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은 강줄기를 따라 형성된 도시인 만큼 강변 어디를 가더라도 경관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그중 두물머리는 금강산을 타고 흘러내린 우렁찬 북한강과 태백 검룡소에서 시작한 단아한 남한강이 흘러 흘러 만나는 곳으로 양수리란 지명도 여기서 시작됐죠. 양평은 이 두 강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맛과 멋이 있는 도시인데요. 오늘 저와 함께 찰방찰방 걸어서 몇 곳을 돌아보겠습니다.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촬영지 ‘두물머리’
양평은 서울에서 가깝고 아름다운 자연이 있어 사람들이 늘 붐비는 곳입니다. 날이 맑으면 맑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풍경이 정말 아름다운 곳이죠. 특히, 일교차가 심한 봄과 가을 일출 직전에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환상적입니다.
비 갠 오후에도 아름답긴 매한가지입니다. 그런데 드라마나 광고에 자주 등장했던 모습을 상상하고 찾는다면 의외로 평범한 모습에 실망스러울 수도 있어요. 하지만 벤치에 앉아 조용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만, 액자에 넣으니 더 완벽한 작품이 됩니다. 액자 오른쪽으로 보이는 작은 섬은 홍수가 나면 뱀들이 모여든다는 ‘뱀섬’인데, 새벽에 물안개가 올라올 땐 구름 위의 섬처럼 홀로 신비롭습니다. 그런데 원래 이곳은 강원도 정선과 충북 단양에서 출발해서 물길의 종착지인 서울 뚝섬과 마포나루를 잇는 중간 나루터였어요. 현재는 팔당댐 건설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어로행위 및 선박건조가 금지되어 나루터 기능은 정지됐죠. 수도권에서는 대중교통으로 올 수 있는 곳이니, 주말에 홀가분하게 다녀와 보세요.
・ 주소 :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704-7
・ 전화 : 양평문화관광(대표번호) 031-773-5101
쓰레기장 같던 곳이 예쁜 정원으로 변한 ‘세미원’
두물머리에서 남한강을 가로지르는 배다리를 하나 건너면 세미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은 팔당댐이 생기면서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강변으로 철조망이 둘러쳐지는 바람에 상류에서 떠내려온 부유물들로 쓰레기장이 되다시피 했습니다. 이를 보다 못한 사람들이 쓰레기를 수거하고 수질정화능력이 탁월한 연꽃을 심었는데, 경기도는 각종 규제를 정비하고 이를 지원함으로써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한 세미원을 만들었죠. 위 사진은 세미원 내의 ‘우리내와 징검다리’란 곳입니다.
두물머리에서 세미원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강 위에 떠 있는 다리를 지나가야 합니다. 이 다리는 배를 띄우고 그 위로 다리를 낸 것인데요. 정조대왕이 사도세자 능인 융릉 참배를 위해 지나가야 하는 길목에 정약용의 지혜로 만든 다리를 놓았습니다. 지금도 실제 배 위에 떠 있는 다리라서 ‘배다리’라고 부릅니다. 이곳에는 국보 제180호로 지정된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를 주제로 한 세한정이란 정원도 있고, 백두산에서 가져온 돌과 흙, 그리고 수생식물로 만든 정원도 있습니다.
・ 주소 :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로 93
・ 전화 : 031-775-1834
・ 관람시간 : 09시~17시(하절기는 18시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 입장료 : 성인 4,000원, 어린이/청소년 2,000원
20세기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황순원을 기린 '소나기마을'과 '황순원문학관'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애틋한 두 아이의 사랑 이야기가 담긴 소설 ‘소나기’. 황순원문학관엔 한국의 단편소설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있고, 황순원의 많은 작품들을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서 모두 읽어볼 수는 곳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평생 사용했던 만년필과 시계 같은 소품들과 육필원고 원본도 전시하고 있어요. 문학관 밖 소나기마을에는 몇 개의 산책코스가 있는데, 소설 ‘소나기’를 그대로 재현해 놓았습니다.
・ 전화 : 031-773-2299
・ 입장료 :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 관람시간 : 오전 9시 30분~오후 5시 (3월~10월은 오후 6시까지)
・ 휴관일 :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이면 익일 휴관)
천 년 묵은 동양 최대 은행나무가 있는 ‘용문사’
양평의 용문산은 빼어난 산세와 깊은 골이 있는 명산입니다. 산을 잠시 오르다 보면 산자락에 신라 시대 때 지어진 용문사란 천년고찰을 만나게 됩니다. 대웅전으로 오르는 계단 앞에는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된 수령이 천 년이 훌쩍 넘은 은행나무가 하나 있어요. 동양에선 가장 큰 이 은행나무는 일제강점기 때 의병과의 전쟁, 그 이후 한국전쟁으로 사찰이 두 번이나 전소되었지만 나무만은 끝까지 살아남아 신령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대웅전 오른쪽 관음전에는 보물 제1790호로 지정된 금동관음보살좌상이 앉아 있고, 그 길을 따라 오솔길을 조금 올라가면 보물 제531호로 지정된 정지국사 부도와 비를 만나게 되는데요. 부도는 사리를 안치한 탑을 말합니다. 고려 후기의 승려이자 나옹의 제자인 정지국사의 사리와 조성 당시 찬조자의 명단이 적힌 비석 또한 단아합니다. 보물 구경도 구경이지만, 아무도 없는 오솔길을 혼자 걷는 재미도 느껴보세요.
・ 전화 : 031-377-3797
・ 입장료 : 어른 2,500원, 청소년 1,700원, 어린이 1,000원
・ 주차료 : 1일 3,000원 (용문산 관광단지 內 주차)
영화 <건축학개론> 촬영지인 간이역 ‘구둔역’
첫사랑의 기억이 건축이라는 연결고리로 아름답게 그려졌던 영화 <건축학개론>을 기억하나요? 이 영화 속에서 수지와 이재훈이 철길 위에서 손잡고 걸으며 간이역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양평의 폐역인 구둔역입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김연아와 박성웅이 나왔던 모 통신사 광고에서 “잘생겼다~”를 외치며 등장했던 곳이기도 하죠. 일제 강점기 때 지어진 이 역사는 현재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296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구둔역은 1940년에 문을 연 일반역이었어요. 서울 청량리부터 강릉 태백까지 연결되는 중간역이었죠. 10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했는데, 2012년 청량리-원주간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인해 기존 노선이 변경되어 지금은 폐역이 되었습니다.
・ 전화 : 031-771-2101
마치며…
대한민국 지도를 펼쳐 정중앙에 점을 찍으면 그곳이 바로 양평군입니다. 서울의 1.4배에 달할 정도로 너른 터에는 명산이라 불리는 용문산을 비롯한 여러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고, 그 사이로 남한강과 북한강의 두 물줄기가 휘감고 있어 하늘 아래 절경이란 말이 제일 잘 어울리는 도시입니다. 어느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더라도 스마트폰 카메라를 꺼내게 만드는 아름다운 도시 양평군으로 이번 주말 떠나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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