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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스퀘어/요즘뜨는이야기

2016 오스카 트로피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재미로 보는 가상 아카데미 시상식

무려 87년의 역사를 지닌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 최대의 영화상입니다. 그 명성만큼 2월 28일에 열릴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오스카 트로피의 향방에 관한 관심도 뜨거운데요. 그런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지면서 시작부터 꽤 시끌시끌합니다. 아무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2016 오스카 트로피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지, 소셜프렌즈 양유창 님이 수상작을 미리 점쳐 보았습니다.



흑인 영화인들의 분노, 오스카를 흔들다!

2016 아카데미 시상식 포스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언급하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인종차별 문제인데요. 올해 시상식에서 흑인 영화인들이 단 한 부문에도 후보에 오르지 못하자 많은 흑인들이 분통을 터뜨린 것이죠. 급기야 윌 스미스, 스파이크 리 등 대표적인 흑인 영화인들이 시상식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문제는 일파만파 번져가고 있습니다.

흑인 영화인들이 억울해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흑인 영화인들에게 수작으로 평가받는 <크리드>와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이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솔직히 <크리드>의 완성도는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록키>의 스핀오프인 <크리드>가 작품상 후보라면, <스타워즈:깨어난 포스>도 유력한 후보여야 하죠. 하지만 두 편 모두 ‘팬심’이 모티브인 영화이며,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그리 뛰어나지 못합니다. 이에 비해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은 논란이 될 만한 수작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작품상 후보에 오른 다른 8편을 압도한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만일 이 영화가 감독상과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고 해도 흑인영화가 대접받았다고 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그래 봤자 들러리인 건 마찬가지니까요. 특히, 작년에 개봉한 흑인영화 중 눈여겨볼 작품이 두 편밖에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흑인 영화인들의 활약이 생각만큼 눈에 띄지 않는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지난 2014년 <노예 12년>에 작품상을 준 것이 독특하게 보일 정도로 백인 위주의 행사로 유명한데요. 백인 위주의 할리우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얽히고설킨 사회 구조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즉, 아카데미상 한 번 보이콧 한다고 바뀔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죠. 기껏해야 내년에 흑인영화 한두 편 후보에 오르는 정도로 넘어가면 또 거기서 멈추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미리 보는 오스카 시상식, 부문별 수상자는?

서두가 길어졌는데요. 그럼, 오늘의 주제인 오스카 트로피 주인공 맞추기를 시작해 볼까요? 개인적으로 최근 몇 년간의 오스카 시상식 중에서 올해가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해인 것 같은데요. 다른 영화를 압도하는 한편을 고르기엔 완성도가 서로 엇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또, 개인적인 취향과 아카데미위원회가 선호하는 영화들 사이의 차이도 고려해야 하는데요. 부문별로 엄선한 수상 예상작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작품상 - <빅쇼트>

영화 빅쇼트 제작 브래드 피트

이미지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골든글로브와 비평가협회 수상 결과를 종합해보면, <레버넌트>, <스포트라이트>, <빅쇼트> 3파전으로 보입니다. 이 가운데 <레버넌트>는 같은 감독에게 2년 연속 오스카 작품상을 주지는 않을 것이며, 각본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영화가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전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이유로 제외했습니다. 월스트리트의 탐욕을 고발한 블랙코미디 <빅쇼트>는 최근 버니 샌더스가 급부상하는 미국 대선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는데요. 지나치게 정공법인 <스포트라이트>보다는 <빅쇼트>를 제작한 플랜B의 브래드 피트가 트로피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감독상 -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조지 밀러

영화 매드맥스 감독 조지 밀러

이미지 제공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영화가 감독상도 가져간 적이 많았지만, 올해는 예외가 될 가능성이 큰데요. 그 이유는 조지 밀러 감독의 존재 때문입니다. 70세의 노장이 가장 젊고 파워풀한 영화로 돌아왔으니 말이 필요 없습니다. 작년의 수상자인 <레버넌트>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와 경쟁을 펼치겠지만, 마땅히 조지 밀러가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우주연상 - <레버넌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영화 레버넌트 주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이미지 제공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언제부턴가 오스카 남우주연상은 디카프리오냐 아니냐가 최대 관심사가 되었는데요. 매년 후보에 오르고 있는 디카프리오의 올해 경쟁자는 <대니쉬 걸>의 에디 레드메인과 <스티브 잡스>에서 훌륭한 연기를 펼친 마이클 파스벤더입니다. 하지만 아카데미 위원들은 열연을 좋아하죠. <레버넌트>에서 디카프리오는 마치 아카데미 위원들에게 이래도 안 줄 거냐고 시위하듯 곰과 싸우고, 무덤에서 일어서고, 물고기 잡아먹고, 눈밭을 굴렀습니다. 솔직히 그가 <레버넌트>에서 배우 인생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상을 받을 자격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여우주연상 - <룸> 브리 라슨

