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데뷔전이었던 파라과이전을 보며 홍명보 전 감독을 떠올린 사람은 비단 저만의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홍명보 감독은 4개월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망스러운 경기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한국 대표팀의 위상은 그만큼 떨어졌지요. 이런 상황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취임했습니다. 2015년 아시안컵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있지요. 그는 브라질 월드컵의 실패를 극복하고, 선수들의 기세를 올리며,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습니다.
슈틸리케 감독의 출발은 순조로운 듯합니다. 한국이 지난 파라과이전에서 2-0 승리를 거둔 것이죠. 슈틸리케 감독의 데뷔전 승리로 한국 대표팀의 앞으로가 기대되는 뜻깊은 경기였습니다. A매치 첫 경기부터 홍명보 전 감독과의 지도력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한 경기이기도 하고요.
파라과이전 승리 소식이 FIFA 홈페이지에 게시됐다 (출처:fifa.com)
슈틸리케 감독은 파라과이전에서 4-2-3-1 포메이션을 활용했습니다. 홍명보 전 감독이 즐겨쓰던 포메이션과 동일합니다. 하지만 포메이션이 같다는 것은 전술이 같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포메이션은 3선 또는 4선의 배치인원의 문제라면, 전술은 어떤 방향으로 경기를 풀어가느냐의 문제이지요.
홍명보 전 감독은 상대팀에게 뻔히 읽히는 단조로운 전술 패턴을 사용했습니다. 반면 슈틸리케 감독은 데뷔전에서 한국이 다양한 전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결과 역시 긍정적이었죠. 공격 옵션들의 스위칭과 제로톱, 타겟맨 이동국 교체투입, 안정적이면서 때로는 모험적인 패스를 시도하는 볼 배급에 이르기까지 특정 전술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제로톱은 홍명보호에서도 시도했던 전술이었습니다. 지난해 7월, 일본전 도중에 김동섭을 빼고 조커 조영철을 제로톱으로 활용한 적이 있죠. 그러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결과도 1-2 패배로 끝이 났죠.
그리고 1년 3개월 뒤, 조영철은 한국 대표팀에서 슈틸리케 감독에 의해 다시 제로톱을 담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과는 달랐습니다. 조영철은 상대팀 진영을 넘나들며 다른 선수들이 침투할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전반 42분에는 직접 슈팅을 날리며 상대팀 골망을 흔들기도 했죠. 결국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골이 무산되긴 했지만, 제로톱으로서는 분명 좋은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슈틸리케 감독의 조영철 제로톱 전술이 적중한 것입니다.
10월 파라과이전, 코스타리카전을 알리는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메인 (출처:kfa.or.kr)
조영철 선발 투입은 파라과이전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는 불과 며칠 전까지도 한국 대표팀 선수가 아니었거든요. 한교원, 장현수와 더불어 구자철, 김진수의 부상 공백을 메꿀 대체 멤버로 발탁된 선수입니다. 일부 여론에서는 그를 반기지 않는, 거부감을 표하는 분위기도 있었지요.
그랬던 그가 슈틸리케 감독의 데뷔전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하면서 제로톱으로 활용된 겁니다. 그리고 실전에서 좋은경기력을 보여주며, 슈틸리케 감독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위해 노력했고 긍정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죠. 슈틸리케 감독이 노렸던 동기부여의 결과가 좋게 작용한 겁니다.
백업 멤버의 예상치 못한 선발투입이 가져다주는 효과는 큽니다. 조영철 제로톱 전술로 대표팀 선수 전원 및 한국 대표팀 발탁을 꿈꾸는 선수들 모두는 슈틸리케 감독에게 실력을 인정받으면 대표팀 주전이 될 수 있다는 강한 인상을 받았을 겁니다.
슈틸리케 감독의 레알 마드리드 선수 시절 모습 (출처:레알 마드리드 홈페이지)
파라과이전에서 조영철 같은 백업 멤버만 맹활약을 펼친 것은 아닙니다.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던 남태희, 김민우, 김진현, 김기희, 홍철의 경기력이 모두 좋았습니다. 6명의 선수는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홍명보 전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으나 슈틸리케 감독 데뷔전에서는 선발 투입되면서 자신의 경쟁력을 증명했습니다. 새로운 감독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도 경기력에 잘 묻어났고요. 슈틸리케 감독은 홍명보 전 감독과 달리 고정적인 선발 멤버보다는 백업선수들을 실전에 두루 배치했고 그 효과가 파라과이전에 잘 나타났습니다. 팀원 모두에게 성장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겁니다.
홍명보 전 감독 시절에는 1군 멤버가 고정된 듯한 느낌이 컸습니다. 누구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뛰겠고, 다른 누구는 백업멤버가 되겠구나 하는 인상이 컸지요. 하지만 슈틸리케 체제에서는 누구도 대표팀 붙박이 주전을 장담할 수 없을 듯합니다. 한국축구에서 잘 나가는 손흥민, 김승규 선발제외만 봐도 슈틸리케 감독이 역시 외국인 지도자답다는 생각을 갖게 하거든요.
이것이 슈틸리케 감독과 홍명보 전 감독 지도력의 결정적 차이이며,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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