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육사례연구 8> 전가의 보도, 정부기능 어떻게 써야 하나

제주올레 3코스 시작점, 온평포구에는 약 5미터 높이로 첨성대 모양의 도대불이 서있다. 도대(道臺)불이란 소규모 등대로서 '길을 밝히는 불’이란 뜻이다. 도대불은 해 질 무렵 뱃일 나가는 보재기(어부)들이 불을 켰고 아침에 배가 들어오면 껐다고 한다. 1970년대 어촌마을에 전기가 들어오며 이 도대불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지만, 당시에는 상어기름, 고기기름, 송진 등 다양한 연료를 사용하며 그 형태와 점등기구도 다양했다고 한다.

 

 

 

 

도대불이 그 마을 어부들이 축조하여 점등 담당자를 두고 운영한 소규모 민간 등대를 말한다면, 등대(燈臺)는 국가(또는 정부)가 축조 운영하는 대규모 콘크리트 등대를 말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는 1903년 인천 팔미도에 설치되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도대불이란 등대는 그 훨씬 이전부터 제주도에서 존재했던 것이다. 제주도에서 도대불의 시설이나 터가 남아 있는 곳은 현재까지 확인된 곳이 17군데라고 한다.

공공재라 하여 정부개입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도대불이란 공공재가 가장 최근까지도 민간에 의해 자발적으로 축조 운영되었다는 사실은 정부개입을 전가의 보도처럼 생각한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도대불은 사용료(도대불의 축조 운영에 제공하는 노력)를 지급하지 않은 어부들이 불을 보지 못하도록 배제하지 않고, 또 많은 어부들이 동시에 똑같은 불을 보지 못하도록 경합적이지도 않다. 경제학에서 이러한 배제불가능성(non-excludability)과 비경합성(non-rivalry)을 갖는 재화를 공공재(public good)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은 공공재에 대한 정부개입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제주도의 도대불은 정부개입 없이 주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생산 제공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공공성이 있는 재화와 서비스를 정부가 개입하여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개입이란 사회적 요구들을 해결하기 위해 강제력을 동원하는 것을 말하는데, 왜 우리는 이러한 요구들을 자발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가! 제주도의 도대불처럼 우리가 문제를 자발적으로 해결한다면 길을 밝히는데 사용된 연료를 알뜰하게 사용할 것이고 또 그 불빛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도 가질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등대를 운영하는 순간, 우리는 더 밝고 더 빛나는 불빛만을 원할 뿐 얼마만큼의 연료가 사용되는지 관심을 갖지 않고 또 그 불빛을 보편적 서비스로 간주하며 어느 누구에게도 감사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정부가 등대를 축조하기 위해 강제적으로 세금을 거둔다면 사람들은 세금을 피하러 어촌을 떠나거나 거짓말도 할 것이다. 또 등대 축조를 발주하는 과정에서는 부정과 부패가 만연하게 될 것이다.
 

정부개입을 줄이는 꾸준한 노력만이 개인을 자유롭게 한다.

그런데 도대불은 소규모 마을 단위로 축조 운영되었지만, 대규모 등대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얻고자 한다면 국가가 건설 운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등대를 통해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그 비용을 자발적으로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정부가 강제적으로 세금을 거두는 것보다 더 나을 것이다. 또 획일적인 건설사업처럼 등대공사를 발주하는 것보다 그 수혜자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등대를 축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물론 대규모 등대의 재원을 자발적 기여금으로 조성하는 것은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노력들을 쉽게 포기하고 강제력에 의존한다면 장차 더 많은 문제가 유발될 것이다. 사회적 요구를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가장 먼저 자발적 해결책을 생각하고, 또 기존에 정부개입으로 해결하였던 요구들도 자발적 해결책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들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사회 전반에 자율적인 시장기능을 확대하는 것인데, 결국은 개인들을 보다 자유롭고 보다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옥동석 /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

* 출처 : 자유기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