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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칼럼노트

남북 대통로의 길목, 기업인은 어디에 서있는가?

남북 대통로의 길목, 기업인은 어디에 서있는가?

정운갑 MBN 수석논설위원(앵커)

 

남북이 15일 판문점에서 장성급 군사회담을 전격 개최했다. 남북 군사회담은 2011년 2월 실무회담 개최 이후 3년 8개월 만의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 13일 취임 후 처음 5.24조치 해제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통일준비위원회 2차 회의를 주재하면서 “고위급 접촉을 남북 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지금 핫 이슈인 5.24 문제 등도 남북한 당국이 만나서 책임 있는 자세로 진성성 있는 대화를 나누어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처럼 대북 당근책을 제시한 것이다. 집권 2년차 후반기를 맞아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성과를 내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김정은, 남북 관계, 통일, 5.24문제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지난 4일,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황병서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당 비서,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 핵심 3인방의 남한 방문 직후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이들 북한 권력 실세 3인은 남한의 파격 방문 때 “오솔길 냈으니 이젠 대통로 열어가자”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떠났다. 15일 남북 장성급 만남은 박 대통령의 5.24 조치 해제 가능성 언급 이후 2일, 핵심 3인방의 남한 방문 이후 11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남북관계는 갈등과 긴장, 대화와 타협이 교차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긴장과 갈등 국면이 부각됐지만 남북 당국자간 움직임 등 일련의 흐름을 보면, 커다란 통일의 소용돌이로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에 정통한 정부의 한 핵심 인사는 “내년 초까지 남북한 간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14일 세계지식포럼 기조연설에서 “통일은 어느 순간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급격히 일어날 것이다. 한국 입장에서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유의 카리스마로 좌중을 압도한 그는 남북 통일은 머지않아 맞이할 당연한 일로, 그 전제하에 대한민국은 모든 것을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인상적이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출처:MBN)

 

남북통일은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한반도의 르네상스, 대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과연 기업들은 ‘생각하지 못한 순간에 다가올 통일’에 대해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가?

 

 

현재 대한민국 경제는 국내외 높은 파고에 직면해 있다. 유럽의 경제 위기와 ‘수퍼 달러’로 외국인 주식자금이 이탈,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엔화약세 추세가 지속돼 수출에 비상이 걸렸고 위안화마저 약세여서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가 우려되는 등 이른바 3중 환율고로 고통받고 있다. 여기에 지난 7일 발표한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43% 하락한 4조 1000억 원, 매출은 10.3% 감소한 47조 원으로 나타났다. 소비심리도 극도로 위축돼 자칫 일본식 디플레 늪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나아가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경제의 하락이 예상보다 더 심각하고 신흥국에 직격탄을 날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7%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국제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큰 도전에 직면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한 예로 삼성이 무시했던 중국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가 지난 2분기 중국시장에서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스마트폰을 팔아치웠다. 급변하는 경쟁 속에 세계 기업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5일, 10월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낮춰 사상 최저 수준인 연 2%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한 것은 이같은 국내외 어려운 경제 환경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선진국 도약을 앞둔 대한민국 경제는 수많은 도전을 피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통일 문제를 어떻게 대비하느냐는 중요한 과제다. 북한의 자원과 노동력, 남한의 자본과 기술력 등이 접목되면 획기적인 새로운 경제 발전의 토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7천만 인구의 내수시장도 탄생한다.

 

 

기업인들이 남북통일의 당사자로서 적극 나서고 준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편적, 일회성 접근이 아니라 통일과 관련한 국내외 석학들의 분석과 전망, 새로운 사업 영역 등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고 지속적인 정보를 체계적으로 쌓아가야 한다.

한반도, 통일, 내수

 

다시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의 얘기로 돌아가 보자. 재임기간 중 연금개혁을 이뤄내는 등 할 일은 하는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는 리더십에 대해 이렇게 열변했다.“리더는 다른 사람과 다르게 보고 먼저 보는 사람이어야 한다. 리더는 컨센서스가 이뤄지기 전에 본인의 논리를 가지고 결정해야 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어떤 것에 투자하기 전에 모두가 다 동의한 다음 투자한다면 그때는 너무 늦다.

그들은 리더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말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