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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스토리/칼럼노트

경제예측의 명암

제예측의 명암

MBC 김상철 논설위원

 

새 경제팀이 들어선 뒤 많은 경기부양대책들이 쏟아졌다. 부동산시장을 보면 조금은 부양대책에 반응하는 것 같기도 한데 전반적인 경기는 아직 아니다. 게다가 지금은 또 외환시장의 변수에 민감한 모습이다. 정말 내일을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과거, 현재, 미래, 결과, 예측, 경제, 경제예측

 

연말이 되면 또 누가 올해 경제예측을 제대로 했는지 말이 많을 것이다. 내년 경제에 대해선 이미 많은 예측치가 나와 있기도 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예측치에 너무 큰 관심을 둘 필요는 없을 듯하다. 예측이란 게 원래 틀리는 게 정상이기 때문이다. 맞으면 그건 정말 신통한 일일 뿐이다. 예측은 틀리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정확한 예측에 목마르다. 그렇지만 불행히도 예측은 대부분 틀릴 수밖에 없다. 우선 과거를 근거로 미래를 예측하는 한계가 있다. 인간이 하는 미래예측은 미래도 과거와 같이 전개될 것이라는 전제 위에서만 가능하다. 통계적인 분석은 단순하게 말하면 상황이 같다면 앞으로도 과거와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란 전제 아래서나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런 전제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이런 전제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는 감안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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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다임의 변화가 없어 당분간은 미래도 과거와 비슷할 것이라는 전제가 가능하다 해도 실제 예측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 수십 가지 어쩌면 수백 가지의 변수를 하나하나 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어야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에서는 해외 부문에서의 경기가 어떤지가 경기의 움직임에 또 중요한 영향을 주게 된다.

 

올해 세계 경제를 보자. 세계적으로 가장 큰 관건은 미국의 양적완화축소문제였다. 하지만 그 영향을 예상하려고 해도 필요한 것은 미국의 소비자심리에 기업투자심리, 부동산시장의 움직임과 환율시장의 움직임 그리고 재정상황 등을 모두 감안해야 한다. 게다가 그 세계적인 파장을 예상하려면 중국의 재정정책은 물론이고 중동의 불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긴장관계, 심지어 홍콩의 미래까지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이게 가능한가.

 

게다가 예측은 예측을 대하는 경제주체들의 태도와 행동에 좌우되는 측면도 있다. 주어진 예측과 정책당국의 정책에 대해 경제주체들이 어떻게 반응을 하느냐에 따라 또 결과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경제 침체의 자기실현적 속성에 따라 경제주체들이 더욱 지갑을 닫고 소비를 줄이고 주식을 판다면 경기침체의 예측은 더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 반대로 위기에 대응해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고 금융당국이 금융완화정책에 나서고 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하면 위기는 위기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예측이 틀리는 것이다. 정확한 예측을 하기 위해서는 시장참여자의 반응까지 감안해야 한다면 이건 경제학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인간이 가진 사고 능력의 한계가 있다. 인간은 대상을 정확하게 잡아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경우는 대상을 왜곡하기조차 한다. 인지능력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고 보고 싶어 하는 것만을 보려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렌스 클라인도 세상의 어떤 모델이건 그 안에 이미 불확실성을 지니고 있고, 어떤 추정방법도 완벽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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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예측 없이는 정부는 예산을 짤 수가 없을 것이고 기업은 사업계획을 세울 수 없다. 우리가 집 한 채를 사려고 해도 예측이 필요하다. 그러나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대체적인 예상은 하되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 게 오히려 현명한 생존방식이다. 정말 필요한 건 전개되는 상황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정책당국의 입장에서도 정말 필요한 정책은 일반적으로 예상하지 못하는 특단의 조치일 때가 많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예상됐던 정책이라면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