영화 룸 주연 브리 라슨

이미지 제공 : (주)영화사 빅


<캐롤>의 케이트 블란쳇, <45년 후>의 샬롯 램플링, <조이>의 제니퍼 로렌스 등 쟁쟁한 후보들이 있지만, 유력 수상자는 단연 <룸>의 브리 라슨입니다. 케이트 블란쳇은 같은 영화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루니 마라 때문에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크고, 제니퍼 로렌스는 3년 전에 여우주연상을 받은 경력이 있습니다. 샬롯 램플링은 70세에도 나이를 잊은 세련된 외모로 고풍스러운 연기를 펼쳤지만, 작품이 그저 그랬는데요. 7년간 납치, 감금되어 아들까지 낳고 살아가는 여자의 가슴 먹먹한 이야기를 그린 <룸>에서 브리 라슨은 엄마 역할을 맡아 감동적인 연기를 선사했습니다.


남우조연상 - <스파이 브릿지> 마크 라일런스

영화 스파이 브릿지 조연 마크 라일런스

이미지 제공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레버넌트>의 톰 하디는 소름 끼칠 정도로 훌륭했으며, <빅 쇼트>의 크리스찬 베일은 가만히 있기만 해도 강렬했습니다. 하지만, 마크 라일런스의 단호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슬픈 표정은 그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는 연기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여우조연상 예상 - <캐롤> 루니 마라

영화 캐롤 조연 루니 마라

이미지 제공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캐롤>의 두 주인공 중 루니 마라는 주연상이 아닌 조연상 후보로 올랐는데요. 출연 비중으로 보면 주연보다 더 많은 조연이어서 논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신 하향지원 효과라고 할까요? 여우조연상은 떼 놓은 당상처럼 보입니다. 유력한 경쟁자는 <스티브 잡스>의 케이트 윈슬렛이지만, 루니 마라가 무난하게 트로피를 가져갈 것입니다.


각본상 - <스파이 브릿지> 코엔 형제, 매트 차먼

영화 스파이 브릿지 각본 코엔 형제

이미지 제공 : (주)성원아이컴


<스파이 브릿지>와 <스포트라이트> 2파전입니다. 물론, 아론 소킨의 <스티브 잡스>가 후보에 있었다면 별다른 고민 없이 수상작으로 점찍었을 텐데요. <스포트라이트>의 각본은 일관적이고 자연스럽지만 임팩트가 약해 <스파이 브릿지>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각색상 - <빅쇼트> 아담 맥케이

영화 빅쇼트 각색 아담 맥케이

이미지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을 각색한 <캐롤>, 엠마 도노휴의 소설을 각색한 <룸>, 마이클 루이스의 논픽션을 각색한 <빅쇼트>의 3파전입니다. <캐롤>의 의미심장한 대사들도 훌륭하고, <룸>의 어린 아이 시점에서 쓴 나레이션도 감동적이지만, 대담하고 야심만만한 <빅쇼트> 각색에 한 표를 던집니다.


촬영상 - <레버넌트> 엠마누엘 루베즈키

영화 레버넌트 촬영 엠마누엘 루베즈키

이미지 제공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만약 루베즈키가 상을 받는다면 3년 연속 오스카 촬영상 수상입니다. 오로지 자연광으로 광활한 자연을 담아낸 <레버넌트>의 화면은 압도적인데요. 매년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 남자, 루베즈키를 당해낼 사람은 당분간 없을 것 같습니다.


음악상 - <헤이트풀8> 엔니오 모리꼬네

영화 헤이트풀8 음악 엔니오 모리꼬네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헤이트풀8>은 그의 음악이 아니었으면 그처럼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없었을 겁니다. 옛 서부극을 연상시키게 하면서도 무척 세련된 음악은 거장다운 완벽한 솜씨였습니다.


가상으로 뽑아본 2016 오스카상, 생각보다 흥미진진한데요. 수상작으로 꼽은 작품과 배우가 과연 실제로 상을 받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인종차별과 같은 뒤숭숭한 논란은 잠시 접어두고, 영화의 세계에 빠져 보세요. 아카데미 시상식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원본 포스팅 바로가기 ▶ http://goo.gl/vNdjUo


소셜프렌즈 양유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