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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자유광장은 지금!

<경제교육사례연구 4> 유재석과 변양규의 임금차이는 당연한 것!

요즘 매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우리 가족은 '런닝맨’을 시청한다. 국민 MC 유재석씨가 진행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얼마 전 신문 기사를 보니 국민 MC 유재석씨의 몸값이 엄청난 수준이라고 한다. 계약금을 제외하고 회당 900만 원이라는 신문 기사가 있는 걸 보면 메이저리그 선수가 부럽지 않은 엄청난 수준의 몸값이다.
 
이런 기사를 접하고 나는 가끔 생각해본다. 유재석씨는 회당 900만 원의 몸값을 자랑하는데 박사학위까지 있는 나는 왜 중견개그맨 수준의 급여만 받을까? 외모 때문일까? 나는 친구나 동료들로부터 유재석씨를 닮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따라서 외모 때문에 유재석씨에 비해 현저히 낮은 급여를 받는다는 것은 설명력이 부족하다. 말솜씨가 없어서일까? 나도 유머러스한 얘기도 잘 하고 강의에 있어서는 유재석씨보다 한 단계 높다고 자부한다. 따라서 말솜씨 때문도 아닌 것 같다. 그럼 왜 이처럼 버는 돈에 차이가 클까?
임금 차이는 결국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
시장경제 원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유재석씨와 나의 몸값이 이렇게 크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바로 두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차이나기 때문이다. 유재석씨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원한다. 게다가 그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대체할 만한 연예인은 거의 없다. 따라서 유재석씨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상당한 수준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경제학 박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어떠한가? 모든 국민이 경제학 강의를 원한다고 믿고 싶지만 그렇지 않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매년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는 한국 사람만 100여 명에 가깝다. 그 중 분명히 최소한 5명에서 10명은 나와 유사한 거시·노동경제학을 전공했을 것이고,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거나 미국이 아닌 유럽, 중국 등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매년 나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학 박사가 10명 이상씩 누적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작을 수밖에 없다.
동기부여의 기능을 하는 '차이’는 '차별’과는 다르다.
이 같은 수요의 차이로 인해 나와 유재석씨의 몸값은 차이가 난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두고 경제학자들이 노동시장에서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만약 내가 '런닝맨’의 MC를 맡게 된다면 유재석씨만큼 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심지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내가 유재석씨만큼 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비록 같은 일을 하더라도 임금은 다를 수 있다. 심지어 동일한 생산성을 가진 근로자가 동일한 작업을 수행하더라도 노동조합 가입 여부, 근로자에 대한 기업의 신뢰도 차이, 장기근속 가능성의 차이 등 다양한 비금전적(non-pecuniary) 요인에 의해 근로자의 노동에 대한 수요는 차이를 보이고, 그 결과로 임금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 합리적인 차이로서 불합리한 차이를 강제하는 차별과는 다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수요와 공급에 기초하는 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한 단순한 구호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끌어 올려 보다 높은 임금을 받으려는 지극히 당연한 노력을 무시하고 자기개발의 동기를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변양규 /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실장

* 출처 : 자유기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