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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마지막 황녀를 그린 화제작 <덕혜옹주>! 볼까 말까 망설인다면 꼭 참고할 관람 포인트 4가지

영화 '덕혜옹주' 포스터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조선 왕실 마지막 황녀의 비운의 삶, 주연을 맡아 열연한 배우 손예진의 제작비 10억 투자, 그리고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 특유의 연출력을 보여준 허진호 감독의 4년 만의 복귀작 등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영화 <덕혜옹주>. 지난 3일 개봉 후, 입소문을 타고 첫 주만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켰는데요. 아직 이 영화를 볼까 말까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소셜프렌즈 ‘양유창’ 님영화에 관해 준비한 4가지 Q&A를 참고해보시길 추천합니다.


1. 영화 속 ‘덕혜’와 실제 ‘옹주’는 어떻게 다른가?
영화 '덕혜옹주' 속 어린시절

이미지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여자 덕혜’라 할 정도로 조선의 옹주이기 이전에 한 여인의 삶을 다룹니다. 덕혜옹주는 일제에 의해 부모와 생이별하고 이로 인해 결국 정신병을 얻어 한 많은 삶을 살았던 여인인데요. 영화는 이러한 실화에 약간의 드라마를 보탰지만, 전반적으로 그녀의 삶을 크게 왜곡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립니다. 그동안 대한제국 황실은 일제강점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판받아 왔습니다. 해방 후 왕조 부활 움직임이 강하지 않았던 것도 그런 이유죠. 비판의 중심에는 우유부단했던 영친왕이 있었고, 덕혜옹주 역시 이런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


개봉 전 영화가 덕혜를 <암살>의 ‘안옥윤(전지현)’처럼 독립투사로 그리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는 기우였는데요. 대신 영화는 그녀가 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지를 보여주면서, 왕족이기 전에 불운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조명합니다. 물론, 한 사람의 삶을 조금 더 극적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영화에는 실제 삶과 다른 부분이 있는데요. 그중 결정적인 것은 옹주가 조현병을 얻은 시기입니다. 실제 옹주는 모친인 귀인 양씨가 죽은 뒤인 18세 때부터 조현병 증상을 보이지만, 영화는 ‘영화적 개연성’을 위해 이 시기를 해방 후로 늦췄죠.


영화 '덕혜옹주' 아역

이미지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또 옹주가 ‘문명 여성교육’을 명목으로 일제에 의해 강제로 일본으로 떠난 건 14세 때이고, 쓰시마의 백작 소 다케유키와 결혼한 건 20세 때입니다. 영화에선 14세 시절을 아역배우 김소현이 연기하고 이후를 손예진이 연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18세 나이에 덕혜는 비운의 사건들을 겪었습니다.


2. 덕혜옹주가 영화화된 것은 처음인가?

온전히 덕혜옹주만의 삶을 영화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덕혜옹주의 오빠 영친왕의 전 약혼녀 ‘민갑완’의 이야기는 1963년 이종기 감독의 <백년한>으로 영화화된 적 있는데요. 배우 도금봉이 맡아 열연한 그녀 역시 덕혜옹주만큼이나 비운의 인생을 살았죠. 영친왕이 일제에 의해 마사코(이방자)와 결혼하면서 강제 파혼당하고, 상하이로 쫓겨나 해방될 때까지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에서 덕혜옹주가 등장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실제로 본 사람이 드물어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한편 <백년한>이 개봉된 1963년은 박정희 정권이 쿠데타 당위성을 선전하고자 영친왕과 덕혜옹주를 귀국시킨 이듬해입니다. 당시 서울신문 도쿄 특파원이었던 김을한이 두 사람의 귀국을 10년 넘게 추진해 성사시켰죠. 김을한은 옹주의 어린 시절 정혼남 김장한의 친형인데요.(영화 <덕혜옹주>에서 배우 박해일이 연기한 ‘김장한’은 실제 김장한과 김을한을 합쳐 만든 캐릭터) 민갑완의 기구한 삶을 영화로 만든 것 역시 당시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영화 '덕혜옹주' 속 한 장면

이미지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대신 TV 드라마로는 확실히 한 작품이 있는데요. 1989년 덕혜옹주가 별세한 후 1996년 MBC 8.15 광복 특집극으로 기획된 <덕혜-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입니다. 배우 이혜숙이 덕혜옹주를 연기했고, 당시 아역배우로 활약한 김민정이 어린 시절을 맡았죠. 이때만 해도 덕혜옹주의 남편 소 다케유키는 아내를 학대하는 악마로 묘사하는 등 반일 감정이 고증보다 우선시됐습니다.


이후 덕혜옹주가 대중문화의 소재로 새로이 조명받은 건, 2009년 권비영의 소설 <덕혜옹주>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고부터인데요. 허진호 감독의 이번 영화도 이 소설을 원작으로 각색했습니다. 2013년엔 뮤지컬배우 문혜영이 직접 대본을 쓰고 덕혜옹주 역을 맡아 열연한 뮤지컬이 무대에 오르기도 했죠.


