또한 획기적으로 변화할 텐데요. 변화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이해로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인공지능의 시대에 대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