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기
지난 8월말 일본의 새 총리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54)가 등장하면서 앞으로 일본호는 어디로 가느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일단 총리 선출 직전까지 재무상을 역임했 기 때문에 경제정책에 관한 한 큰 흔들림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그 가 우파적 성향인 마쓰시타 정경숙 출신이고 과거에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합사된 A급 전범에 대해“전범이라 볼 수 없다”고 한 발언 때문에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또한 무엇보다 2009년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 이후에도 단명 총리가 줄을 잇고 있다. 이러다 또 1년 정도 지나면 총리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에 양국의 외교 당국자들도 속을 터놓고 이야기하 기 힘든 분위기다.
+ 후나바시 요이치 아사히신문 전 주필에게 듣는‘노다호’의 과제
가장 가까운 나라 일본이 과연 주변국의 우려와는 달리 온건한 외교노선을 취할 것인지, 현재 오랜 기간 답보상태인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면서 동북아의 새로운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 나설 것인지 일본 내 굴지의 칼럼니스트인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68) 아사히(朝日)신문 전 주필 에게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 일본의 최대 권위지인 아사히신문의 베이징·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국제문제 전문가다. 워싱턴 지국장 시절‘제2의 일본대사’로 불릴 정도로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그가 귀임하기 한 달 전부터 그의 송별 모임으로 워싱턴 외교가가 들썩거렸다는 일화도 있을 정도다. 지난해 말 정년 으로 주필 자리에서 물러난 그는 최근 싱크탱크‘일본재건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키는 한편, 게 이오대학 특임교수로 강의도 시작했다. 특히 그의 분석과 전망이 예리한 것은 단지 정치적인 사 안 하나에만 초점을 두고 보는 게 아니라 원래 그의 전공이기도 한‘경제’를 가미한 종합적 분석 과 더불어 늘 현장을 샅샅이 살펴보는 습관 때문이다. 일본의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이나 관료들 도 그를 만나기 위해선 줄을 서 기다려야 한다는 다소 과장된 이야기까지 나오는 이유다. 그가 바라보는‘노다호’의 앞날을 일문일답 형태로 소개해 본다.
세계 최대의 채권펀드를 운용하는 핌코의 엘 에리언 공동 CEO는 비슷한 시기에“유럽은 재정위기 확산을 적절히 제어 하지 못했다”며 유로존과 G20 국가들이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공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도 유엔 총회기간 동안 만난 유럽 정상들에게 더욱 단호하고 결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Q. 일본에서 또 총리가 바뀌었다. 5년 만에 벌써 6명째가 됐다. 일본 정치, 무엇이 문제인가.
A. 일본의 문제로 제로성장, 디플레이션, 재정악화가 꼽히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결국 은행들이 기업에 돈을 안 빌려주게 되고 세수악화 로 재정이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일본에선 이런 상황이 사실상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러니 어떤 총리가 나와도 인기 가 없다. 결국 재정이 없으니까 증세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총리가 이런 인기없는 정책을 시도하자 지지율이 떨어지고, 국민 불만이 지속돼 총리가 계속 바뀌는 이상한 상황이 된 것이다. Q. 그렇다면 좀 강한 리더가 나와야 되는 것 아닌가.
A. 흔히 강력한 파워를 지닌 리더가 나와야 현 난국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쉽게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만도 않다. 현재 중요한 건 합 의를 이루는 지도자다. 현재 일본은 파워만 갖고 밀어부친다고 해서 되는 정국도 아니고 경제도 아니다. Q. 그래도 어떤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텐데….
A. 역시 노다 총리처럼 인기없는 정책도 처음부터 똑바로 말해야 한다. 예컨대 노다는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려면 물론 강한 리더십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에 더욱 필요한 것은 합의, 즉 컨센서스(Consensus)를 중시하는 리더십이다. 지금까지는 타협을 통한 문제해결 노력이 부족했다. 노다는 그런 리더십을 발휘해 어떻게든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동안 민주당의 총리는 세금도 올 리지 않고 재정을 건전하게 만들겠다고 주장했지만 그렇게 될 리가 없었다. 이제 일본 국민들도 충분히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 한 마디 로 현재 일본에는 미라클(Miracle, 기적)은 없다. Q. 그런 배경에서‘탈(脫) 오자와(小澤)’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노다 총리는 오자와 파벌도 과감하게 기용하고 있다. 어떤 의미인가.
