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산업이 발전하면서 우리 생활에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모바일 간편결제로 집에서도 손쉽게 물건을 살 수 있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죠. 그런데 최근 국내에서 새로운 형태의 금융 사업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바로 'P2P 대출'인데요. 생소하게 들리는 이 용어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기존 금융권과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소셜프렌즈 '지후대디' 님이 자세히 알려드립니다!
인터넷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금융사업, 크라우드 펀딩
최근 스타트업 기사에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용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오래전부터 기사 등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으로 초기 창업 자금을 조달했다는 소식을 볼 수 있었는데, 전에는 그 내용을 대강 짐작하며 넘어갔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지인이 P2P 대출을 통해서 가게를 확장 자금을 충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P2P 대출 역시 크라우드 펀딩에서 대출로 확대된 개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의 한 형태인 P2P 대출은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는 있지만, 국내 규모는 크지 않고 저처럼 개인에게는 아직 낯선 개념이기도 해서 블로그를 통해 간단히 소개해 보려 합니다.
크라우드 펀딩과 P2P 대출이란?
먼저 크라우드 펀딩(Crowdfunding/Crowd financing)은 대중, 군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는다는 의미로 자금이 필요한 개인, 단체, 기업이 웹이나 모바일 네트워크를 이용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것을 말합니다. 크게 투자형, 대출형, 후원형, 기부형으로 나누어지며 SNS를 통해 참여하는 경우도 있어 소셜펀딩으로 불릴 때도 있습니다.
P2P 대출은 크라우드 펀딩의 대출형으로 자금에 여유가 있는 개인이 자금이 필요한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통해 이익을 얻는 새로운 금융형태입니다. 일반적으로 금융권보다 이자율은 높은 편이고 대부 업체에 비하면 저렴한 편입니다.
이런 새로운 금융 형태가 등장하게 된 이유는 인터넷의 발전과 소셜 네트워크의 발달 때문입니다. 과거에도 장사를 하는 지인들의 경우 친척 펀딩(?)이나 동네의 유복한 아주머니 등을 통해서 이러한 형태의 개인 간 대출이 많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다만 시대가 변하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인터넷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를 통해서 다수의 안면이 없는 불특정 대중과 개인 간의 대출로 그 영역이 확대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이 제도권 대출을 받을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신용평가 등급입니다. 그런데 이 신용평가 방법 중 대부분이 개인의 금융거래 이력입니다. 자산가라도 직장이 없어 명시적인 소득이 없거나 대출이나 돈을 꾼 금융거래가 없다면 평가 등급이 낮고, 많은 대출을 받아 빚이 많은 사람이라도 연체가 없다면 신용평가 등급이 높을 수 있습니다. 더구나 휴대폰 요금 같은 소액연체를 신경 쓰지 않으면 멀쩡한 직장인이라도 신용등급이 낮아질 수 있죠. 그 외에 여러 가지 사유로 상환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도 대출이 거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나 친척에게 돈을 빌리고 싶어도 여유가 있는 집이 많지 않고, 대부업체는 (최고 제한 이자율이 34.9%이라도) 상당한 고이자를 부담해야 합니다.
은행권 (연 5%~10%) < P2P 대출 (연 7%~15%) < 대부업체 (연 20%~30%)
P2P 대출 역시 최근 저금리 기조로 볼 때 제도권 대출에 비해서는 고이자긴 하지만 제도권 밖의 평균 20%가 넘는 고이자 시장보다는 7~15% 정도로 훨씬 저렴한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개인을 상대로 한 대출 시장에는 깐깐한 제도권 대출과 고이자의 대출 사이의 간극이 존재하고 이를 파고들어 올 가능성이 큰 것이 바로 최근에 등장한 P2P 대출인 것입니다. 이 틈새 대출에 대한 수요가 상당히 존재할 것이라는 점이 제가 P2P 시장의 가능성을 크게 보는 이유입니다.
