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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칼럼노트

[정운갑 칼럼] 인적 네트워크, 창조적 발전의 시작

인적 네트워크, 창조적 발전의 시작 정운갑 칼럼


인적 네트워크, 창조적 발전의 시작

- 정운갑 MBN 수석논설위원(앵커)


  “폐쇄된 사고로는 세계화의 물결에 고립될 수밖에 없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20일 세계지식포럼에서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개방적 사고’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Connectivity'(연결)', 즉 국가, 사회, 개인, 등 긴밀한 연결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새로운 상황에 발맞춰 긴밀한 관계 속에 변화를 이끌어가는 게 모두에게 요구된다는 것이다.

  자주색 넥타이를 가늘게 매고 연단에 오른 블레어 전 총리는 시종일관 여유 있는 자세로 힘 있게 청중을 향해 열변을 토했다. 2005년 미국 연수 시절, TV 생중계를 통해 영국 의회에서 많은 의원들과 토론에 나섰던 그의 거침없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었다.


정운갑 칼럼_세계화 물결 속 개방적 사고의 필요성


  블레어 전 총리는 흥미로운 얘기를 이어갔다. “세계화 물결 속에 국가 간 갈등구조는 불가피하다.” 실제로 G2 즉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 주변국들은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당장 지난 16일(미 현지시각)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분쟁 등에서 우리 측에 입장을 분명히 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이 같은 국가 간 갈등을 풀어가는 방법 중 하나로 외교적 해법 외에 개인 간 친밀한 교류,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각 국가 구성원 간의 인적 네트워크를 강조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정운갑 칼럼_무엇을 아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아느냐


  워싱턴 정가에는 “무엇을 아느냐가 아니라 누구를 아느냐 즉, Not what you know but who you know"란 말이 회자된다. 그만큼 인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기자 생활을 하면서 뉴스와 시사프로그램 진행 앵커를 20년 가까이 해왔다. 그중 이름을 내건 시사 대담 프로그램 ‘정운갑의 집중분석’을 13년여간 진행했다. 숱한 사람을 취재했다. 국내 정관재계 내로라하는 인물 2천여 명을 인터뷰했다. 나아가 인물에 대해 탐구하는 것을 좋아해 틈만 나면 남녀노소 정관재계 등 가리지 않고 마주 앉아 각 분야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려 노력했다. 그로 인해 다방면에 걸쳐 인적 네트워크를 갖게 됐다. 한번 만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식사 등을 통해 긴밀히 교류해 오고 있다. 또 각 분야 사람들과의 분야별 모임도 종종 한다. 그러다 보면 그 안에서 새로운 창조, 놀라운 일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목격한다. 어느 정점에 있는 사람들은 새로운 단 한 번의 만남, 대화 몇 마디에서 사업 아이템을 찾고 난관을 극복해 나간다. 개개인의 능력이 급속도로 변모하는 것도 느낀다. 인적 관계, 네트워크를 통한 시너지는 상황에 따라 상상을 초월한다. ‘1+1=2’ 차원이 아니라 아예 질적인 변화를 몰고 오는 ‘핵폭발’이다. 제품의 생산 제조뿐 아니라 인적 네트워크 속에서 부가가치가 창출된다는 점을 주목해 온 배경이다.


정운갑 칼럼_네트워크의 시너지


  얼마 전 일본 홋카이도 쿠시로에서 수산업을 하는 노(老) 기업가를 만난 적이 있다. 80이 넘은 이와야마 사장은 아직도 현장을 지키면서 각 나라로 수출을 진두지휘한다. 배를 타던 선장이었던 그는 45살이 되었을 때 육체적 한계를 느끼고 사업을 시작했다. 해삼 연어 등 해산물을 가공해서 판매했다. 원양 어업을 했던 그는 멕시코 주변 해안을 주목했고 중남미 여러 국가의 인사들과 친분을 쌓았다. 스스로 "카리브해 제왕"이라고 할 만큼 그쪽 바다에서 영향력은 상당해 보였다.

  “한국 사람들은 바다에서 잘 보이지 않아요. 카리브해는 자신의 깃발을 달고 가면 어업에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는데,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도와 드릴게요”

  블레어 전 총리가 말했듯이 국가 간 연결, 그 안에서 민간인들 간의 활발한 교류의 필요성을 방증해 주는 대목이다. 이와야마 사장은 원양 어업을 하면서 다른 국가 사람들과 인맥을 쌓았고 이를 토대로 사업을 성공시켰다. 그 결과 지금도 카리브 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인적 네트워크는 한 국가 안에서 머물 게 아니라 다른 나라 국민과 아래로부터 긴밀히 다져나갈 때 민간 분야에서 더 많은 창조적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정운갑 칼럼_청년실업도 국제적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


  청년실업이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노력과는 별개로 젊은이에게 국가 민족 간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과 교육도 중요하다. 국내 근무하는 해외 주재원, 국내에 유학 온 수많은 외국 학생 등과 깊은 교류를 할 필요가 있다. 해외 경험을 갖는 이들은 새로운 배움 못지않게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결국, 모든 일은 사람 안에서 이뤄지는 것 아닌가? 블레어 전 총리가 강조한 'Connectivity'(연결), 이를 국제적 인간관계 속에서 본다면 더 큰 시야가 열릴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학습, 미래 산업 등의 배움을 넘어 그 나라 구성원에 대한 탐구와 이해, 이를 통한 인적 네트워크 구축은 도약을 위한 새롭고 담대한 또 하나의 도전이라고 여긴다.


정운갑 MBN 수석논설위원(부국장-앵커)

* 본 칼럼은 외부 필진의 기고로, 전경련의 공식입장과 상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