3. ‘멜로의 귀재’ 허진호 감독의 연출력은 살아 있나?
영화 '덕혜옹주' 감독 허진호

이미지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덕혜옹주>는 여름 대작이기 전에, 허진호 감독이 <위험한 관계>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신작입니다. 허 감독의 특기는 모두 알다시피 ‘로맨스’죠. 특히 사랑이 시작되기 전과 사랑이 끝난 후, 애끓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호평받아왔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행복> 등은 그가 한국영화계에 남긴 자산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쉽게도 <덕혜옹주>에선 허 감독만의 장점이 도드라지진 않습니다. 복잡한 감정들이 미묘하게 부딪히는 게 아니라, 뚜렷하고 단순한 감정 위주로 흘러가는 영화이기 때문인데요. (옹주는 일제에 항거하기 위해 사시미를 먹지 않는다는 것 같은 단순함!) <로마의 휴일>, <프린세스 브라이드>, <프린세스 다이어리> 등 예쁜 공주가 등장하는 다른 영화에는 으레 그녀의 마음을 잘 아는 발랄한 하녀와 공주에게 충성을 맹세하다 사랑에 빠지는 기사가 등장하죠. <덕혜옹주>도 이런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여성 원톱 영화임에도 여성영화라 부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함) 또 옹주를 괴롭히는 악당을 친일파 한택수(윤제문) 한 사람이 도맡아 선악 구도도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간단명료함이 주는 장점은 중심인물인 덕혜옹주의 굴곡진 인생이 한눈에 들어온다는 점이죠. 이는 마지막 장면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데요. 시간이 흘러 고국으로 돌아온 옹주가 덕수궁을 둘러보며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 시대의 변화가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영화 '덕혜옹주' 두 사람이 나오는 장면

이미지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래도 딱 한 번, 영화 속에서 '허진호표 로맨스'가 폭발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옹주를 가까이서 보좌하던 김장한이 옹주와 함께 산속 오두막에 갇혔을 때인데요. 두 사람 사이에 달콤한 설렘의 감정이 오가고, 허 감독은 '멜로 고수'답게 이 순간을 감성적으로 포착해냅니다. 특히 두 사람이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장면은 언젠가 허 감독이 다시 한 번 로맨스 영화를 찍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하죠.


4. 손예진, 투자금 10억 회수할까?

순제작비 100억 원 이상이 들어간 대작 <덕혜옹주>의 손익분기점은 관객 350만 명입니다. 배우 손예진은 제작비가 예상을 초과하자 10억 원을 사비로 투자했는데요. 손예진 소속사인 엠에스팀도 영화 제작사로 참여했습니다.


영화 '덕혜옹주' 주인공 손예진

이미지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몇 년 전부터 한국영화는 8월에 광복절을 겨냥한 사극 대작을 꾸준히 내놓고 있는데요. 작년에는 <암살>, 재작년에는 <명량>, 올해는 <인천상륙작전>과 <덕혜옹주>가 그 역할인 듯합니다. 광복절 사극들의 특징은 볼거리가 풍부하고, 가족 단위 관객에게 역사 공부의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역사 교사들이 영화 해설사로 나서는 경우도 늘었습니다.


그런데 <덕혜옹주> 흥행에는 최대 장애물이 있습니다. 바로 덕혜옹주라는 인물에 대한 관심 부족이죠. <명량>의 이순신과 달리 역사 속에서 덕혜옹주는 그다지 관심을 끄는 인물이 아닌데요. 드라마틱한 사건도 많지 않고, 숨겨진 영웅도 아니며, 그녀가 결혼한 이후의 행적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기까지 합니다.


<덕혜옹주>가 흥행하려면 이 난관을 손예진의 스타성과 연기력으로 돌파해야 하는데요. 다행히 영화 속에서 손예진은 최고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노인 분장이 약하다는 지적은 나올 수 있지만, 연기에 대해선 트집 잡을 부분이 거의 없죠. 아마도 연말 각종 영화상 시상식에서 심사위원들은 <비밀은 없다>와 <덕혜옹주> 중 어느 쪽의 손예진에게 여우주연상을 줘야 할지 고민할 것입니다. 결국, 영화의 흥행은 손예진의 물오른 연기력이 덕혜옹주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으로 연결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영화 '덕혜옹주'

이미지 출처 : 롯데엔터테인먼트


여담이지만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화려한 캐스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손예진의 뛰어난 연기가 비운의 옹주를 살리고 있지만, 한편으론 주변 인물들도 모두 유명 연기자로 캐스팅해 생동감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백윤식, 고수, 김대명 등 굳이 스타가 아니어도 될 배역까지 공을 들였습니다. 아마도 이게 다 <암살>의 특급 카메오 조승우 효과 때문은 아닐지... 아무튼! 지금까지 영화 <덕혜옹주>에 관한 4가지 궁금증 잘 보셨나요? 이번 주말, <덕혜옹주>를 볼 계획이셨다면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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