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애플의 스마트카 시장 전략 핵심은 'SW'
스마트카에서 가장 주목해 할 것은 자동차의 '소프트웨어화’입니다. 자동차에서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커지는 한편,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시스템(IVI) 소프트웨어, 편의 제어 소프트웨어,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 등으로 분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구글과 애플은 이런 흐름을 놓치지 않고,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시스템(IVI)에서 시작해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로까지 차랑용 SW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구글 무인 자동차(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스마트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구글! 구글은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를 발표하고 전 세계 완성차업체와 협업을 통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시스템(IVI) 소프트웨어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가 하면, 이미 2009년부터 구글플렉스 연구소에서 ‘구글 카’라는 이름으로 무인 자동차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5월에는 캘리포니아 주 남부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무인자동차의 시제품을 공개했으며, 구글 직원 12명은 ‘구글 쇼퍼(chauffeur)’라는 이름의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자동차를 이용해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애플 역시 차량과 아이폰을 연동한 차량 인포테인먼트(IVI) 소프트웨어인 ‘카플레이(CarPlay)’를 출시하고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협력해왔는데요. 애플이 개발한 ‘카플레이’를 활용하겠다고 발표한 자동차 회사만 스무 곳이 넘죠. 나아가 애플은 운전할 때 눈과 손이 자유로운 '핸즈프리(Hands free)', '아이즈 프리(Eyes Free)'를 슬로건으로 인공지능을 이용한 운전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로 내세운 것이 2011년 아이폰4S 때 선보인 인공지능 비서 소프트웨어 '시리'입니다.
이렇게 구글과 애플이 발 빠르게 스마트카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것은 잠재 가치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인데요. 미국 전략 컨설팅업체인 ‘스트래티지&(Strategy&)’에 따르면 잠재 가치는 2016년 403억 유로에서 2021년 1,226억 유로로, 5년 만에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구글과 애플은 자동차의 소프트웨어화란 기술 트렌드에 맞춰, 자사의 개발 능력을 강점으로 자율주행, 안전, 엔터테인먼트 기술분야를 선점하고 궁극적으로 스마트카 OS 시장을 장악해 신성장 동력원화하겠다는 전략이죠.
구글·애플의 '스마트카 시장' 수익 창출은 현재 미지수
그런데 스마트카 OS 시장의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구글과 애플이 앞으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해 나갈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구글은 무인자동차를 개발, 테스트 중이지만, 직접 제조·판매하겠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 오토'를 통해 구글은 광고수익 극대화를 주력으로, 앱 및 콘텐츠 판매 수수료 수입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을 겁니다.
반면 애플은 직접 자동차를 제조·판매해 수익을 창출할 기세인데요. 작년 2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타이탄(Titan)’이라는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8월에는 애플이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는 무인자동차에 대한 정보가 담긴 문서가 공개돼 화제였죠. 최근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은 ‘포춘 크리스탈 볼 2016(2016 Fortune Crystal ball)’ 보고서를 통해 “2019년 전기자동차를 내놓을 예정인 애플이 이를 앞당기기 위해 테슬라를 인수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사실 애플이 직접 스마트카를 제조·판매한다는 것은 아이폰보다 기술적으로 훨씬 난제입니다. ‘스트래티지&(Strategy&)’에 따르면, 전체 신차 중 스마트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4%에서 2020년 10% 정도로 성장할 전망인데 이 비중으로는 애플이 '애플카'를 팔아 스마트카 OS 시장 장악이 가능할지 의문이죠. 여기에 소문대로 충전 인프라, 비싼 가격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전기차라면, 단기간에 스마트카 OS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긴 쉽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지금 애플은 기존 완성차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카플레이'를 확산시켜야 하는데, 직접 스마트카를 제조·판매한다면 이들의 협력을 얻어내긴 어려울 듯합니다.
삼성과 LG의 스마트카 시장 전략 핵심은?
이 가열된 스마트카 시장에서 LG전자에 이어 삼성전자도 본격 진출한다는 발표를 했는데요. 문제는 이 발표 후 일부 언론이 ‘삼성전자-애플, 스마트카 시장 놓고 제2라운드 격돌’ 등 스마트폰 시장 구조를 그대로 스마트카 시장에 대입해 같은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처럼 오보하는 것입니다. 구글과 애플의 스마트카 시장 전략의 핵심이 SW라면, 삼성과 LG가 추구하는 전략의 핵심은 'HW'도 아닌 '부품'이기 때문입니다. 스마트카 시장 전략이 근본부터 다르죠.
삼성전자나 LG전자의 타겟은 '스마트카용 전장부품' 시장입니다. 스마트카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체 자동차 부품 비용 중 전장부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35%에 서 2020년 50%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한마디로 세계 최고의 자동차용 전장부품 메이커가 되겠다는 것이죠. 이는 최근 발표한 삼성전자의 스마트카 시장 진출 계획에서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카를 개발해 직접 제조·판매에 나서겠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와 LED 램프를, 삼성디스플레이가 차량용 디스플레이(CID, HUD)를, 삼성SDI가 차랑용 배터리를, 그리고 삼성전기가 차량용 MLCC, 카메라 모듈, 통신 모듈, 센서 등을 맡아 스마트카용 전장부품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이죠.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여러 계열사가 수직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스마트카 시장에선 삼성전자도 다른 계열사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부품 제조·판매업체입니다.
LG전자가 전장부품을 공급하며 기술 협업을 펼친,
’제네바 모터쇼’에서 이탈디자인이 공개한 콘셉트카 ‘제아’(이미지 출처 : LG뉴스룸)
이는 먼저 자동차 전장부품 시장에 나선 LG전자도 그러한데요. LG전자가 스마트카 부품, 모터, 냉난방 장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부품 등을,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를, LG디스플레이가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LG이노텍이 차량용 센서, 카메라 모듈, LED등을, LG하우시스가 자동차 시트 원단 등을 맡아 자동차 전장부품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주 수요처는 LG전자가 아닌 완성차 메이커들이 될 텐데요. 실제로 LG전자와 LG화학은 최근 폭스바겐의 인포테인먼트 및 전기차 배터리 분야 협력업체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구글과 애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스마트카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언뜻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접근 방식에선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는데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구글과 애플은 SW에 기반을 둔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HW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전략 역시 달라, 경쟁업체 자체도 다르죠. 만약 애플이 애플카를 생산한다면, 삼성과 LG는 애플카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의 위치에 서게 됩니다. 이때 삼성전자의 경쟁업체는 애플이 아닌 인피니언, 르네시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프리스케일 같은 업체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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