A. 총리로서 힘을 발휘하려면 당은 물론 정부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정당 정치이므로 당을 통제하지 못하면 정부 정책도 되는 게 없다. 지금 민주당은 참의원에서 과반수가 안 되는 의석을 갖고 있다. 누군가와 연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게 바로 민주당 참의원들의 맏형 격인 고시이시 아즈마(輿石東·75) 의원을 민주당 간사장으로 발탁한 배경이다. 정치력 발휘를 위해서는 주요 보직에 다양한 파벌을 끌어 넣어야 했다. Q. 노다는 동일본대지진 후유증, 원자력 오염사고와 같은 미증유의 사태를 극복할 능력이 있는가.
A.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노다는 과거 10년 간 보지 못했던 리얼리즘(Realism, 현실주의)의 정치인이다. 그간 일본 정치는 고이즈 미 이치로와아베 신조 총리 시절을 거치면서 꿈을 좇았다. 하지만 한 번도 그 꿈이 실현된 적은 없다. 지금 노다가 반드시 해야 하는 것 은 에너지 안정, 재정 안정화, 그리고 동북아시아 안정이란 세 가지 과제다. 그 과정에서 한국과의 관계를 누구 못지않게 중시할 것으로 본다. Q. 하지만 그는“야스쿠니 신사에는 A급 전범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우려가 크다.
A. 노다는 총리 취임 후 국회에 나와“내각이 공식적으로 참배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게 바로 정치 리얼리즘이고 역사인식이기 도 하다. 한국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사상적으로는 다소 우파쪽이라도 실제 총리로서 행동을 그렇게 할 사람이 아니다. Q. 노다는 미·일동맹이 일본 안보의 근본이라고 했다. 미·일관계는 좋아지는가.
A. 간단하지 않다. 미국이 충분히 신뢰하고 의존할 수 있는 존재로서 일본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총리가 자주 바뀌니까 누구와 얘기해 야 할지 당혹스러워 한다. 미국은 국채등급 강등 이후 재정감축이 불가피해졌다. 미·일관계 안정을 위해서는 한·일, 한·미 간 결속도 중 요해졌다. Q. 중국과의 문제, 특히 센카쿠(尖閣,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도 꼬여 있는데….
A. 중국의 해양진출 문제도 있고 후진타오(胡錦濤) 이후 정권의 정책도 너무 불투명하다. 중국의 도전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Q.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주창했는데, 노다는 어떤가.
A. 하토야마의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의 최대 문제는 미국을 빼고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노다는 미국의 달러가 폭락했을 때 어떻 게 될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더 폭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당장 한국·일본·중국 등 동북아시아가 먼저 큰 피해를 입고 러시아와 대만에까지 그 여파가 미칠 것이다. 만약 이렇게 되면 이들 국가가 큰 협력을 해야 한다. Q. 일본의 동북아 역할은 강화될 것인가.
A. 노다의 우선순위는 외교가 아니라 내정이다. 그러나 야스쿠니처럼 사안별로 결정할 것이다. Q. 외상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47)는 (외교 경험이 없는)‘ 뉴 페이스’인데 괜찮을까.
A. 그는 정책에 강하고 감각도 좋다. 경험이 없어 걱정되지만 외무관료들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잘 대응해 나갈 것으로 본다. Q. 북한 문제는 획기적 돌파구가 있을까.
A. 북한의 핵개발 문제가 대북정책의 큰 테마가 됐다. 그래서 북·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가 나오질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까지의 민주 당 총리와는 다소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이다. 김현기 (luckyman@joongang.co.kr)
* 출처 : 월간전경련
A. 일본의 문제로 제로성장, 디플레이션, 재정악화가 꼽히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결국 은행들이 기업에 돈을 안 빌려주게 되고 세수악화 로 재정이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일본에선 이런 상황이 사실상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러니 어떤 총리가 나와도 인기 가 없다. 결국 재정이 없으니까 증세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총리가 이런 인기없는 정책을 시도하자 지지율이 떨어지고, 국민 불만이 지속돼 총리가 계속 바뀌는 이상한 상황이 된 것이다.
