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스토리/자유광장은 지금!

<경제교육사례연구 3> 나이트클럽의 물관리에 나타난 시장의 자정능력

강남의 잘나가는 나이트클럽에 가본 적 있는가? 문 앞까지 갔을지언정 들어갈까 말까 망설였던 기억이 있는가? 나이트클럽 문 앞에는 대개 험상궂은 인상의 경비원들이 버티고 서 있다. 그들은 흔히 말하는 '물 관리'를 한다. 남자는 젊고 잘 생기고 돈 좀 있어 보이는 사람만, 여자는 소위 'S라인 미녀'만 골라서 입장시키는 것이다.
 
나이트클럽 입장 통제는 어쩌면 소비자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반도덕적 상행위로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나이트클럽의 물 관리에 대해 분개하며 소비자 주권을 운운하는 일은 흔치 않다. 오히려 이러한 통제를 무릅쓰고 나이트클럽에 들어가길 원하는 소비자가 다수이다.
'물 관리’는 시장실패를 막기 위한 시장의 대응
나이트클럽의 물 관리는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시장 실패에 대한 해결책으로 등장했다. 물 관리를 하지 않을 경우 나이트클럽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물 관리를 하지 않는 나이트클럽의 매력은 상당히 떨어질 것이고, 따라서 시장에서의 규모도 상당히 위축될 것이다.
 
남자든 여자든 폭탄이든 킹카든 모두들 나이트클럽에서 보다 멋진 파트너를 만나고 싶어 한다. 이는 굉장히 중요한 사실이다. 나이트클럽이 물 관리를 하지 않아서 소위 '폭탄’들을 다 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킹카들은 폭탄들이 다니는 나이트클럽을 떠나게 되고 나이트클럽은 점점 폭탄들만 늘어간다. 이런 나이트클럽은 결국 킹카들의 외면을 받을 뿐만 아니라 비슷한 폭탄들의 외면도 받는다. 보다 멋진 파트너를 만나고 싶어 하는 모든 나이트클럽의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게 되는 것이다. 이는 시장의 실종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면 결국 나이트클럽 시장은 사라진다.
 
이런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해로운 선택(Adverse Selection)'이라고 부fms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대표적 사례다. 이런 일은 보험에서도 자주 나타난다. 사고율이 낮은 우수 고객은 보험에서 탈퇴하고 사고율이 높은 피보험자들만 남게 된다면 보험회사는 결국 문을 닫게 된다.
 
그런데 나이트클럽의 물 관리는 장사꾼들이 시장의 실패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나이트클럽 주인은 철저한 '물 관리'를 통해 소비자들의 해로운 선택을 피해 간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격을 가진 사람만 입장시킴으로써 모든 입장객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파트너를 만날 수 있게 보장해준다. 제공되는 서비스 질이 높아진 만큼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물 관리는 계속된다.
 
시장의 실패를 치유한다는 것은 더 좋은 제품이나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시장의 실패를 치유하기 위한 자발적인 노력들이 끊임없이 나타나게 된다.
사회 곳곳에서 발견되는 시장의 자발적 '물 관리’
소비자들이 보다 잘난 사람과 같이 지내고 싶어 하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이러한 물 관리 방식이 나타난다. 좋은 골프클럽들은 오래 전부터 회원을 받을 때 자격을 심사해왔다. 단순히 재산이 많은 것으로는 안 되고, 품위도 있어야 자격을 준다는 곳까지 있다. 또 다른 예로 흔히들 공원이나 산책로 같은 것은 시장이 공급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파트단지의 규모를 키움으로써 아파트 시장은 입주민들에게 공원이나 산책로를 공급해주기도 한다.
 
시장은 자신의 결함을 스스로 치유하는 자정능력을 보여줄 때가 많다. 자발적 물 관리를 통해 시장은 더 좋은 품질의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고 그에 따라 더 높은 가격을 형성할 수 있다. 가격과 품질의 선순환 구조가 달성될 때 시장은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
 
김정호 / 자유기업원 원장

* 출처 : 자유기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