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유재산권이 부자뿐 아니라 가난한 사람에게도 중요한 이유 -
사과 상자를 열면 대개 크기가 비슷한 사과들이 그림에서와 같이 엉덩이처럼 홈이 패인 마분지 틀 속에 가지런히 앉아 있다. 사과들은 그 틀 덕분에 운송도중 흔들리더라도 서로 부딪혀 상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과일이나 채소는 상하기 쉬워서 특별히 관리해야 한다. 혹시 성한 것 속에 상한 것이 들어가면 성한 것마저 빨리 상하기 때문이다. 이는 농부들에게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상식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실행되던 구소련의 농장을 방문했던 미국의 농부들은 그곳에서 이런 상식에 벗어나는 일이 버젓이 자행되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농장에서는 상한 과일이나 채소를 골라내지 않고, 성한 과일 속에 그대로 포장하였기 때문이다. [토머스 소웰(서은경 역), 『시티즌 경제학』 물푸레, 2002, pp. 306~312)
사과 주인이 있느냐 없느냐
왜 이런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왜 구소련의 농장에서는 이런 상식에 벗어난 일이 벌어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사과 고정 틀까지 만드는 것일까? 이는 우리나라에는 사과의 주인이 있는데 비해 구소련 계획경제 아래에서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과에 주인이 없다보니,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과를 생산하려는 동기를 지닌 사람도 없고, 또 생산된 사과를 소비자들에게 가장 가치가 있도록 관리해서 더 많은 돈을 벌고자 하는 동기를 지닌 사람도 없었기에 이런 일이 빚어진 것이다.
물론 사회주의 계획경제 아래에서도 농장관리인이 있다. 그러나 그는 농장의 주인이 아니다. 그에게는 사과 몇 상자를 생산하라는 중앙계획당국으로부터 할당된 목표량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할 뿐, 소비자들이 그 사과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맛이 있다고 여기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성한 것만 엄선해 포장한다고 해서 자신의 이윤이 높아지지 않으며, 또 상한 것을 같이 포장하는 잘못을 저지더라도 자신의 손실로 귀결되지 않는다. 까다로운 품질검사로 동료 농장노동자들을 괴롭히고 싶지도 않고, 문책을 당하지 않기 위해 주어진 목표량을 반드시 달성하는 것만이 중요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한 사과가 성한 사과와 함께 포장되는 것은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실패했는데, 시장경제체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다른 사람들이, 즉 여기에서는 사과 소비자들이 더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을 그 품질이 더 좋으면서 값은 싸게 공급할수록, 그 자신도 성공할 수 있게끔 유인 구조가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마디로 시장경제란 남들에게 잘 봉사할수록 자신도 성공할 수 있도록 해 놓았기에 천사와 같은 이타심을 가지지 않은 보통사람들도 자신의 성공을 위해 남의 필요를 잘 만족시키려고 노력한다. 집단농장에서처럼 과수원과 사과가 집단의 소유일 때에는 그런 유인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과, 그리고 사과를 생산하는 과수원에 그 소유주를 확정하는 사유재산권이 존재하여야 그 주인은 이를 남으로부터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방식으로 이용하고자 노력한다. 남을 잘 돕는 것이 스스로를 돕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례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모두의 것인 공유 목초지에서 목축업자들이 자신의 소들에게 먼저 더 많은 목초를 먹이려고 경쟁하는 바람에 목초지가 금방 풀이 자라지 않는 황무지로 변하는 사태(공유지의 비극)나 누구의 것도 아닌 공유자원인 바다에서 남획이 벌어져 물고기들이 씨가 말라 어장이 황폐화되는 사태도 사유재산권이 형성되지 못해 자원이 낭비되는 고전적 사례들이다. 아이슬란드에서처럼 거래가 가능한 일정량의 특정 어종의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어획권을 창출해서 이를 어부들에게 배정하자, 어업은 일약 부를 창출하는 업종으로 변모했고 겨우 생존하기에 급급했던 어촌에서 백만장자가 등장하기도 하였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사례로는 공중화장실이 별로 깨끗하게 관리되지 않는데 비해, 사유재산인 쇼핑몰의 화장실은 잘 청소되어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깨끗하게 유지하지 않으면 손님들이 그 쇼핑몰을 기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갈브레이스 같은 경제학자도 공공시설이 잘 관리되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는 되도록 공공부문을 사유화함으로써 사람들의 유인 구조를 바꾸자고 제안하지 않고 오히려 세금을 더 많이 거두어 공유성격의 공공시설에 더 투입하자고 주장하였다. (『풍요한 사회』 (노택선 역, 한국경제신문사 2006)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사유재산권은 부자들을 위해 그들의 물질적 토대를 합리화하기 위한 상부구조가 아니다. 부자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사람들로 하여금 여러 용도로 쓰일 수 있는 희소한 자원을 가장 가치 있는 용도로 쓰고자 노력하게 만드는데 사유재산권 제도는 필수적이다. 경제적 번영은 이렇게 끊임없이 자원들을 가장 가치 있는 용도로 사용한 결과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유재산권 제도가 있어야 부를 쌓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적 궁핍으로 인해 가장 고통 받는 계층이 가난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로부터도 침해받지 않도록 사유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유리한 제도이다. 사유재산권은 부자들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김이석 / 자유기업원 객원연구위원
* 출처 : 자유기업원
* 출처 : 자유기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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