한편, 국내 크라우드 펀딩은 2007년쯤부터 시작되어 그 규모가 비약적으로 상승해 왔습니다. 물론 미국의 랜딩 클럽과 같이 큰 규모로 성장하지는 못했지만, 최근 ‘8퍼센트’가 유명세를 치르면서 P2P 대출 분야가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들 업체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부분은 기술의 발전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 하는 국내의 규제 정책과 정부의 관치 경제의 흔적들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정부의 금융 규제와 P2P 금융사 ‘8퍼센트’
P2P 금융사인 ‘8퍼센트’는 2015년 2월 잠시 서비스가 중단되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고 대출을 중계했다는 것이며, 현행법상 온라인 대출 중계 및 최소 자본금 규제 등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당시 정부는 핀테크 산업 중 송금, 간편 결제 외에는 외국에서 이미 일반화되고 있었던 대출 중계, 자산관리 등 다양한 시장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습니다.
내막을 살펴보면, ‘8퍼센트’가 사업 론칭을 위해 금융위에 문의하자 이를 인지한 금감위의 서민금융지원센터 요청으로 방통위가 사이트를 바로 폐쇄하고 대부업 등록을 해야 정상 사업이 가능하다고 통보했습니다. 게다가 금감위는 이후 대부업 등록을 해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차단을 해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당시 금감위의 핀테크 상담지원센터는 "핀테크를 준비하는 ICT 기업에게 제도적 지원을 하며 규제 개혁에 이바지하겠다"며 8퍼센트와 문제가 있으면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뜻의 미팅을 예정해 놓았었다는 점입니다.
금감위라는 한 지붕 아래서 어떤 부서에서는 서비스를 폐쇄해 버리고 또 어떤 부서에서는 핀테크를 육성해 보자며 지원을 약속하고 있었으니 8퍼센트 입장에서도 어리둥절할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결국 8퍼센트가 대부업 등록을 하면서 사이트 폐쇄는 해제됐지만, 뒤처진 정부 정책과 규제로 국내에서 새로운 개념의 사업을 시작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대변해 주는 사례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촌극이 ‘8퍼센트’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계기도 된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궁금증에 8퍼센트 사이트를 방문해 보았을 정도였으니까요.
P2P 대출을 처음 접해본 저로서는 여동생 결혼 자금과 개인의 다양한 사유로 대출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신선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규모를 가진 업체의 크라우드 펀딩에 가까운 대출 형태도 있지만, 투자 진행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개인의 대출 사유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습니다. 사회 초년생 시절, 전세 계약금으로 단 1~200만 원이 부족해 이리저리 전화하고 발을 동동거리던 기억도 떠올랐습니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하면서 지금은 제도권 대출이 쉬워졌지만, 이제 막 사회에 걸음을 내디딘 사회 초년생이 대출을 받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이전에 ‘8퍼센트’를 방문했을 때보다 업그레이드된 부분은 투자 판단을 좀 더 쉽게 하도록 8퍼센트 자체의 신용 등급과 나이스 신용 등급이 표기되었고, 대출자의 소득이나 정보도 추가 되었습니다. 각 개인에 대한 사용 목적과 신용에 대한 심사 총론도 지난 3~4월에는 못 보았던 부분입니다.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지만 8퍼센트와 본 블로거는 아무 연관이 없습니다. 8퍼센트의 화면을 캡처해 첨부한 이유는 ‘P2P 대출이 바로 이런 거구나’ 하며 그 성격을 쉽게 이해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저 역시 과거에 이런 화면들을 보고서야 P2P 대출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새롭게 등장한 핀테크 영역 중 크라우드 펀딩과 P2P 대출이라는 새로운 형태는 기존 제도권 대출의 혜택을 입을 수 없었던 사람들과 저금리 시대에 비교적 안전한 수익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금융 수단이 될 것입니다.
이처럼 제도권을 떠난 금융 형태는 개인 간의 투자, 금융거래의 영역을 앞으로 어디까지 확대할 지 궁금하게 만듭니다. 이미 제도권이 된 은행, 주식시장 등도 아마 처음 등장했을 중세와 산업혁명 시대에는 새로운 "핀테크(FinTech)"가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도 해 봅니다.
* 2015년 11월 29일 카카오뱅크와 K뱅크가 인터넷은행으로 예비인가를 받았다는 발표가 났습니다. 더 높은 이자 수익이나, 대부 업체보다 낮은 이자의 대출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P2P 대출에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기존 제도권 은행들이 더 큰 영향을 받을 것 같습니다.
원본 포스팅 바로가기 ▶ http://goo.gl/NicF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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