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스토리/자유광장은 지금!

주택용 전기 누진제는 불공평하다? 산업용 전기요금의 오해와 진실

산업용 전기요금의 오해와 진실 메인이미지

올여름 폭염으로 전기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덩달아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는데요. 주택용 누진제 폭탄으로 타오른 이 불씨가 최근에는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주택용 누진제 폭탄이 산업용 전기료 탓이라거나, 산업용 전기료가 과도한 특혜를 받고 있다는 일부 주장이 논란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전기요금의 합리적 개편을 위해서는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이 중요한데요. 그 자세한 내용을 자유광장이 지금 알려드립니다.


Q. 산업용 전기는 원가 이하로 공급받는다?
한전 전력판매 및 영업이익 현황 표


A. 산업용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로 공급한다는 오해는 산업용 전기의 원가회수율을 통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산업용 전기의 원가회수율*은 2014년 102%, 2015년 109%에 달하는데요(박주민 의원실 보도자료(2015.8), 에너지경제연구원(2015.7)). 특히, 한전 전력판매의 약 55%가 산업용인 점을 감안하면, 2014년과 2015년 한전의 높은 영업이익 상당 부분이 산업용 판매로 인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원가회수율이란? 전력 판매액/전력판매원가로 한전의 전력판매원가에는 발전비, 송배전비 등 영업비용 외에도 적정법인세비용, 적정투자보수 등 일반기업에는 원가로 포함하지 않는 일정 이익이 포함된 개념


Q.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

A. 산업용 전기요금이 인상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다른 용도에 비해 낮은 원가 구조가 형성되어 있음을 인지하지 못해 비롯된 오해입니다.


2000년 이후 전기요금 인상률 추이(누적기준) 표


2000년 이후 15차례에 걸친 요금 인상에서 전체 평균 49.5%, 주택용 15.3%, 일반용 23%가 인상되었는데요. 이에 반해 산업용은 평균보다 2배 가까이 높은 84.2%가 인상되어 전기요금 인상 부담의 대부분을 산업계에서 흡수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산업용 전기는 고압 송전 특성으로 일반 전력 공급원가보다 Kwh 당 22원 가량 낮아(한국경제연구원, 2015.12)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이 책정된 것인데요. 전력을 생산하면 송배전 과정을 통해 고압전기를 저압으로 낮춰 최종 소비자에게 이동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따라서 고압으로 전기를 받는 산업용은 주택용이나 일반용에 비해 송배전에 따른 투자비와 운영 비용이 적게 들고 전송과정에서의 손실도 적은데요. 1,000개의 물건을 한꺼번에 구매할 때 하나씩 택배로 배송 받을 때 보다 하나의 단위당 배송 비용이 낮아지는 것과 같은 원리죠.


주요국 산업용, 주택용 전기요금 비교(2015년 기준) 표


이러한 이유로 대다수 국가에선 산업용 전기요금을 주택용 보다 낮게 책정하고 있는데, 오히려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의 상대가격은 우리나라가 높은 편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Q. 산업용 전기도 누진제가 필요하다?

A. 일각에서 제기되는 산업용 누진제 도입 주장은 산업용 전기요금의 누진제와 유사한 수요관리 요금제 등을 고려하지 못해 발생한 오해입니다.

산업용 '계절별·시간대별 차등 요금제'는 전력부하가 높은 여름(6~8월)과 겨울(11~2월)에 성수기 피크 요금을 부과하고, 전력 사용량 많은 시간대에는 최대부하 요금을 부과합니다. 또, '기본요금 피크연동제'를 적용하여 최저요금간 약 2배~3.5배 가량 차이가 납니다. 이와 함께 직전 1년간 가장 많이 사용한 전력량을 기준으로 기본요금이 산정되어 전력수요가 줄더라도 높은 기본요금을 감수해야 하는 징벌적 요금제를 적용받고 있는데요. 산업용 전력은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생산요소로 전세계 어디에도 산업용 누진제를 시행하는 곳은 없습니다. 산업용 누진제는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제조업에서 설비투자 위축을 야기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Q. 기업들은 싼 전기로 물 쓰듯 사용한다?
주요 업종 에너지 효율 지수


A. 우리 산업은 지속적인 설비투자와 기술개발로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효율을 달성해오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미국의 절반, 석유화학은 2/3의 에너지만 사용하고도 같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데요. 전기요금은 기업의 생산원가로, 어떤 기업도 원료비가 싸다고 해서 불필요한 원료를 과도하게 투입하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전기요금뿐 아니라 배출권거래제 간접배출* 규제까지 적용받아 전력사용에 따른 기업들의 부담이 어느 때 보다 큰데요. 기업이 직접적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 외에도 외부에서 공급하는 전기·열 등을 이용할 때도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적용받는 것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이 물 쓰듯 전기를 사용한다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 간접배출이란?
기업이 직접적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 외에도 외부에서 공급하는 전기·열 등을 이용할 때도 온실가스 배출 규제 적용


Q. 대기업은 전기요금 할인 특혜를 받고 있다?

A. 대기업이 전기요금 특혜를 받아 수조원의 이익을 봤다는 주장 또한 산업용 전기요금에 체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나온 오해입니다.


시간대별 차등 요금 적용 현황


대기업 역시 일반기업과 마찬가지로 한전의 전기요금 규정에 따라 계약전력, 수전전압 등으로 구분된 요금을 적용받으며, 요금할인이나 환급 등의 혜택은 전무한데요. 일부 대기업이 24시간 공장 가동으로 심야에 값싼 경부하 요금제를 적용받아 평균 전력 사용 단가가 낮아진 것이 외형적으로 특혜를 보는 것처럼 비춰졌기 때문입니다. 심야에는 원자력과 같이 가동중단이 어려운 기저부하의 이용률 향상과 부하율 향상, 주간의 최대부하 이전을 위해 정책적으로 낮은 요금을 적용하고 있으며, 발전원가 자체도 평균원가에 비해 낮은데요. 심야·주말에 공장을 가동하지 않고 주간에만 공장을 가동해 값비싼 중·최대부하 요금제를 적용받는 기업은 평균보다 훨씬 높은 전력요금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잘못된 정보와 사실관계가 불명확한 자료로 인해 높은 원가회수율에도 산업용 전기요금이 특혜를 받고 있다는 오해가 생겨나고 있는데요. 투명한 정보공개와 요금체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통해 오해를 불식시키고, 국민과 경제계가 공감할 수 있도록 전기요금 체계가 합리적으로 개편되기를 바랍니다.


* 본 포스팅은 전경련 산업정책팀 허서지 연구원의 자료를 기초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