A. 흔히 강력한 파워를 지닌 리더가 나와야 현 난국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쉽게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만도 않다. 현재 중요한 건 합 의를 이루는 지도자다. 현재 일본은 파워만 갖고 밀어부친다고 해서 되는 정국도 아니고 경제도 아니다.
A. 역시 노다 총리처럼 인기없는 정책도 처음부터 똑바로 말해야 한다. 예컨대 노다는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려면 물론 강한 리더십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에 더욱 필요한 것은 합의, 즉 컨센서스(Consensus)를 중시하는 리더십이다. 지금까지는 타협을 통한 문제해결 노력이 부족했다. 노다는 그런 리더십을 발휘해 어떻게든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동안 민주당의 총리는 세금도 올 리지 않고 재정을 건전하게 만들겠다고 주장했지만 그렇게 될 리가 없었다. 이제 일본 국민들도 충분히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 한 마디 로 현재 일본에는 미라클(Miracle, 기적)은 없다.
A. 총리로서 힘을 발휘하려면 당은 물론 정부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정당 정치이므로 당을 통제하지 못하면 정부 정책도 되는 게 없다. 지금 민주당은 참의원에서 과반수가 안 되는 의석을 갖고 있다. 누군가와 연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게 바로 민주당 참의원들의 맏형 격인 고시이시 아즈마(輿石東·75) 의원을 민주당 간사장으로 발탁한 배경이다. 정치력 발휘를 위해서는 주요 보직에 다양한 파벌을 끌어 넣어야 했다.
A.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노다는 과거 10년 간 보지 못했던 리얼리즘(Realism, 현실주의)의 정치인이다. 그간 일본 정치는 고이즈 미 이치로와아베 신조 총리 시절을 거치면서 꿈을 좇았다. 하지만 한 번도 그 꿈이 실현된 적은 없다. 지금 노다가 반드시 해야 하는 것 은 에너지 안정, 재정 안정화, 그리고 동북아시아 안정이란 세 가지 과제다. 그 과정에서 한국과의 관계를 누구 못지않게 중시할 것으로 본다.
A. 노다는 총리 취임 후 국회에 나와“내각이 공식적으로 참배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게 바로 정치 리얼리즘이고 역사인식이기 도 하다. 한국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사상적으로는 다소 우파쪽이라도 실제 총리로서 행동을 그렇게 할 사람이 아니다.
A. 간단하지 않다. 미국이 충분히 신뢰하고 의존할 수 있는 존재로서 일본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총리가 자주 바뀌니까 누구와 얘기해 야 할지 당혹스러워 한다. 미국은 국채등급 강등 이후 재정감축이 불가피해졌다. 미·일관계 안정을 위해서는 한·일, 한·미 간 결속도 중 요해졌다.
A. 중국의 해양진출 문제도 있고 후진타오(胡錦濤) 이후 정권의 정책도 너무 불투명하다. 중국의 도전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A. 하토야마의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의 최대 문제는 미국을 빼고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노다는 미국의 달러가 폭락했을 때 어떻 게 될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더 폭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당장 한국·일본·중국 등 동북아시아가 먼저 큰 피해를 입고 러시아와 대만에까지 그 여파가 미칠 것이다. 만약 이렇게 되면 이들 국가가 큰 협력을 해야 한다.
A. 노다의 우선순위는 외교가 아니라 내정이다. 그러나 야스쿠니처럼 사안별로 결정할 것이다.
A. 그는 정책에 강하고 감각도 좋다. 경험이 없어 걱정되지만 외무관료들의 역할이 강화되면서 잘 대응해 나갈 것으로 본다.
A. 북한의 핵개발 문제가 대북정책의 큰 테마가 됐다. 그래서 북·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가 나오질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까지의 민주 당 총리와는 다소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이다.
* 출처 : 월간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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